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 : 어제 말씀을 나누시면서 해외 학회에서 국민소득이 200배 되는 걸 본 적 있느냐고 하면 사람들이 놀란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렇게 한국경제가 빠르게 발전한 원동력은 뭐라고 보십니까?
곽수일 : 국민들이 다 잘 아시는 거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특별한 자원이 없습니다. 광산이 좋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60년대 초에는 농업위주 국가인데 땅도 산이 70% 이상이고 그래서 전혀 자원이 없는 나라로, 가진 건 유일하게 인력뿐이었습니다. 그 당시 이런 얘길 많이 했습니다. 우리는 갖고 있는 게 잘 교육되고 훈련된 인력뿐이라고. 세종대왕께서 좋은 한글을 만들어 주셔서 많은 국민들이 문맹을 벗어나고 대충 글을 읽는데 재밌는 건 외국에서 어떤 기계를 놓고 만지지 말라고 써놓으면 외국 근로자들이, 특히 문맹률이 높은 데서는 근로자들이 글을 읽을 수가 없거든요. 만지지 말라고 써놔도 덜컥 만져버린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인력은 아니거든요. 대부분이 다 한글을 깨쳤고. 요새는 거의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일 겁니다. 게다가 오랜 가정생활 속에서 잘 훈련된 인력이 있어서 그 인력이 사실 60년대 우리 경제를 한 번 개발시킨 원동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사실 그 당시 우리 경제의 하나의 초석이 돼서 그 인력을 활용하는 노동집약적인 산업.. 섬유나 신발 등을 기준으로 해서 당시 보세수출산업이다.. 상당히 우리가 특이한 것이 보통 그 당시 후진국에서는 수입대체산업을 많이 권장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수입대체산업을 권장하기보다 수출위주 정책을 썼거든요. 뭐든 만들어서 수출할 수 있으면 내다 팔자. 그런 정부의 정책적인 좋은 제시도 있었고 훌륭한 인력이 있어서 60년대 후반부터 경제발전의 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하니까 세게 역사에 없는 40년 동안에 1인당 국민소득을 200배 올리는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박인규 : 특히 97년도 IMF 외환위기를 벗어나서 우리 경제가 주춤한다는 위기의식도 많은 것 같고, 너무 갑자기 발전하다 보니 여러 가지 역작용도 있지 않느냐는 반성도 있는 것 같아요. 곽수일 교수께서 보시기에 우리가 그런 고속 압축성장을 하면서 놓친 부분이나 약점은 어떤 거라고 보십니까?
곽수일 : 40년간 이렇게 고속성장을 했을 때 사실 주역을 한 건 정부의 정책이었습니다. 유명한 경제개발5개년계획이다 해서, 기업들이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위주로 활동했거든요. 경제개발5개년계획은 경영학에서는 많이 비웃습니다. 나쁜 의미가 아니고, 그것 때문에 기업들이 경영이 너무 쉬웠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나와 있는 산업이나 사업에 뛰어들면 정부에서 잘 받쳐주니까. 그래서 한국의 기업들을 많이 비방했습니다. 당신들은 경영계획이 필요없는 사람들이라고.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나와 있는 산업이나 사업에 뛰어들면 정부에서 금융까지 다 책임지니까, 무슨 전략적 계획이 뭐 필요하냐, 5개년계획만 열심히 연구 분석해서 이 사업을 하겠다고 뛰어들면 다 도와주니까. 이런 것들이 지난 25~30년간 기업들에게 큰 약점을 만들어 놓은 거죠. 우리 경제에 어려움이 왔다는 건 사실 정부의 책임보다는 그런 약점들이 작용한 겁니다. 정부에 의존해서 정부에서 해주는 대로, 특혜금융 주는 대로 도움 받아서. 물론 경영에 많은 노력을 했죠. 잘 경영해서 성공했으니까. 그렇지만 시장의 움직임과 경쟁 속에서 자기들의 체력을 단단히 하기보다는 정부의 도움과 계획에 의해서 체력을 키웠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없애지 않았습니까. 이젠 안 하겠다, 각자 당신들 알아서 하라고 하면서 상당히 자유롭게 하니까 그때부터 한 번도 경험이 없던 해외금융도 들어와 보고, 금융산업도 무절제하게 해외에서 싼 이자가 있으니까 단기인지 장기인지 구별 없이 막 가져오고. 그런 것들이 쌓였다가 갑자기 해외에서, 태국에서부터 충격이 시작되니까 소위 IMF 외환위기가 왔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 기업들이 한 번 체력을 강화시킨다는 측면에서 그런 위기도 한 번 겪는 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고. 우리의 약점은 아직도 굉장히 많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기술도 우리가 외국에 비해서 상당히 뒤떨어져 있고 노사관계도 그렇고 배울 게 엄청나게 많습니다.
