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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경제제재는 효과적인 정책수단인가

한반도 브리핑 <14> 전쟁 혹은 집권층 강화로만 이어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출한 결의안은 일본이 제출한 것보다는 완화된 수준이었다. 무력공격 가능성을 포함하는 유엔헌장 7장이 삭제되었다. 제재의 구속력도 약화되었다. 유엔의 결정이 아니라, 회원국들에게 요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1998년 대포동 1호를 쏘았을 때 보다는 강경하다. 권고 형식이지만,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물자와 기술의 거래뿐 만 아니라, 금융거래까지도 제재의 내용으로 포괄했다. 미국과 일본은 결의안을 근거로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 된다. 과연 경제제재는 성공할 것인가?

경제제재가 실패하는 세 가지 이유

경제제재는 탈냉전이후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외교수단이 되었다. 경제제재는 제재 대상국가의 태도를 바꾸기 위한 압력을 의미한다. 제재에는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한 무기 금수조치가 있고, 무역과 금융제한조치가 있다.

경제제재는 효과적인 외교수단인가? 탈냉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경제제재가 중요한 외교정책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효과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체로 경제제재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경제제재는 외교적 수단으로 선호되지만, 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경제제재만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유엔 안보리가 발의한 경제제재 중에서 전쟁으로 이어진 경우는 아이티, 이라크, 보스니아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사례에서 경제제재는 군사력 사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만드는 수단이었지, 그 자체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제재가 전쟁의 이전단계라면, 그것을 외교 수단으로 분류할 수 없다. 제재 대상 국가 역시, 협상에 응하기 보다는 군사적 억지력을 강화할 것이다.

둘째, 경제제재는 해당국가의 정권을 약화시키기 보다는 강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북한, 쿠바, 이란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국가들의 권위주의적 지도부는 긴장국면을 정권의 정당성 강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공급부족으로 주민들은 소비생활을 정부의 공적 원조에 의존하게 된다. 정치적으로는 중간층의 몰락을 가져오고, 지식인을 비롯한 두뇌집단의 해외유출이 확대되며, 정치적 반대파가 존재할 수 있는 여지는 없어진다. 비어버린 정치적 공간은 공격적 민족주의가 차지하게 된다. 그것이 북한의 현실이고, 이란이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이다.

셋째, 경제제재는 해당국가의 집권층이 아니라 취약계층에 심대한 타격을 준다. 19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시작된 유엔 안보리의 포괄적 경제제재는 전쟁만큼 가혹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조사에 따르면, 1991년에서 1998년 사이 이라크에서 경제제재로 5세 이하 어린이 50만 명이 사망했다. 1990년 이전과 비교해 볼 때, 영아사망률은 2배 이상 증가했고, 5세 이하의 어린이 사망은 6배 증가했다. 1999년 이라크 어린이의 22% 이상이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렸다. 결국 이라크에서의 경제제재는 전쟁 이전에 이라크 주민의 1/10을 죽였다. 그래서 많은 서구의 양심들은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를 '소리없는 전쟁'이라고 불렀다.

왜 이러한 결과가 빚어졌을까? 경제제재에서 대부분의 금지 품목은 이중용도 제품이다. 민수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군수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문제는 용도판정이다. 탈냉전 이후 미국과 일본 등은 용도판정 방식과 관련해 민감품목의 리스트 방식보다는 '캐치올(Catch-all)' 제도를 선호한다. 리스트 방식은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민감 품목을 대상으로 용도를 판정한다. 그렇지만 캐치올 제도는 식료품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물품의 용도를 포괄적으로 판정한다.
▲ 지난해 11월 15일 이라크 남부도시 나자프의 한 쓰레기처리장에서 이라크 여인들과 어린이들이 물건을 줍고 있다. 지난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후 유엔이 가한 경제제재의 후유증은 이처럼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라크는 앞으로 오랜 세월 '역사의 복수'에 직면할 것이다. ⓒ연합뉴스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 과정에서 취해진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학생들이 쓰는 연필이 금지품목이다. 연필심에 포함되어 있는 탄소를 추출해 비행기에 칠하면 레이더를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이란다. 탁구공은 당시의 상황에서 민간인이 탁구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로 군수용으로 분류되었다. 물을 정수하는 데 필요한 염소도, 청소용품인 합성세제도 금지 품목이었다. 이라크에서 많은 노약자들의 죽음은 부적절한 상하수도 시설과 오염된 물이 빚어낸 결과였다. 물론 심장박동기를 비롯한 의료장비도 포함되었다.

1990년대 후반 경제제재의 비인도주의적인 결과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지자, 미국은 이라크 지도자들에 초점을 맞춘 '스마트한 제재'를 강조했으나, 실질적으로 포괄적인 경제제재는 '스마트'하기 어려웠다.

후세인 정권이 몰락한 현재의 상황에서 이라크의 내전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앞으로 오랜 세월, 이라크는 '역사의 복수'에 직면할 것이다. 그것은 전쟁 이전에 이미 시작된 경제제재라는 소리 없는 전쟁이 남긴 상처라고 볼 수 있다.

