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히로히토(裕仁) 일왕(일본에서는 쇼와 천황)이 A급 전범의 야스쿠니(靖國)신사 합사를 못마땅하게 여겨 참배중단을 결심한 사실이 20일 당시 측근의 메모를 통해 확인되자 여야 정치권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8.15 참배'를 견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궁내청으로부터 '개인의 메모에 근거한 것으로 상세한 것을 알지 못한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참배 여부에 대해서는 "총리 자신이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베 장관은 자신의 참배 여부와 관련해서는 "국가를 위해 싸운 분들에 대한 존숭의 마음, 명복을 비는 마음은 계속 갖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야스쿠니신사에서 A급 전범을 분사하자는 논의에 대해서는 "야스쿠니신사가 판단할 일이며 정부로서 논평할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고, 무종교 국립추도시설 건립론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일본 외무성 부대신은 회견에서 "개인의 메모이며 내용에 대해서 파악하지 못했다"면서도 "다양한 논의가 나올 것 같다"며 분사론의 분출 등 파장을 예상했다.
여야 주요 정치인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8.15 참배를 반대하며 분사론을 주창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규마 후미오(久間章生) 자민당 총무회장은 "합사는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자민당 간사장은 "분사론이 힘을 얻을 것"이라며 "야스쿠니신사가 자발적으로 분사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지적했다.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국립 추도시설을 생각하는 모임'의 회장인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전 부총재는 이번 사건이 야스쿠니문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는 "(쇼와 천황은) 지도자의 전쟁 책임을 강하게 의식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도 "현재 천황이 야스쿠니를 참배할 수 없는 이유의 하나가 A급 전범의 합사 때문"이라며 "참배할 수 있도록 국립추도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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