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장마철도 결국은 끝이 있기 마련이다. 비가 그치고 쨍한 무더위가 시작되는 8월은 그야말로 '휴가'를 위해 있는 달이라고 할 만하다. 산으로 바다로 남의 나라로, 그도 아니면 방에 '콕' 처박히는 것으로, 가지각색 휴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또 다른 휴식처로 '극장'을 추천한다. 일 년 열두 달, 흔하디흔하게 볼 수 있는 영화들을 또 보라는 건 아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도, 대작 한국영화도, 오싹오싹 공포영화도 아닌, 여름 휴가철에 딱 맞는 '맞춤 영화 메뉴'들이다. 휴가철 여행 티켓 사이, 살짝 끼워 넣으면 더욱 행복해질 작품 목록을 소개한다.
. 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www.cinematheque.seoul.kr)는 50여 편이 넘는 고전, 예술 영화들을 소개하는 '시네바캉스 서울'을 7월 25일부터 8월 24일까지 한 달간 진행한다. 상영작 모두 빼어난 작품들이지만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에릭 로메르'의 작품들. 에릭 로메르의 예리하고 섬세한 감각으로 잡아낸 인간 내면의 풍경이 8편의 이야기 위에 펼쳐진다. 60년대 만들어진 '도덕 6부작' 중 <수집가>(67)와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68)이, 80년대 작업한 '희극과 격언 6부작' 중에서는 <해변의 폴린느>(83)와 <녹색광선>(86)이 상영된다. 여기에 90년대 이후 만들어진 4편의 계절 이야기가 덧붙여져 있다. 마릴린 먼로, 잉그리드 버그만, 험프리 보가트 등 '불멸의 스타'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다시 만날 수도 있다. 빌리 와일더 감독의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는 마릴린 먼로를, 마이클 커티즈 감독의 <카사블랑카>에선 잉그리드 버그만과 험프리 보가트의 완벽 연인 호흡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한여름엔 공포영화가 제 맛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 걸작 공포영화들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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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브라우닝 감독의 <프릭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캐리>,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공포의 휴가길> 등이 호러와 오컬트 영화의 옛 맛을 즐기게 해줄 작품들. 반면 최신 호러영화의 매력을 가늠할 기회도 준비되어 있다. 2005년 10월, 미국 '쇼타임' 채널을 통해 방영된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리즈 13편이 모두 상영되는 것. 다리오 아르젠토, 존 카펜터, 스튜어트 고든에서 미이케 다카시까지,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소름이 돋는 호러의 제왕들이 만들어낸 최신 공포영화가 총출동한다. 공포영화의 묘미와 더불어 뮤지컬 영화의 흥겨움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빅터 플레밍 감독의 <오즈의 마법사>, 스탠리 도넌 감독의 <사랑은 비를 타고>,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뮤지컬의 진수를 선보이는 작품들. 이밖에도 '시네바캉스 서울'은 1940~1944년까지 프랑스 비시정권 아래 만들어진 명작 5편까지 꼼꼼히 챙겼다.
