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근태 당의장의 '뉴딜 투어'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8일 김 의장은 서울 대흥동 경총회관을 찾아 한국경제인총연합회 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의장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다 버릴 각오를 갖고 왔다"며 자신의 '뉴딜' 의지를 강조했지만 선물 보따리를 받은 경총은 투자 보따리를 내놓는 대신에 '좀 더 쓰라'는 식의 답을 내놓았다.
"투자 멍석 깔 테니 경제인들은 마음껏 춤춰달라"
김 의장은 "투자를 거스르는 족쇄는 우리가 풀어줄 테니 여러분은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공격적인 신규투자를 실행하는 데 앞장 서달라"며 "그렇게 해야 기업도 살고 우리 사회도 발전하며, 경제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신뢰를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의장은 "자본시장 개방 이후 주주자본주의의 문제,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 등으로 경영진이 신규투자, 공격적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면서 "이런 압박과 부담을 여당이 나서서 덜어줄 테니 경영자 여러분도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김 의장은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와 같이 비정규직이 일상화, 상시화되는 고용구조에서는 노사화합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비정규직 관련 법규가 정한 범위 안에서 경제계가 비정규직을 비롯한 취약계층 노동자를 품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 의장은 "경제계가 구체적으로 이런 약속을 해주면 우리는 그동안 경제계가 요구해 온 제안을 '통 크게' 수용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당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에서부터 '순진하다', '기업이 원하는 걸 다 주면 정말 기업이 투자를 늘린다는 보장이 어느 있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당 안팎의 비판을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투자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추가성장을 이루는 것 말고는 '길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결단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근태 "취약계층 품어달라"…경총 "근로기준법도 버겁다"
그러나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을 품는 결단을 해달라'는 김 의장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경총은 "근로기준법도 버겁다"고 답했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정년 연장이나 4인 이하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등의 문제는 영세 사업장의 어려운 측면을 충분히 배려해 달라"면서 "국가유공자 의무고용제도도 지나치게 과도한 비율은 시정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유연화를 더 강화해달라는 주문이었던 셈이다.
이 날 경총은 △정년연장 및 연령차별금지 법제화 △4인 이하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적용 △노인수발보험제도 도입 △배우자 출산간호휴가제 도입 △공공부문 비정규직 보호방안 △국가유공자 의무고용제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대책 등이 '문제라며 김 의장에게 해결을 촉구했다. 경총이 꼽은 7가지 문제 가운데 3가지는 비정규직 보호대책이었다.
이에 대해 동석한 제종길 열린우리당 제5정조위원장은 "경총의 요청사항 중에 노동문제와 관련된 것들이 많아서 곤혹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미 추진 중인 사항들이 많이 있으나 규제완화는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며 경총의 요청사항을 경청하고 다시 한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채수찬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이수영 경총 회장, 김문기 대구경총 회장, 박철 경남경총 회장, 이은중 강원경총 회장 등은 외국인 투자 활성화와 국내기업의 외국이전 방지를 위해서는 노사문제 해결이 필요하며 특히 강성노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경총 "세금 든다…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 반대"
또한 경총은 이날 정부의 일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반발했다. 경총은 "정부가 세금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려는 것은 편의주의적 행정"이라며 "소요 재원에 저소득 국민 혈세도 포함되는 만큼 무책임하고 낭비적인 태도"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규직화 핵심 근거로 '업무 상시성'을 제시하게 되면 사실상 노동계가 요구해 온 '사용사유 제한'과 유사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결국 민간기업의 비정규직 고용기피 현상이 이어지게 되고 이는 실업률 증가 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오는 9일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5단체장 간담회를 통해 경제계와 1차 합의를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나온 재계의 요구사항에 노동계의 반발을 살 내용이 많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장 측은 다음 주에는 노동계와 '뉴딜'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정작 노동계에서는 "재벌 비위 맞춘 다음에 도대체 우리와는 뭘 가지고 '딜'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식의 비아냥이 터져나오고 있어 이 역시 전망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자기 회사도 아니고 공공부문의 정규직화 계획에 대해 세금 든다고 반대하는 경총한테 멍석 깔아준다는 사람과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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