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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의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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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의 고집

팔레스타인과의 대화 <7> 누가 이 동물을 전쟁터로 데려왔나?

나는 이 동물이 좋다. 내게 농장이 있어 이 한 쌍을 기를 수 있기를 늘 바랐다. 이들은 낙타인데, 압도적인 느낌이 없는 낙타다. 낙타보다 작고 등에 혹이 없다. 내 생각에는 신이 낙타의 생김새를 다시 고려해보고는 보다 온화한 사본을 만들어냈지 싶다. 이 새로운 창조물이 바로 라마다. 나는 낙타도 좋아하지만 라마만큼은 아니다. 고대 아랍 문헌은 이르되, 낙타는 태양의 숭배자라고 했다. 새벽녘에 낙타는 고개를 동쪽으로 돌리고 태양의 금빛 원판이 떠오르기를 기다린다. 나는 라마가 안데스 산맥의 눈을 더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라마의 머리털은 눈처럼 희다. 그리고 놀란 듯한 얼굴은 정겹다. 마치 새로운 것에 경탄하는 어린아이 같다. 반면에 수천 년 동안 사막을 여행한 낙타는 모든 걸 다 아는 것처럼 보인다.

레바논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우리는 텔레비전에 내내 붙어 앉아 폭격, 파괴, 학살의 무시무시한 장면들을 지켜보았다. 어느 하루 헤즈불라의 로켓이 이스라엘 북쪽 라마 목장에 떨어지는 짧은 장면이 텔레비전에 나왔다. 로켓이 떨어지기 직전에 한 사나이가 우유병으로 어린 라마한테 우유를 먹이고 있었다. 우리는 로켓은 보지 못했고 소리만 들었다. 그리고 엎어진 우유병과 놀란 라마의 입에서 흘러내리는 우유를 보았다.
▲ ⓒ프레시안

나는 중얼거렸다. 맙소사! 누가 이 가엾은 동물을 안데스 산맥에서 데려다 레바논과 이스라엘 양쪽에서 포화가 쏟아지는 격전지 한 가운데 갖다놓았단 말인가? 그 날 밤 잠자리에 누워 나는 놀란 라마의 입에서 흘러내리던 우유를 떠올렸다. 레바논 전쟁에 대해서 떠올릴 만한 피투성이 장면들은 많고도 많건만, 내 마음은 오직 라마의 엎어진 우유를 되새겼다.

며칠 뒤 이스라엘이 답변을 주었다. 내가 텔레비전에서 본 라마들은 레바논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부대였다! 남부 레바논의 거친 산악 지대에 마주친 이스라엘군은 안데스의 라마를 데려다 대 레바논 전쟁에 쓰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이 동물이 30 킬로그램까지 짐을 질 수 있으며 겸손하고 순종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더구나 이들은 하루에 두 번만 먹이를 먹으면 된다니, 산악지대를 이동하는 병력에 무기를 보급하는 수송 수단이 될 법했다.

내가 텔레비전에서 본 라마들은 목장이 아니라 군부대에 있었다. 나로서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이 추악한 전쟁에서 죽으라고 이 동물을 남아메리카에서 데려온 것이다!

그러나 소식을 듣자니 작지만 아름다운 이 동물은 이 작전에 매우 화가 난 모양이다.

"라마에 대한 엄청난 기대 : 레바논에 침투하는 병사들의 무거운 장비를 나를 것이다. 라마, 낙타과에 속하는 반추 동물로 등에 혹이 없고 낙타보다 작으며, 안데스 지역에서 무거운 짐을 나르는 데 이용된다. 이 짐지기 동물은 레바논의 험악한 산악 지대에서 고된 일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스라엘 국방군은 라마의 지능과 직관을 간과했다. 놀랄 일도 아니지만, 이 동물은 국경을 넘기를 거부했다. 이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려는 모든 노력, 달래기와 작고 큰 막대기로 찌르기 등등은 수포로 돌아갔다." (유시프 사리드, 일간 <하아레츠> 8월19일)
▲ ⓒ프레시안

나는 평화적인 동물이야. 농사일이라면 얼마든지 도울 수 있지만, 전쟁에는 나가지 않을 거야. 아무리 큰 막대기로 나를 강요해봤자 소용없어. 이 평화적인 동물의 고집을 꺾지 못해, 이스라엘군은 할 수 없이 이들을 놔주어 고향으로 돌려보내든지 목장에 보내야 한다.

이런 아랍 일화가 있다. 사람들이 낙타더러 날라고 했다. "날아라 낙타, 날아." 낙타가 답했다. "나는 낙타지 새가 아니야." 이제 이스라엘군은 라마더러 전쟁에 나가라고 했다. "싸워라 라마, 싸워." 라마가 답했다. "싫어, 나는 농부지 군인이 아니야."

나는 라마의 고집스러움이 무척 마음에 든다. 우리 모두 이 동물처럼 해야 한다.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thebridgetopalestine@gmail.com)' 기획·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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