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관방장관이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하기로 결정한 것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태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마이니치신문>은 23일 후쿠다 전 장관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이틀 전인 이달 3일 자신을 지지하는 야마모토 다쿠 중의원 의원(모리파)과 만찬을 같이 한 자리에서 "북한이 곧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정보가 있다"며 불출마 의사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후쿠다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일본을 둘러싼 상황이 매우 곤란하게 된다. 그런 때 굳이 총재선거에 나갈 필요는 없다. 아베 장관이 소신껏 하도록 해주는 게 좋다. 그래서 잘 되면 좋은 것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고, 실제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5일 이후 총재선거에 관한 발언을 일절 하지 않았다.
후쿠다 전 장관은 또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정상끼리는 물론 국민끼리도 서로 감정적이 되는 것은 최악"이라며 기존의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내가 출마하면 야스쿠니 문제를 놓고 국론이 양분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론이 분열되면) 대(對)중국관계에도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도 외교에 일가견이 있는 후쿠다 전 장관을 불출마로 몰아넣은 결정타가 하필이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라고 지적했다.
후쿠다 전 장관은 대북 강경론과 한국과의 독도·과거사 갈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는 온건파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랬던 그가 북한 미사일 문제와 야스쿠니 참배 문제를 이유로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총재 당선이 확실시된 아베 신조 관방장관의 강경 드라이브는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아베 전 장관이 경쟁상대인 후쿠다 전 장관이 사퇴하면서 지지층 결집에 대한 부담을 덜고 한층 여유있는 자세로 대외관계에 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베 장관이 23일 오는 8월 15일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않고 총재 선거에서도 이 문제를 쟁점화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은 이같은 '여유'를 반영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아베 장관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서도 "그가 논리적으로 이야기 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북한의 이달 초 미사일 발사와 지난 93년 이후 계속되는 핵문제는 모두 미국과 직접 협상할 기회를 갖기 위한 목적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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