박인규 : 사실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대한민국 주식회사라는 말도 나왔고.. 최고 CEO는 박정희 대통령이라고도 했는데, 그래서 상당한 효과도 있었고. IMF위기를 말씀하셨지만 그 전에는 외채를 들여올 때 정부의 감독을 받았는데, 기업이 알아서 하다 보니 무분별 하게 생겼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지금 말씀 들어보면 이제야말로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해서는 되는 시대는 아니고, 기업들이 알아서 국제시장에 나서야 한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지난 21일 고별강연을 하시면서 우리나라 발전을 60년대 7,80년대 90년대 이후로 나누셨어요. 90년대 이후가 말하자면 문제적 시기인 것 같은데, 90년대 이후에 우리 기업들이 국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자율성이랄까 자생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보십니까?
곽수일 : 90년대 이후에 우리 기업들이 많이 변화했다고 봅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정부 주도하의 경제발전이었기 때문에 정부의 여러 계획을 잘 순응하면 됐는데, 90년대 이후에는 시장경제에 많이 맡기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사실 90년대 이후 우리나라 대기업들 변화의 모습을 보면 대마불사.. 큰 말은 죽지 않는다는 신화도 다 깨졌고 상상할 수 없는 큰 기업들이 많이 무너져 버리고. 그것들이 아마 시장의 손에 의해 일어난 현상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90년대 후에 기업들의 모습을 보면 그 나름대로 경쟁력을 쌓아가려고 노력했고 그 속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지만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한 기업도 있고 어떤 기업은 상당히 도태됐고. 재밌는 통계는 90년대 우리나라의 50대 기업과 현재 우리나라의 50대 기업은 명단이 반 이상 바뀌어 있을 겁니다. 그런 현상이 90년대 이후 우리 기업들의 변화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박인규 : 해묵은 논쟁이긴 하지만 경제발전을 하면서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 계속 논쟁이 나옵니다. 성장을 계속해야 분배가 생기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고. 양극화가 너무 심화됐다.. 분배를 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포함해서 성장분배논란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곽수일 : 사실 이런 건 논쟁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경제성장을 통해서 국민의 복지를 올리는 건 기본적인 정부의 임무고 나아가서 국민들이 바라는 걸 겁니다. 경제성장 속에서 내가 조금 더 잘 살 수 있는 것. 그런데 많은 언론에서 보면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논쟁을 일으키는데 저는 크게 의미 없는 논쟁이라고 보구요. 경제성장을 하면서 분배가 잘 돼야지요. 문제는 성장 없이는 분배가 굉장히 어려울 겁니다. 제가 경영학을 하기 때문에 그런 얘길 하는 것일 겁니다. 먼저 성장이 있으면서 그 속에서 분배정책을 써야죠. 요새 보게 되면 성장이 둔화되니까 젊은이들이 직업을 구하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대학 졸업하고 2,3년 만에 취업했다.. 참 제가 보기에는 사회적인 비극입니다. 그러면 제가 느끼기에 분배는 꼭 필요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성장이 있어야 되는데 제가 늘 얘기하는 게 있습니다. 분배가 중요하지만 성장 속에서 분배를 해야 된다. 제 주장은, 일자리.. 취업 이상으로 더 좋은 분배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사람이 취직을 하려면 경제가 성장해야 되거든요. 경제가 성장이 안 된 상태에서 우리가 1년에 새로운 일자리를 최소한 50만개를 창출해야 될 겁니다. 그런데 성장이 안 되면 50만 개 창출이 안 될 거라구요. 30만 개만 된다든지... 그러면 20만 명은 취업을 못하거든요. 그럼 취업을 못한 사람에게 성장이냐 분배냐 이런 논쟁은 무의미합니다. 취직 이상으로 더 좋은 복지와 분배가 어딨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어느 정도 성장하면서 정부에서 적절한 분배정책을 해야 될 겁니다. 왜냐, 시장에 맡기면 시장실패라는 게 있거든요. 시장은 공평하게 부를 분배시키는 작용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정부에서 분배정책에 신경을 써야 될 겁니다. 일단 성장이 있어야만 취업도 되고. 취업 이상 더 좋은 복지와 분배는 없고. 그래서 제가 늘 주장합니다. 소년소녀 가장, 그 사람은 경제성장이 아무리 돼도 분배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한테는 정말 정부가 해주면서 애들을 키워 줘야죠. 그 애들이 크고 어느 정도 나이가 돼서 취업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훌륭한 가정을 이끌 수 있습니다. 그런 걸 위해서는 꼭 성장을 해야 된다고 저는 얘기합니다.
