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쿠알라룸푸르에서 북한이 6자회담 참석을 거부한다면 미국은 북한 대신 호주와 캐나다를 포함시켜서라도 안보회의 개최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6자회담을 원치 않으면 우리는 동북아 안보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다자회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다자안보회의'는 북-미 양자회담을 요구하는 북한과 6자회담이 여의치 않을 경우 북한을 제외한 5자회동이라도 하자는 미국, 그리고 북한을 제외한 북핵회담에는 응할 수 없다며 5자회동을 반대한 중국 간의 주장이 엇갈려 북핵관련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미국 측이 고안해 낸 방안이다.
힐 차관보는 "이 다자회의는 6자회담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더 넓고 미래지향적인 문제들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힐 차관보는 "우리는 6자회담을 비공식으로 열 수 있다"고 마지막까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지만, 같은 시각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북한이 아직까지 참가 의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미뤄 6자회담이 가능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상 북한이 참가하는 6자회담에 대한 기대는 버린 채 다자간 안보회의를 준비 중인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 소식통은 "다자간 안보회의는 6자 회담의 틀을 강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북한이나 중국이 참여하기 수월한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나 핵무기 비확산에 대해 미국보다 완고한 입장을 갖고 있는 캐나다와 호주가 참여한 회의는 오히려 북한에 더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캐나다와 호주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군사 작전에 참여하는 핵심 그룹으로 "국제사회는 핵 등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보다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시로 천명해 왔다.
미국은 이같은 호주와 캐나다를 참여시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문제가 동북아 차원을 넘어 세계적인 안보문제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대북 제재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한국 및 중국을 압박하려는 속셈인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는 이날 "북한은 온통 변명과 구실을 늘어놓으면서 (6자회담에서) 뒤로 물러나는 자세만 보여주고 있다"며 북한을 강하게 비난했다. 북한이 다자간 안보회의에도 끝내 불참할 경우, 이같은 미국의 비난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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