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미국 내 한반도 정책 관계 인사들과의 모임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미사일 시험 발사 때보다 훨씬 더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며 "이에 대한 우려의 메시지를 북한과 중국 측에 전달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는 15일(현지시각) 워싱턴 소재 주미 문화홍보원 강연에서 전날 노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설명하면서 "노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시 충격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사일 발사보다) 훨씬 더 파괴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북한에 재앙적인 실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노 대통령의 메시지가 북한에 확실하게 전달되기를 바란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노 대통령이 말한 대로 남북관계에 대한 재평가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의 말로 미뤄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노 대통령은 자신이 다루기에 엄청나게 힘든 일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고 풀이했다.
노 대통령과의 면담에는 그래그 전 대사 외에 토마스 허바드 전 주한미대사,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장,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샌디 버거 전 안보보좌관,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리처드 솔로몬 미 평화문제연구소장, 제임스 릴리 전 주한대사, 웬디 셔먼 전 대북조정관, 돈 오퍼도파 한미연구소장, 찰스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부시, 김정일 악마시해선 안 돼"
이 같은 면담 내용을 전한 그레그 전 대사는 이날 강연을 통해서는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높이는 길 중 하나가 더 많은 제재를 하는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북 강경제재의 역효과를 우려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미국내 대표적 지한파 인사로 2004년 여름까지 총 4차례 북한을 방문했고 다음달 말에도 방북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미국이 더 많은 제재 쪽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이게 서울이나 베이징, 혹은 모스크바에서는 어떤 결과를 빚을지는 모르겠다"며 "'이에는 이' 식의 상황 악화 조치에서 한 발 물러서면 6자회담을 재개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부시 행정부는 김정일이 북한을 계속 지배하도록 놔둔 채 북한의 행태를 변화시키는 것보다는 정권 변화에 훨씬 관심이 많다"며 "리비아의 가다피에게 그랬던 것처럼 김정일을 악마시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거듭 추가 제재 반대와 대화 재개를 주장한 그는 "크리스토퍼 힐은 대단한 외교관이고 대화의 가치를 안다"며 협상파인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더 많은 재량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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