박인규 :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분배나 복지에 지나치게 중점을 둬서 성장을 게을리 한다는 식의 비판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곽수일 : 저는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해 연구하고 분석해 본 적이 없어서 말씀드리긴 어려운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소년소녀가장이나 독거노인들을 위한 복지예산을 늘려야 될 겁니다. 그 분들을 도와줘야 되는 건 정부와 사회의 책임이니까요. 그리고 복지를 가지고 직업을 창출하는 건 저는 굉장히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직업을 가졌을 때 그 직업의 의미는 월급을 받아서 충분히 생활이 돼야 됩니다. 그런데 복지정책에 의해 창출된 직업이 주는 돈이 생활이 되지 않는다면 저는 그건 복지지 직업이 아니라고 봅니다. 정부에서 그런 건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 대신 필요한 복지. 독거노인이나 소녀가장이나 더 극빈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는 있어야지요.
박인규 : 경제성장을 통한 분배개선을 하되 경제성장으로 커버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손을 써야 된다.
곽수일 : 그럼요. 시장실패라는 건 꼭 있게 마련이거든요. 시장이 공평하게 부를 분배할 리는 없으니까. 그때는 복지정책을 써야지요.
박인규 : 지금부터는 국내경제의 성장동력을 살리기 위해서 기업과 정부는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그 이전부터긴 합니다만 IMF위기 이후로 우리나라가 기업투자가 적다는 지적이 많은데. 일각에서는 재벌이 너무 커졌기 때문에 견제를 해야 된다. 문제되고 있는 게 출자총액제한제도라는 거. 재벌그룹 쪽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없애면 얼마든지 투자하겠다는 식으로도 나오는데, 기업의 투자를 늘리기 위한 데에서 정부가 문제가 있는 겁니까, 기업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겁니까?
