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일본 총리로 지명될 예정인 아베 신조 자민당 신임 총재가 "한국,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희망한다"고 밝혀, 지난 8월 15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경색됐던 일본과 주변국의 관계를 새 총리가 풀어나갈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7월까지는 '애매한 노선' 유지할 듯
아베 총재는 20일 당선 직후 NHK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일본 지도자 간에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아베 총재가 한중과의 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일본 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한국과 중국 정부의 입장이다. 두 나라 정부는 이 신사 참배 문제만 해결된다면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정상회담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년 7월에 참의원 선거를 승리해야 하는 아베 총재로서는 지지 기반인 보수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다.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일반 대중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신사 참배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가 자칫 '집토끼'를 잃어버릴 공산도 있는 것이다.
이에 아베 총재는 적어도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때까지는 신사참배에 대한 입장을 흐리면서 주변국과의 화해를 시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관측이다. 일년에 한 번 신사를 찾는 관행에 따라 올 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바 있는 아베 총재 내년 연말까지 신사 참배 압력을 피해나갈 명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국내 보수층의 여론을 의식해 야스쿠니 신사에 직접 가지는 않지만 다시는 가지 않겠다는 다짐도 하지 않는 '애매한 태도'로 주변국을 유인하는 경우를 참배 문제의 해결로 받아들일 것이냐에 대해서는 한중 양국 정부가 모두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전후 총리 중 전쟁에 가장 가까운 총리"
한편, '아시아 외교 정상화'라는 실리도 챙기고 총리의 신사 참배를 바라는 보수층의 비난도 피해 나가겠다는 아베 총재의 심산은 야당들로부터도 비난을 사고 있다.
내년 참의원 선거와 내후년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권탈환'을 노리는 야당들은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아베 총재의 '역사인식'과 주변국에 대한 태도를 쟁점으로 삼아 자민당 진영을 포위할 계획이다.
민주당 오자와 이치로 대표는 "자민당식 정치는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은 자민당과의 근본적 차이를 국회에서 국민이 알기 쉽게 전하겠다"고 밝혔다.
공산당 이치다 타다요시 서기국장도 "제2차 세계대전은 잘못된 전쟁이라는 전후 인식의 출발점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사람이 정치의 중심에 앉는 것은 위험하다"고 비판했고, 사민당 후쿠시마 당수도 "아베는 전후 총리들 중 가장 전쟁에 가까운 총재"라며 "아베와의 대결에 집중하는 것을 통해 자유 세력의 대결집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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