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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미국 보수' 넘어야 UN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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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미국 보수' 넘어야 UN 입성

'적극 캠페인'에 "돈으로 사무총장 사나" 비판도

반기문 외교장관이 28일 오후(현지시각) 실시된 유엔 사무총장 3차 모의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실시한 3차 모의투표에서 반 장관은 찬성 13, 반대 1, 기권 1표를 얻어 1,2차 모의투표에 이어 또 다시 1위 자리를 고수했다. 반 장관은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 가운데 사무총장 선출 요건인 9표 이상의 찬성을 얻은 유일한 후보이기도 했다.
  
  이에 각 외신들은 일제히 반 장관을 '선두주자(front runner)'로 소개하며 '현 상황에서는 당선이 가장 유력하다'고 분석했지만 반 장관에 대한 평가와 다음달 중으로 예정된 본선 투표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반대표의 주인'이 상임이사국이면 '빨간불'
  
  사무총장 선거의 가장 큰 변수는 세 차례에 걸친 모의투표에서 반 장관에게 반대표를 던진 국가가 어디냐 하는 것이다. 반 장관은 지난 7월 1차 모의투표에서 반대 1표, 기권 2표를, 지난 14일 2차 모의투표에서도 반대 1표를 얻었다.
  
  이번 3차까지 꾸준히 나온 반대 1표가 한 국가 대표에게서 나온 것이라면, 그리고 그 국가가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하나라면 반 장관의 유엔 입성에는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사무총장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코피 아난 총장의 전임인 부트로스 갈리 전 총장은 5년간의 재임을 위해 안보리 이사국 15개 국 중 14개국의 지지를 확보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재선에 실패한 바도 있다. 이에 미국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후보로 나온 코피 아난 현 총장도 상임이사국인 프랑스가 4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해 진통 끝에 당선될 수 있었다.
  
  반 장관을 '무난한 후보', '유력한 후보' 등으로 평가한 외신들도 이 '반대표의 주인'에 주목하며 사무총장 선거의 판세를 장담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보스톤 글로브>는 "균형감 있고 진지하며 경험도 많은 반 장관은 사무총장 자질을 모두 갖췄다"는 방글라데시 유엔 대표의 평가를 전하면서도 "지금까지는 반 장관이 '압도적인 선두(dominating lead)'이지만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의 동의를 모두 받아낸 결과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며 변수가 발생할 여지를 남겨뒀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 역시 반 장관을 '선두주자'로 소개하면서도 "찬성 13표, 반대 1표, 기권 1표를 얻은 3차 투표 결과는 찬성 14표, 반대 1표를 얻었던 2차 투표 때보다 나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반대표의 실체는 다음달 2일로 예정된 4차 모의투표에서 밝혀질 전망이다. 4차 모의투표는 본 선거와 마찬가지로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이 각각 다른 색깔의 투표용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반 장관에게 돌아간 반대표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美 보수층 "반기문 친중국적"…난색
  
  
반 장관이 유력한 선두로 뛰어오르자 미국 보수언론들이 경고음을 내고 나선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 고정 칼럼니스트인 짐 호글랜드는 28일 부시 대통령이 지난 14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시사했듯이 미국이 이란 등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 장관을 지지할 경우 제 3세계의 반발 등 예상치 못한 파장을 낳을 수 있다며 미국의 '전략적 이익(strategic interest)'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것을 주문했다.
  
  미국의 오랜 동맹국인 한국의 반 장관이 사무총장이 될 경우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엔의 협상 역할을 오히려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문은 또 미국이 2위를 하고 있는 인도의 샤시 타루르 유엔 사무차장을 선택하지 않고 반 장관을 지지할 경우 미국의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로 부상한 인도를 버리고 오랜 동맹인 한국을 선택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폭스뉴스> 역시 반 장관이 '친 중국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미국 보수층의 거부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차기 사무총장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 장관이 '친 중국적'이라는 평가는 같은 날 미 하원 국제관계 위원회에서 개최된 한미동맹 청문회에서도 나왔다.
  
  토머스 탄크레도 공화당 의원은 "많은 일본인들과 일부 워싱턴 인사들은 반 장관이 친중국 견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의 선출 가능성에 대해 곤란해 하고 있다"며 "달라이 라마가 노벨상 수상자들의 서울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비자를 신청했지만 중국이 비자 발급을 해 주지 말 것을 요청하자 반 장관이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사무총장도 돈으로 사나"
  
  그런가 하면 지난 2월 사무총장 출마 선언 이후 국내 일정이 드물 정도로 열심히 해외를 누볐던 반 장관의 '활동'도 구설수에 올랐다.
  
  영국 <더 타임스>는 '수백만 달러의 돈과 피아노 한 대가 한국인을 유엔 수뇌부로 만들었다(Millions of dollars and a piano may put Korean in UN's top job)'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반 장관 측의 '적극적인 캠페인'을 비판조로 소개했다.
  
  요컨대, 반 장관이 사무총장 출마를 선언한 후 한국 정부가 이사국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수백만 달러의 지원과 투자를 약속했고 그 대가로 '선두주자'가 됐다는 주장이다.
  
  한국 정부는 반 장관이 2월에 출마 선언을 한 후인 3월에는 아프리카에 2008년까지 1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고 7월엔 잠비아에서 열린 아프리카 연합 정상회담에도 수만 파운드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그 '최대 수혜자'로 탄자니아를 꼽았다. 탄자니아가 최근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이 되자 반 장관은 지난 5월 탄자니아를 방문해 1800만 달러 상당의 교육 프로그램 지원을 약속했고 탄자니아 서부의 교량과 도로 건설을 약속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한국의 '선행'은 효과를 발휘해 지난 27일 탄자니아의 주한 외교관인 엘리 마탄고는 탄자니아 정부가 반 장관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꼬집었다.
  
  지난 8월에 반 장관이 역시 비상임 이사국인 페루를 방문해 '잉카 문화 센터'에 그랜드 피아노를 기증하고 통상교섭 협약을 맺은 것과 이번 달에 노무현 대통령과 수백 명의 기업인들이 반 장관과 함께 그리스를 방문해 무역, 관광, 해양교류 등의 협정을 맺은 것도 선거운동의 사례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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