. 8월 9일부터 14일까지 충북 제천에서 열리는 제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www.jimff.or.kr)는 휴가를 위해 준비된 행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천 청풍호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는 세계 각국의 영화와 음악을 즐기며 휴가를 만끽할 수 있다. 태양이 뜨거운 낮, 극장에 앉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즐기며 볼 수 있는 영화는 세계 27개국에서 온 45편의 영화들. 음악영화제인 만큼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주를 이룬다. 가장 눈을 끄는 건 '모차르트'를 조명한 두 편의 작품. 탄생 250주년을 맞아 전세계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이 재조명되고 있는 올해, 다큐멘터리 감독 래리 와인스타인은 모차르트에 미친 각양각색의 사람들에 포커스를 맞춘다. 우주비행사, 은퇴한 팝 가수, 컴퓨터 엔지니어, 스위스의 전직 교사에 이르기까지 <모차르트를 위하여>는 모차르트를 추억하는 수많은 이들의 생생한 추억담이다. 단편 옴니버스 <1분짜리 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에서 활동 중인 28명의 감독들이 애니메이션, 실험영화, 다큐멘터리, 극영화 등 장르 구분 없이 스케치한 모차르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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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밥 딜런'을 소재로 한 두 편의 영화 <밥 딜런의 전설: 루빈 '허리케인' 카터>와 <매드하우스의 밥 딜런>, 브라질 최고의 인기 가수 제제 디 카마르고와 루치아노 형제를 소재로 한 <프란시스코의 두 아들>, 1920년대 무성영화 실황 연주가인 빌리 좀머펠트의 삶을 담은 <침묵의 소리> 등이 상영된다. 또한 탱고, 삼바, 보사노바에 이르기까지 중남미 음악을 집중 조명한 영화들도 만날 수 있다. 음악영화 이외에 제천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영화들은 즐거운 휴식에 동반자가 되어 줄 수 있는 코미디와 가족영화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사노 타다노부가 뽀글이 아줌마 파마 패션을 선보이는 사토 사키치 감독의 <도쿄 좀비>, 아드리아 해변의 다양한 휴양객들이 펼쳐 보이는 슬랩스틱 코미디 <체코식 바캉스>, 외계인들과 지구인의 유쾌한 한판승을 그린 터키 오메르 파루크 소락 감독의 <고라 행성의 불청객> 등이 유쾌, 상쾌 휴식을 도와줄 작품들이다. 제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다양한 뮤지션들이 선사하는 음악 선율. 청풍호수에 서늘한 밤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시간, 국내외 뮤지션들의 다양한 음악 공연이 펼쳐진다. 델리스파이스, 러브홀릭, 윈디시티, 그리고 윤도현 밴드 등이 매일 밤 아름다운 음악 선율을 선물하고, 이에 더해 세계적인 재즈 보컬 로라 피지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마련돼 있다.
. 너무 더우면 잠도 잘 오지 않는 법. 한여름 뜬 눈으로 지새우는 분들을 위한 영화제가 있다. 제3회 XTM 올빼미영화제(www.xtmtv.com)는 7월 26일부터 8월 23일까지 서울, 대구, 대전, 광주, 부산을 돌며 심야 영화 보기를 진행한다. 케이블 TV채널 XTM이 주최하는 올빼미영화제의 특징은 따끈따끈한 최신 개봉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홈페이지 응모를 통해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올빼미영화제의 개막작은 이준기, 이문식 주연의 <플라이 대디>가 선정됐다. <플라이 대디>는 7월 26일 CGV 압구정에서 열리는 개막식에서 상영돼 8월 3일 공식 개봉하기 이전, 일주일 먼저 관객과 만난다. 올빼미영화제를 통해 만날 수 있는 한국영화들은 임수정 주연의 <각설탕>, 김승우, 장진영 주연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류덕환의 씨름선수 되기 <천하장사 마돈나>, 오미희의 공포영화 <스승의 은혜>, 한국 뮤지컬 영화의 새 장을 연 <삼거리 극장> 등이 마련되어 있다. 신선한 일본영화들도 준비돼 있다.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와 소녀 병기(兵器),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소년의 이야기 <최종병기 그녀>,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리메이크한 나츠카와 슈니치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 초절정 인기 TV 시리즈를 극장판으로 옮긴 <전차남> 등이 그들이다.
모니카 벨루치의 매력이 빛나는 <사랑도 흥정이 되나요?>, 사와지리 에리카의 공포 도전 <유실물> 등 올빼미영화제는 최신작을 주로 소개하고 있지만, 아프리카판 쉰들러 리스트 <호텔 르완다>, 2004년 광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차지한 이탈리아 영화 <애프터 미드나잇>, 샤를리즈 테론, 페넬로페 크루즈의 동성애 연기로 화제를 모은 <헤드 인 클라우드>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들도 상영 목록에 함께 챙겨 넣었다. 올빼미영화제는 만 18세 이상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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