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첫 선을 보인 몽골 현대 단편소설선 '샤르 허브의 아지랑이'의 동명 소설은 아들이 있는 가지드마와 도시에 가족을 두고 온 사르후의 짧은 로맨스 스토리다. '고장 난 차가 수리되면 헤어져야 하는' 몽골 유부남 유부녀의 시한부 로맨스의 골격은 미국 아이오와주 외곽을 배경으로 한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꼭 닮아 있다.
아침마다 돌아가기 위해 차를 고치는 사르후를 보며 가지드마는 "저 사람은 남의 남자다. 우리 집에 잠시 머물다 떠나는 나그네다"라고 되뇌지만, 아들이 잠들고 사르후가 곁으로 다가오면 "마악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처럼" 기뻐진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의 애틋하고 아득한 사랑이 예이츠의 시구를 타고 흘렀다면, 사르후와 가지드마의 사랑은 몽골 소설답게도 낙타를 중심으로 표현된다.
사르후와 가지드마가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던 밤에는 "'어, 창피해' 하는 낙타 떼의 되새김질 소리"만 들리는가 하면, 차를 수리하는 사르후에게 아껴두었던 귀한 기름을 내놓을 때에는 "갈색 낙타가 갑자기 슬프게 울면서 고삐 끝을 당기며 도는" 식이다.
편저자가 소개글에서 "몽골인들에게 그리움은 여름 날 소낙비 끝에 초원을 긋는 무지개만큼이나 아름답다"고 하더니, 가지드마 역시 가족과 도시의 품으로 떠나는 사르후를 담담하게 떠나보낸 뒤 그의 그리움은 "샤르 허브를 타오르는 아지랑이에 섞여 아른거리다가 그나마 흔적 없이 사라졌다."
이제야 처음으로 한국에 고개를 내미는 이 몽골의 소설은 '더르즈접드 엥흐벌드'란 작가의 이름마냥 생경하게 다가온다. 그래도 낯선 배경과 낯선 표현으로 그려내는 사랑만은 '매디슨 카운티'에서도, 몽골 사막에서도 싹을 틔우는 인류 공통의 감정이다.
그리고, 생경한 것은 우리 쪽만도 아니다. 도시에 다녀온 가지드마의 아버지는 "이 동그란 것을 떼버리면 좋은 채찍이 될 것 같아서"라며 긴 막대기처럼 생긴 것을 잔뜩 내놓았다. 가지드마는 낙타를 몰러 나갈 때마다 채찍을 잃어버리고 들어오는 아들에게 이 막대기를 쥐어 보낸다. 이 막대기의 정체는?
정답은, 스키 탈 때 쓰는 스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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