곽수일 : 다 일리가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을 주장할 수 있고 기업에서는 이걸 좀 폐지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할 수 있고. 늘 정책이 그렇습니다만 어느 쪽 얘기든 다 일리가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꼭 옳다고 얘기할 순 없겠죠. 하지만 저는 공부한 것이 기업경영이고 경영학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는, 우리나라에서 일단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좀 더 해제해 줬으면 좋겠다는 게 아주 일관된 생각입니다. 단순히 기업에서 규제를 풀어달라는 게 아니고 우리가 갖고 있는 체제가 시장경제 체제거든요, 그 속에서 시장에 맡길 수 있는 한은 맡기고, 그리고도 시장이 실패하는 경우에는 정부가 개입해서 규제하는 것이 원칙인데, 출자총액제한제도같은 건 아주 재밌는 현상입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이나 재벌그룹들이 상당히 무분별하게 투자를 많이 했다고 말하죠.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용어도 쓰는데, 요새도 대기업들을 보면 택배사업을 많이 합니다. 왜냐하면 물건을 실어 나르는 건 어느 기업에서든 필요하니까. 어차피 하는 거니까 우리가 하겠다고 택배사업을 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걸 일반 중산층이 시작해서 성공해서, 물론 실패하는 사람도 있겠죠. 그 성공으로 자가용 타고 다니면 얼마나 좋은 사회가 되겠나. 그런데 그걸, 이왕 우리가 필요한 일이니까 직접 하겠다고 택배사업을 합니다. 그런 걸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인텔이나 IBM은 택배사업이 필요 없겠습니까? 수송을 해야 되는데. 그런 회사들이 택배사업 하는 거 봤냐는 겁니다. 그런 일들 안 하거든요. 전문적으로 택배회사가 와서 물건을 실어 날라 주지, 필요하다고 해서 운송업을 하지 않거든요. 우리나라의 이런 특성 때문에 나오는 것이 출자총액제한입니다. 너무 여기저기, 남이 할 수 있는 거 다 하지 말아라. 그렇다고 당신들 A산업은 하지 말아라. 이런 말 전에는 있었습니다. 중소기업 때문에. 그런데 다 폐지했거든요. 그런 규제를 폐지하다 보니 특히 대기업들의 출자총액을 제한해서 할 수 있는 걸 좀 제한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은데 이건 어떻게 보면 굉장히 기업으로서는 규제일 겁니다. 또 최근에 언론에 많이 보도되는 거지만 어느 전자회사에서 이천에 공장을 짓겠다. 그런데 정부에서 한강 식수오염이 문제되기 때문에 안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서로 논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경우 양쪽이 다 일리는 있습니다. 전자회사는 이천에 본사가 있으니까 짓겠다고 하고 정부에서는 식수오염 되면 안되니까 짓지 말라고 하고 있는데, 물론 그 경우 정부에서 짓지 못하게 허가를 안 해줄 수도 있을 거고, 아니면 엄격히 환경규제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당신들이 배출하는 오수가 어떤 기준에 맞도록 환경시설을 해라.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가능하면 정부에서 규제를 풀어주면서 공장 짓는 걸 허가를 해줘야지, 여러 가지 규제 때문에 기업이 사업을 하려고 해도 못할 게 너무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규제를 풀어주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풀어주면서... 정부에서는 다른 방도가 또 있을 겁니다.
박인규 : 사실 여러 가지 공과가 있고 비난도 받지만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온 게 재벌이라는 건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우리나라 재벌들이 꼭 해야 될 사업이랄까.. 어떤 게 있을까요?
곽수일 : 저는 이렇게 봅니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이제 굉장한 산업자본으로 부상됐거든요. 세계 어디 내놔도 작은 회사들이 아닙니다. 우리가 90년대까지만 해도 재벌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세게 어느 나라 선진국에 내놔도 우리나라 재벌들은 대기업입니다. 그러면 정말 대기업다운 큰 사업들을 추진해야지, 그냥 약간 이익이 남는다고 해서 이것저것 다 하는 건 대기업 같지 않은 사업입니다. 요새 보면 커피점도 우리나라에서는 유명한 유통회사에서, 백화점에서 하고 있죠. 미국의 대표적인 백화점이 메이씨 백화점이거든요. 제가 늘 얘기합니다. 메이씨 백화점이 커피장사 하는 거 봤냐고. 좀 그렇게들 안 하시고 개인들이 맡아서 커피 장사해서 자가용 타고 다니면 참 좋은 사회가 될 거라고. 그렇게들 하지 말라고. 그래서 재벌의 공은 꼭 인정해야 될 겁니다. 산업자본이 없을 때 큰 자본으로 커서 우리 시장경제의 바퀴를 돌리는 원동력이 됐으니까. 그렇지만 이제는 재벌들도 바뀔 때입니다.
박인규 : 예전에 제가 어떤 경제학자의 글을 봤더니 경제발전에서 중요한 게 '리스크 테이커'라고 하더라구요. 위험성을 안아줄 수 있는 사람. 80년대까지는 그걸 정부가 했는데 말씀 들어보면 재벌이 그런 걸 해야 된다는 말씀이시죠. 혹시 구체적으로 어떤 업종, 어떤 분야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정보산업 쪽인가요?
