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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에 밀어닥친 카스트로와 차베스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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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에 밀어닥친 카스트로와 차베스 열풍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178> 남미공동시장 정상회담 (하)

메르꼬수르 정상회담 결산

"제30차 남미공동시장 정상회담은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쿠데타와 같은 충격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아르헨티나 꼬르도바 정상회담을 현장 취재한 현지기자단이 내린 결론이다.

이는 쿠바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고 미국의 뒷마당이라는 중남미 대륙에서 민중혁명의 교장선생으로 군림해온 피델 카스트로를 고사시키기 위한 초강대국 미국의 대 쿠바 무역금지조치를 무력화시킨, 남미공동시장과 쿠바의 무관세 교역 성사를 두고 나온 말이다. 또한 힘을 앞세워 미주대륙자유무역협정(FTAA)을 개별적으로 추진한 미국의 끈질긴 회유를 물리친 파라과이와 우루과이 정부의 결정을 두고 나온 상징적인 평가라고도 할 수 있다.

중남미의 정치·경제 통합을 외치며 21일 이틀 일정으로 개막한 메르꼬수르 정상회담이 숱한 화제를 뿌리며 현지 민중단체 지도자들과 대학생들의 환호 속에 43개 항에 이르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폐막됐다.
▲ 아르헨티나 꼬르도바에 모인 중남미 정상들. ⓒ김영길

특히 이번 회담은 쿠바 피델 카스트로 의장의 참석으로 세계언론들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반미와 반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의 물결이 아르헨티나의 교육·공업도시 꼬르도바에 넘쳐났다.

쿠바를 포함한 중남미 8개 국과 멕시코, 파키스탄 등이 대표단을 파견한 아르헨 정상회담은 중남미 국가들이 정치적으로 화합과 통합을 이루는 주춧돌을 놓았으며 경제적인 통합의 로드맵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약소국으로 분류되어 메르꼬수르 정회원인 것을 부담스러워해 왔던 파라과이와 우루과이 정상들은 '남미는 하나의 몸과 같은 존재'라며 '상호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나타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국가간 정상회담이라기보다는 이웃간의 단합대회 같은 분위기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속개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제안한 대다수의 의제들이 별 반대 없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다만 현지기자단의 최고 관심사였던 중남미를 가로지르는 가스관 공사 문제는 대선을 앞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제동을 걸어 추후 실무자들 간에 실질적인 협의를 계속 하기로 하는 선에서 마무리 됐다. 이 거대한 가스관 매설 공사가 아마존 유역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남미의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과 브라질 국내의 반대여론을 의식한 룰라 대통령은 대선이 끝난 후에 본격적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했고 차베스가 이를 받아들여 최종합의가 미뤄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룰라 대통령은 속전속결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차베스 대통령을 상대로 적절한 비유와 농담을 섞어가며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 취재기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더욱이 꼬르도바 현지에 모인 8개 국 정상들 가운데 유일하게 통역을 통해서 연설을 해야 하는 불리한 조건(남미 국가들 중 브라질만 포루투갈어를 사용함) 속에서도 시종일관 주변을 압도하는 분위기를 연출해 취재기자들은 '룰라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고 놀라워했다.
▲ 피델 카스트로에 쏠린 현지기자들의 관심. ⓒ김영길

한동안 지도력까지 의심받으며 브라질 정치권의 부정부패 사태로 노심초사하던 룰라 대통령은 차베스를 압도하며 정상회담장 분위기를 이끈, 자신에 찬 모습을 브라질 전역에 생중계를 통해 선보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메르꼬수르 정상회담의 최대 수혜자는 룰라 대통령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꼬르도바 회담장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브라질 유력 언론사 기자들은 "이번 남미정상회담의 결과와 진행상황이 룰라 대통령에게 오는 10월 대선에서 상당한 득표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것이 차베스가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인지 아니면 룰라의 본 모습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번 꼬르도바 정상회담장에서 룰라 대통령은 "역시 중남미 최대국가의 원수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남미 정상들이 합의한 공동선언문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요약하면 '오는 12월 31일까지 남미공동시장 의회를 창설한다는 것과 남미 지역의 재정적인 독립을 위해 '남미개발은행' 설립을 명문화했다는 점이다. 또한 '디지털 메르꼬수르'를 위해 IT산업의 신기술을 과감하게 도입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중남미 정상들은 이어 '중남미 국민들은 하나'라는 일체감을 심어주기 위해 '우리는 메르꼬수르입니다' 라는 홍보프로그램을 각국이 강력하게 추진한다'는 데에 한 목소리를 냈다. 또한 남미공동시장 국가들은 베네수엘라의 유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는 선언도 추가했다.

