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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불러다 정면에서 소변보나?"

돌봄노동자들, 노동 인권 보장 촉구 회견…20일 돌봄지부 공식 출범

"왜 아무 데서나 엉덩이를 보이고 요양보호사를 불러놓고 정면에서 소변을 보나? 왜 요양보호사 앞에서 환자의 인격을 논하면서, 요양보호사인 나에 대한 예의는 지키지 않나? 요양보호사인 내 앞에서 (신체 부위를) 아무 때나 보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기분 나쁘고 화가 난다." (요양보호사 김숙자)

요양보호사, 간병인, 장애인활동보조인 등의 돌봄노동자들이 5일 오전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돌봄노동자의 노동 기본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6월 20일 국가인권위가 발표한 '요양보호사 노동 인권 개선 권고'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주최 측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요양보호사 표준 근로계약서에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명시 △요양보호사 인력배치 기준 확립 △근로기준법에 부합하는 근로조건 보장 등을 요구했다.

10월 20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공식 출범을 앞두고 열린 이날 기자회견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9월 26일 발표한 '요양시설종사자 처우개선대책'에 대한 반박으로 이뤄졌다.

보건복지부의 처우개선대책은 △시설요양보호사의 평균임금을 157만 원까지 인상 △종사자의 처우 및 고용안정성을 기관평가에 반영해 자율적 처우 개선 유도 △고충상담 전문 인력 배치 등을 골자로 한다.

"돌봄센터 자율적 규제 안 돼…포괄임금제 악용"

김태윤 돌봄지구 집행위원장은 "공공성을 갖는 돌봄기관이 1%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돈을 남기기 위해, 돌봄노동자에게 간병이나 요양 외의 일을 시키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데 자율적으로 규제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평균임금 인상 관련 대책을 촉구했다. "월 120만 원 이하를 받는데 12시간, 24시간을 일한다"고 지적한 김 위원장은 "그것도 안 주려고 포괄임금제를 이용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포괄임금제에 대해 김 위원장은 "기본 8시간 이상 일하면 야간수당 등의 추가 수당을 줘야 하는데 그것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월 얼마로 월급을 고정해놓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돌봄노동자들이 5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노동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남빛나라)

노동 환경 심각하게 열악…"환자 때문에 감염돼도 자비로 치료"

이어 열악한 현장 상황에 대한 노동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이조순 간병노동자는 "시급을 따지면 2500원에서 2700원"이라며 "탈의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얼린 밥을 싸서 병원 배선실에서 먹으며 일한다"고 토로했다.

감염환자를 돌보는 간병노동자의 건강권 침해도 심각했다. 이 씨는 "감염환자를 돌보다 바늘에 찔려서 응급실에 갔더니 안전보호실로 가라고 하기에 그곳으로 갔다. 그랬더니 거기서는 병원 직원이 아니라서 치료해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씨는 "환자 가족이 (환자의) 감염사실을 숨겨서 나중에 이를 알게 된 간병노동자가 검사를 받으려고 했더니 지원받을 데가 없어서 자기 돈으로 검사받는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기본권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병원이 간병인을 직접 고용하고 정부는 노동3권을 보장하라"고 이 씨는 요구했다.

"우리가 파출부냐"…'자식 식당에 가서 일 도와라' 요구도

배연희 요양보호사는 "우리가 파출부냐"며 "함께 사는 자식들 살림해주고 고추장과 된장을 담아서 멀리 사는 자식들에게 택배로 부친다"고 밝혔다. "심지어 자식 식당에 가서 일을 도와주라고 요구한 사람도 있었다"고 배 씨는 덧붙였다.

일을 하다 다치거나 질병을 얻어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다수라는 주장이 이어졌다. "요양보호사 1년이면 모두 골병이 드는데 산재는 거의 인정이 안 된다. 뼈가 부러지고 장기간 입원해야 인정될까 말까다"라고 밝힌 배 씨는 "그나마도 산업재해를 인정받고 나면 업체가 다시는 고용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업체와 고용인이 합심해 돈을 주고받으며 돌봄노동자를 해고한 사례가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12개월 이상 일한 돌봄노동자에게는 업체가 퇴직금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배 씨는 "어떤 센터는 11개월이 되면 어르신 가족과 온갖 수를 짜내서 (돌봄노동자를) 해고한다. 퇴직금이 80만 원이니 가족에게 20-30만 원을 쥐어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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