중남미 현지의 정치평론가들은 촘스키의 저서가 차베스의 말 한마디에 베스트셀러 가 된 것을 두고 "미국에서 차베스의 인기를 직접적으로 증명해준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6일 미국 보스턴의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는 이 대학의 노암 촘스키 교수와 학계인사들, 미국 내 쿠바전문가들, 법조계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지난1976년에 일어난 쿠바 민항기455편 테러사건(탑승객73명 전원 사망) 30주년 추모기념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달 차베스의 유엔연설로 인해 상종가를 친 촘스키 교수가 차베스에 대한 답례(?)의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의 유력언론들도 지난8일 사설과 분석 기사 등을 통해 미국 정부가 쿠바와 베네수엘라 정부가 테러리스트로 지목한 루이스 뽀사다 까릴레스를 보호하고 있는 것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미국정부로서는 '이중적인 잣대'를 적용한 것이라는 비난의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차베스의 유엔 연설의 여진이 미국 내에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기념식장에서 미국학계와 법조계 인사들은 최근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와 쿠바 담당 정보요원들을 대폭 증가한 것 등으로 미루어보아 이 지역에 대한 군사 개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등 미국 정부의 중남미 정책에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촘스키 교수가 내놓은 미국의 주적(主敵)개념과 대외정책, 중남미 관련 향후 전망 등은 북한의 핵실험 문제를 놓고 가열되고 있는 미국의 물리적인 대응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작금의 한반도 상황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어 이를 정리해본다.
촘스키 교수는 미국 정부가 반미를 외치는 중남미국가들을 향해 군사적인 개입 보다는 친미파 정치인들과 언론, 기업들, 민주세력(?)들을 활용해 체제전복을 위한 내부반목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치중할거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력을 이용한 쿠바침공과 베트남 전쟁, 최근의 이라크 전까지 실패를 거듭했다"고 주장한 촘스키 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중남미 대외전략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 정부는 중남미국가들을 통제 하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경제와 군사력을 무기로 사용해왔는데 이 두 가지 전략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어 미국정부의 중남미 정책입안자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고 강조했다.
중남미 지역에서 미국의 이런 영향들을 무력화시킨 건 강력한 민중운동의 힘이라고 주장한 촘스키 교수는 미국 언론들이 이를 가리켜 '거리의 난폭자들'이라고 평가 하고 있다고 언론에 대한 쓴 소리도 내뱉었다.
촘스키 교수는 또 베네수엘라를 예로 들면서 미국언론들이 베네수엘라 쿠데타를 지원하는 입장이었고 현재도 정부입장만을 홍보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 지역에서 군사적인 활동을 완전히 포기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는 촘스키는 미국정부는 냉전시대의 경제원조를 능가하는 군사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이 지역에 군사기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문제는 중남미의 친미국가로 알려진 에콰도르가 반미성향으로 돌아서는 등 군 정책입안자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면서 대선을 눈앞에 둔 에콰도르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라파엘 꼬레아가 에콰도르에 건설된 미 공군기지 철수를 주장하고 "만일 미국 정부가 마이애미에 에콰도르 공군기지를 허용한다면 에콰도르도 미 공군기지 유지를 허용하겠다"고 한 부분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주적은 미국국민들?'
"미국 정부와 국민들을 주적(主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미 정부의 대외정책이 사실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전략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한 촘스키 교수는 최근 자신은 기밀이 해제된 국가비밀문서를 열람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기밀문서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 정부는 적국, 다시 말해서 주적들로 부터 정부와 국민을 방위하기 위한 전략을 짜는 게 아니라 자국 국민들로부터 정부 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정부 의 주적은 외국 군대가 아니라 자국 국민들이라는 얘기다.
촘스키 교수는 이어 "정부가 국민들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뭔가를 꾸미기 때문에 그들이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도무지 알 도리가 없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추측 하건대 펜타곤(미 국방부)의 대외정책입안자들이 현재 구상하고 있는 건 무력보다는 이 지역의 정치인들과 기업, 언론들을 활용한 반정부 운동"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로서도 막대한 예산이 요구되는 해외군사 파병과 실패를 거듭한 반미국가 들에 대한 군사력개입을 추진
하기에는 악화된 국민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설명이다.
"우리 모두는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해 쿠데타를 주도했던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차베스는 아주 짧은 기간 내에 이를 무력화 시키고 권좌에 복귀해 미국 정부를 향해 이를 갈게 된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소리만 요란한 양은냄비형 독재자'라고 평가한 차베스가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어쩌면 이곳 미국보다 한결 신중한 민주주의다." 촘스키는 미국과 차베스의 악연과 베네수엘라 국정의 현주소를 이렇게 분석했다.
끝으로 "미국 정부는 중남미지역에서 반미세력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세력약화를 위해 베네수엘라 내 주요 석유벨트인 술리아 주 독립운동을 부추기고 이를 지원하고 있다"고 예를 든 촘스키 교수는 "이제 미국의 대외 정책은 지역을 떠나 군사력을 이용한 무력시위보다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정부 세력들 지원에 더욱 주력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한편 일부 외신들은 '차베스는 촘스키가 이미 사망한 줄 알고 "촘스키를 생전에 만나보지 못해 유감"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국영뉴스 등 친(親) 차베스계 언론들은 "촘스키 교수가 죽기 전(혹은 생전에) 한 번 만나보고 싶다(가능한 한 빨리 만나보고 싶다)는 말이 잘 못 전달됐다"고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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