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중순 이스라엘의 헤즈볼라에 대한 전면공격이 시작된 직후, 미 부시행정부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파괴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고의로 휴전협상을 늦췄다는 비난을 받았었다. 그런 부시행정부가 이번에는 이스라엘 폭격으로 피해를 입은 레바논 국민들에게 식량과 의약품 등을 보내주겠다는 인도주의적 제스처를 쓰는 한편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지원을 계속하고 있어 '위선의 극치'라는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제3세계 전문통신인 IPS가 4일 보도했다.
부시행정부는 최근 이스라엘의 무차별폭격으로 집을 잃은 레바논 난민들을 위해 식량과 의약품 등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지금 이 순간도 이스라엘의 레바논 폭격에 쓰일 군수물자들이 미국으로부터 이스라엘로 향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영국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열화우라늄 탄두로 무장된 지하벙커파괴용 GBU-28(벙커버스터), 레이저유도폭탄 등 미국의 군수물자를 가득 실은 A310 전세수송기가 영국 글래스고 프레스트위크 공항에 기착했다. 이 군수물자들은 이스라엘 공군에게 전달될 예정으로 중간급유 및 승무원 휴식을 위해 영국에 일시 기착한 것이다.
특히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관련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앞으로 2주 내에 또다른 군수송기 2대의 영국 기착을 영국정부에 요청해 놓은 상태"라면서 "이 비행기들에도 폭탄과 미사일 등이 실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유엔에 근무하는 한 아랍 외교관은 "한편으론 레바논 난민들에게 식량과 쉴 곳을 마련해주겠다고 하면서 바로 그 사람들을 죽일지도 모를 치명적 무기들을 이스라엘게 공급하는 것은 위선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이 외교관은 자신의 국가도 미국으로부터 연간 수백만 달러의 원조를 받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밝힐 수 없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병 주고 약 주고'식의 태도는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에서 배운 것이냐?"고 비꼬았다.
또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이레네 칸 사무총장은 "(무력행사의) 피해자에겐 인도적 지원을 약속하고 다른 한편으로 가해자에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기이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며 "모든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에 대한 군사지원을 즉각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이어 "영국정부는 이스라엘이건 헤즈볼라건 전쟁당사자들에 대한 무기공급을 위해 영국의 공항이나 항구를 이용하겠다는 요청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이처럼 전쟁당사자 한편엔 인도적 지원을, 다른 한편에는 무기를 지원하는 것이 모순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지난달 26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공급은)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 이전에 이루어진 약속을 이행하는 것으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쓰이는 무기들은 폭격기에서 공격용 헬기에 이르기까지 거의가 미국 제품으로 현재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이란, 시리아,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 등 나머지 중동국가들 전부를 합친 것과도 맞먹을 만큼 강력하다.
이처럼 막강한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미국의 아낌없는 지원 덕택인데, 미 의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63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이스라엘에 판매했고, 14억 달러 상당은 무상으로 공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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