'아르헨 민중들을 들뜨게 한 카스트로와 차베스'

한편 평화스럽던 아르헨티나 중부지역 꼬르도바 시가 카스트로와 차베스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중남미 지역에서 이들이 가는 곳마다 얼굴이라도 한번 보려고 군중들이 몰려들고 "피델"과 "차베스" 연호 속에 환호가 넘쳐난 이유는 무엇일까.

카스트로와 차베스는 21일 정상회담이 끝난 후 중남미 민중지도자들과 인권단체들 초청으로 꼬르도바대학 캠퍼스에서 대규모 군중집회를 가졌다.

정상회담장에서는 우루과이와 파라과이 정상들을 끌어안기 위해 미국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던 차베스. 그러나 중남미 민중들 앞에서는 2시간 가까이 미국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카스트로 역시 2시간 가까이 미국 정부가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어떤 테러를 자행했는가를 일일이 열거하면서 쿠바혁명정부를 뒤엎기 위해 케네디 정부시절부터 지금까지 정치·경제적인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 카스트로와 차베스를 만나기 위해 꼬르도바 대학 캠퍼스에 몰린 대학생들과 사회단체 지도자들. ⓒ김영길

10만이 넘는 군중들이 운집한 꼬르도바대학 캠퍼스 현장에서 만난 대다수 시민들은 "이 두 영웅들이 서민들의 민생을 챙기고 어려운 민중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기 때문"에 중남미 민중들이 열렬한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라틴아메리카에서 피델과 차베스 같은 정치적인 지도자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는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다.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설립된 대학인 아르헨티나 국립 꼬르도바대학은 역사적으로 '중남미 민중운동의 메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카스트로와 차베스가 이 대학 캠퍼스를 연설장소로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현지에 파견된 내외신기자단 역시 카스트로와 차베스의 행보와 발언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카스트로는 내심 이런 환호가 싫지는 않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서방언론들을 향해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최근 서방언론들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건강악화설을 의식한 듯 "나는 거의 매일 (서방언론들에 의해) 죽는다" 며 "나를 암살하기 위한 시도가 수백 번도 넘게 있었지만 나는 이렇게 건강하게 생존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카스트로는 미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을 언급하며 미국이 자신과 쿠바인들에게 자행한 테러(쿠바 민항기 폭파사건)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테러로 규정하기도 했다.

카스트로는 이어 "내가 꼬르도바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도 나의 참석을 확신하지 못 했으며 나 자신까지도 이곳에 오게 될 줄 모를 정도였다"면서 "미국은 이번 중남미 정상회담과 정치적인 연합을 방해하고 있으며 이번 회담 자체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 남미공동시장 정상회담 매인 프레스센터에서 필자. ⓒ김영길

차베스는 미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아르헨티나는 물론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국가들을 오랜 기간 동안 경제적으로 압박했던 것은 '죄악'이라고 평가하고 남미공동시장을 무너뜨리고 미주지역자유무역협정(FTAA)을 추진했던 미국의 노력은 이제 사실상 끝이 났다고 장담했다.

아르헨티나에 이어 남미공동시장 회장국이 된 브라질의 룰라를 향해 차베스는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룰라가 승리할 것"이라고 반복해서 주장해 주위의 박수를 유도하고 "유럽연합이 석탄과 철강을 매개로 연합을 이루었듯이 중남미는 석유와 가스를 축으로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스트로와 차베스는 22일 중남미 혁명영웅 체 게바라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집이었으나 몇 년 전부터 체 게바라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알따 그라씨아를 방문, 혁명동지로의 예를 갖추는 것으로 아르헨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편 아르헨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720Km 지점에 있는 꼬르도바 시에는 한국인 이민자 60세대, 25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지역 한인회를 이끌고 있는 정형진 회장(42)은 "매번 아르헨에서 열리는 정상회담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이어지는 대규모 시위와 약탈사태 등을 염려했는데 이번에는 수십만의 시위대가 모였는데도 아주 조용하게 끝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해 부시 미 대통령이 참석했던 마르델 쁠라따 미주정상회담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평화로운 모습이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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