곽수일 : 아니요. 최근에 우리가 세계에서 앞서고 있는 분야가 조선이나 철강, 전자, 자동차라든지. 그러면 제가 보기에 앞으로도 5년에서 10년은 이 분야들로 충분히 빵을 벌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산업에 더 투자하면서 경쟁력을 쌓아야지, 그래서 예전 같으면 우리나라에서 무슨 석유산업을 한다. 개인이 돈이 없으니까 못해서 정부가 했거든요. 그게 석유공사죠. 이제는 재벌들이 그런 산업들, 기간산업들을 떠맡아서 미래의 성장원동력을 창출해 내야지 이익이 있다고 해서 작은 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박인규 : 한국경제를 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는 말씀이시죠? 사실 우리나라 재벌들은 한 일이 많지만, 정부의 과도한 지원 때문에 일반 국민들에게 인상을 좋게 남기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기업의 사회공헌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은데, 교수님께서 한국소셜벤처대회라는 걸 준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건지 소개해 주시죠.
곽수일 : 소셜벤처라는 건, 기업을 하면서 돈도 벌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산업이면 좋겠다는 겁니다. 좋은 예를 말씀드리겠는데, 동남아나 아프리카에 가면 혼자 사는 부인들이 많습니다. 남편들이 떠나서.. 그런 부인들한테 50만원씩을 꿔 줬습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이죠. 그랬더니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는 부인이 그 돈으로 휴대전화를 하나 신청해서 그 동네에서 핸드폰 하나를 딱 애지중지하면서 동네 사람들한테 공중전화 사업을 하는 겁니다. 전화 걸고 싶은 사람은 부인한테 와서 전화를 걸고 돈 내고 갑니다. 그러면 부인이 50만원으로 핸드폰 하나를 구입해서 공중전화 사업 비슷하게 사업을 해서 돈이 들어오면 정확히 물어내는 겁니다. 그래서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한 사람이 굉장히 부자가 됐습니다. 그러니까 돈도 벌면서 사회공헌도 하고. 이런 것을 우리나라에서 경영학 교육에 도입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소셜벤처컴페티션. 사회기업경쟁이란 걸 저희가 금년에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생, 대학원생, 일반인들이 자기의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저희가 심사를 해서, 채택된 것은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있는 세계대회에 보내서 우리 한국에서도 이렇게 좋은 사회적 기업을 만들려고 한다. 그 사회적 기업은 이런 겁니다. 돈도 벌고 사회적 공헌도 있는 그런 산업을 우리가 좀 개발해 보려는 노력입니다.
박인규 : 곽교수님께서는 경제개발 과정을 쭉 봐 오셨고 아무래도 기업의 편에서 공부하셨기 때문에 한국 기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실 것 같아요. 아무래도 기업의 역할이 커질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재벌을 포함한 기업에 대해서 바라시는 게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곽수일 : 중소기업들은 아무래도 자기가 주인으로서 활동하니까 자기의 모든 정열을 걸고 하는데, 우리 기업에 대해서 제가 한 말씀 드린다면 특히 재벌그룹을 포함한 대기업에서 아직도 너무 오너중심의 경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우리나라 전문경영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저는 주로 전문경영자 양성에 노력한 사람이니까.. 물론 오너가 인사권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전체 주주를 위해서, 혹은 전체 경제를 위한 노력을 이제는 본격적으로 할 때다. 주주가 주인이지 오너가 주인이 아니다. 그래서 주주라는 개념을 좀 더 우리 경제에, 기업경영 속에 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박인규 : 오너 1인의 지배체제는 극복할 필요가 있다.
곽수일 : 그런데, 제가 이런 말씀 드려도 좋을지 모르지만, 기업의 경영자들이 늘 소비자는 왕이라고 얘기하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그 사람들에게 왕은 오너 딱 한 사람입니다.
박인규 : 사실 기업이 잘 되는 게 나라가 잘 되는 거니까요.. 정년퇴임은 하셨지만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에 대해서 좋은 충고, 쓴소리도 계속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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