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중근 씨의 죽음은 공권력에 의한 살해"
'포항지역건설노조 고 하중근 조합원 폭력살인 규탄 상경투쟁단'의 김진배 단장은 이날 "탈의실이 없어 한 겨울에도 바깥에서 벌건 살을 드러내면서 옷을 갈아 입어야 하고, 시커먼 쇳가루가 날리는 곳에서 도시락을 먹으면서 일하는 포스코 건설 노동자들이 일주일에 하루를 더 가족들과 지내겠다고 하는 게 방패에 머리를 찍혀 죽어야 할 만큼 잘못된 행동이냐"고 물었다. 포항 건설노조원들은 유급 주5일제 쟁취, 다단계 하도급 폐지 등을 주요 요구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 단장은 "하중근 씨의 죽음은 계획적이고 의도된 공권력에 의한 살해"라면서 경찰청장의 사퇴와 하 씨가 머리에 부상을 입고 쓰러졌던 지난 16일 포항 형산 로터리에서 열린 집회 현장 지휘책임자의 처벌을 요구했다.
그는 또 "노무현 정권의 사과, 유가족에 대한 배려, 정부의 유사 사태 재발방지 약속, 건설노동자 탄압 중단 약속을 받아내는 게 우리들이 서울에 온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지난 5월 15일 정리해고 된 뒤 156일째 장소를 바꿔가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ktx 여승무원들도 참석했다. 민영화된 공기업이 자신들이 직접 운영하던 업무를 하도급 업체에 위탁하는 탓에 하루 아침에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한 피해자라는 점에서 ktx 여승무원과 포항 건설노동자는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다.
포항 건설노동자들과 ktx 여승무원들은 이날 집회에서 ▲경찰청장 사퇴 ▲ 구속 노동자 석방 ▲포스코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 분쇄 ▲ktx의 정리해고 철회와 여승무원들의 직접고용 등이 쟁취될 때까지 함께 투쟁하자고 결의했다.
섭씨 30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에 서울역 광장 계단에서 약 한 시간 동안의 규탄 집회를 마친 이들은 이택순 경찰청장 면담을 요구하러 서대문의 경찰청사까지 가두 행진했다. 포항 건설노동자들은 상복으로 갈아입고, ktx 여승무원들은 현대판 노예계약을 강요 당하는 자신들의 처지를 상징하는 칼을 목에 차고 가두 행진을 벌였다.
경찰청 앞에 도착한 이들은 경찰청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한차례 경찰청 진입을 시도했으나 몇 겹으로 막고 있는 전투경찰에게 밀려 결국 경찰청 앞 도로에서 농성을 벌였다.
포항 건설노동자들은 지난 1일 밤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갖는 것으로 2박3일의 상경집회를 시작했다. 이들은 서울역 집회에 앞서 포스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이들은 2일 저녁에도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가질 계획이다.
상경 투쟁 마지막 날인 3일에는 각 언론사와 방송사 건물 앞에서 포항 건설 노조 파업에 대해 왜곡하고 하중근 씨 사망 사실에 침묵하는 보도 행태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오후에는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가진 뒤 포항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포항지역 건설노동자 상경투쟁단장 김진배 씨와의 인터뷰 - 왜 서울까지 올라왔나? "하중근 씨의 억울한 죽음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 경찰의 선처 약속을 믿고 포스코 점거 농성을 풀었는데 58명이 구속되고 4명이 수배되는 등 건설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진행되고 있다.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이런 심한 탄압은 역대 정권에도 없었다. 여기에 더해 포스코는 건설노동자에게 수백억의 손해배상 소송을 해서 조합원 개인재산을 압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 건설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고 한 언론 보도가 틀렸다고 하는 이유는? "공권력과 보수 언론들이 포항건설노조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하는 근거가 엉터리다. 우리가 토목분회의 행정지도 기간 중에 파업을 했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것인데, 행정지도 기간 중에 파업을 하는 게 불법이 아니라는 판례가 있다. 우리는 지난 6월 29일에 조합원 총회를 열어 조합원 67%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고, 법에 정한 조정기간을 거쳐서 합법적 파업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거쳤다." - 포스코 건물 점거는 잘못 아닌가? "우리는 밀려서 그 건물에 들어간 것이다. 7월 11일에 포스코 상무와 포항과 광양에서 온 건설노동자 5000명이 만나 대체노동력을 투입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다. 그런데 7월 13일 포스코에서 버스로 대체노동력을 투입하는 것이 목격됐다. 우리는 포스코에 사과를 요구하러 갔는데, 공권력이 우리를 포위하는 바람에 밀려서 그 건물로 들어갔고 계획에도 없던 농성을 하게 된 것이다." - 하중근 씨가 쓰러진 상황을 설명해달라. "경찰에 밀려 포스코 건물로 들어가는 바람에 준비되지 않은 농성을 8일간 하게 됐다. 포스코에서 단전. 단수를 했고 도시락 반입도 하지 못하게 했다. 가족들이 도시락도 들여가지 못하게 하는 데 항의하는 집회를 했는데 경찰은 임산부도 구타하는 등 과격한 진압을 했다. 이 과정에서 하중근 씨가 경찰에 맞아 쓰러졌고, 병원에 옮겨서 치료를 했으나 숨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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