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북한, 이란 등 억압체제에 대해 제재를 언급하면서 고립시키겠다고 위협하지만 이같은 정책은 이들의 체제유지만 도와줄 뿐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포스트는 이날 '전망(Outlook)' 섹션의 '개방을 촉진해야, 세계는 이미 J자(字)형'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체제안정과 개방화의 함수관계를 언급하면서 개방화를 X축으로, 체제안정을 Y축으로 할 때 비스듬히 누운 'J'자형 곡선으로 분석, 이같이 지적했다.
포스트는 '폐쇄됐지만 안정된 국가'의 대표적 사례로 북한을, '개방됐지만 불안정한 국가'로 이라크를, 개방되고 안정된 케이스로 미국을 각각 꼽았다.
포스트는 "미국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체제들은 생존을 위해 고립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정확히 말해서 그들은 문을 걸어잠궜기 때문에 안정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 국가의 안정은 충격을 이겨낼 수 있는 능력과 충격을 만들어내는 것을 피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되는데 북한의 경우 폐쇄를 지향,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피함으로써 체제안정을 이루고 있다는 것.
이 신문은 "북한 김정일은 외부세계로부터 북한을 감추고 북한 주민들로부터 외부세계를 숨겨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만약에 북한 주민 절반이 CNN을 30분씩 보고, 북한 정권의 엄청난 정책적 오류와 야만성이 가져온 피해, 한국 및 일본과의 생활수준 대비를 안다면 김정일 체제는 지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특히 북한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물에 빠져죽는 사람에게 구조선을 보내놓고 위협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신문은 폐쇄된 안정국가가 개방된 안정국가로 변화되는 과정엔 '대혼란'이 뒤따른다며 남아공은 성공사례로, 러시아와 유고슬라비아는 실패사례로 각각 꼽은 뒤 이라크 등 현재 중동상황을 언급, 특히 외부의 힘에 의해 폐쇄된 안정국가가 개방된 안정국가로 옮겨가는 과정엔 이런 대혼란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트는 "어떤 사회에서든 변화를 위한 가장 강력한 힘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서 "외부에 의한 북한 민주화는 현실적인 단기목표가 되지 않으며 북한에 휴대폰, 인터넷, 위성방송, 문자 메시지 장비 등 통신기술을 점진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독재통치를 더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포스트는 이와 같은 주장의 근거로 최근 북한당국이 중국 국경지대에서 한국 드라마를 녹화한 VCR을 적발하면 버리고, 이의 반입을 금지한 점과 북한TV가 주민들에게 한국의 속어 사용이나 헤어스타일을 금지토록 한 것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미국의 정책이 오히려 독재정부가 주민들을 고립화시키도록 돕고 있다고 포스트는 지적하면서 최근 미 루센트사가 이란에 초고속통신망을 제공하기로 한 프랑스 알카텔사와 합병을 추진하자 몇몇 미 의원들이 제동을 걸고 나선 사실을 거론했다.
이어 포스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등이 미국을 향해 때로는 비이성적인 것처럼 보이는 도발행위를 서슴지 않는 데 대해 많은 독재자들이 미국에 도발하면 미국이 자신들을 고립화시키고 그렇게 될 경우 그들의 통치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신문은 최근 이라크에서의 종파간 분쟁심화를 예로 들며 폐쇄된 안정국가가 개방을 추진할 경우 단기적으론 엄청난 혼란을 겪는 과정을 통과하게 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정치적 자산이 요구된다며 이라크의 경우 부시 행정부는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고, 이라크 국민들도 이라크 정부를 충분히 신뢰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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