경제제재의 성공조건

물론 경제제재가 성공한 사례도 있다. 리비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우다. 리비아 사례는 강력한 인센티브로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게 한 경우다. 리비아가 테러지원을 중단하고,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은 카다피의 후계체제를 인정하고,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와 서방국가들의 경제협력이 보상으로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정치체제의 보장과 경제협력의 가능성이 결국 외교적 해결을 가능케 한 것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에 대한 제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광범위한 국제협력의 틀이 작동되었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는 1977년 남아공에 대해 무기 금수조치와 석유수출 금지조치를 취했다. 결국 남아공은 1991년 인종차별법을 철폐하게 된다. 남아공 사례는 제재의 목적이 분명했고, 제재의 범위가 한정되었으며, 전 세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북한의 경우를 살펴보자.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할 수 있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있는가? 핵문제와 미사일 문제로 구분해서 평가할 수 있다. 핵문제는 주지하다시피 9.19 공동성명에서 북핵 폐기와 상응하는 보상조치들, 즉 에너지협력, 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기만 한다면, 리비아 사례와 비교해서 결코 모자람이 없는 포괄적인 인센티브다.

물론 북한은 9.19 공동성명 이후의 상황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이 6자회담에 불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9.19 공동성명 이후 미국의 협상의지를 묻고 있지만, 현재 6자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다. 북한은 미국의 인권공세와 금융제재를 문제 삼고 있지만,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대로 6자회담 틀 내에서 북미 양자현안으로 다룰 수 있는 문제다. 미국의 입장에서 9.19 공동성명의 정신과 대북양자 정책 사이에는 분명 모순이 있다. 그렇지만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하는 이상, 모든 교착의 책임을 북한이 질 수밖에 없다.

미사일 문제로 넘어가면, 사정은 다르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폭넓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을 북미 양자현안의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사실 관계로 따지면, 부시 행정부가 2000년 11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의 방북 성과로 이어진 북미 미사일 협상의 성과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사태를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결과는 달라졌다.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하고,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국제사회는 북한의 협상의지를 의심하게 되었다.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방북을 통해 중국이 시도한 마지막 중재노력도 북한은 거부했다. 국제적인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의 명분을 북한 스스로가 제공한 것이다.
▲ 미국과 일본은 이번에 통과된 유엔 결의안을 근거로 자국의 대북제재를 강화할 것이 확실시된다. 사진은 지난 14일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는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대사(왼쪽)와 오시마 겐조 일본대사(오른쪽) ⓒ연합뉴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경제제재는 공고한 국제적인 협력의 틀이 있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동북아 상황에서 국제협력은 가능한가? 미국이나 일본은 유엔 결의안을 근거로 자국의 대북제재를 강화할 것이고, 미일 양국의 협력도 확대할 것이다. 일본은 이미 대북 송금금지를 포함한 포괄적인 금융거래 제재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미일 양국은 확산방지구상(PSI)도 보다 구체적인 형태로 확대할 것이다. 그렇지만 대북 경제제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경제교류가 많은 한국과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중국은 우다웨이의 방북에서 중재노력에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국제적인 경제제재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동북아의 긴장을 가져오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북중 경제교류에는 정부 차원의 공적 협력과 민간 차원의 경제거래가 있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찬성함으로써 정부 차원의 공적 협력은 속도조절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북한을 구석으로 몰아가는 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잘 알 것이다. 소비재뿐 만 아니라, 생산재 분야에서도 중국산 제품은 북한에서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 중국이 민간 차원의 경제적 거래를 제한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제재에 대한 한국의 선택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재의 긴장국면을 협상국면으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할 필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렇지만 북한은 벼랑끝 전술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고, 부시 행정부가 어느 날 갑자기 북한과 양자협상을 할 가능성도 없다. 당분간 긴장국면이 지속될 것이다. 미일 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근거로 대북 경제 영향력이 가장 큰 한국의 대북제재 참여를 집중적으로 설득할 것이다.

한국의 최우선적인 입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전쟁의 가능성을 배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국민적 합의다. 일부 보수적인 논자들은 그래서 전쟁이 아닌 경제제재는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앞서 살펴보았지만, 유엔 안보리가 결정한 포괄적 경제제재들 중 다수의 사례들은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 무력개입을 배제한 경제제재 역시 권위적인 정권만 강화시켰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성공한 경제제재라고 일컬어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사례도 특정정책(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한 제한적인 제재였다. 리비아 사례는 경제제재의 효과라기보다는 포괄협상의 성공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경제제재가 아마도 가장 비판받는 점은 바로 인도주의에 반하는 결과 때문이다. 보수적인 입장에서는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무력개입을 통해 정권교체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분리접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인도적 지원의 중단은 이라크 사례에서 분명히 드러났지만, 후유증의 장기지속을 낳을 것이다.

대량살상무기(WMD)와 직접 관련된 물자의 반출제한 정책은 법에 규정된 대로 엄격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산업용이나 인도주의적 용도를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 식량을 비롯한 인도적 지원은 경제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 역시 명심할 필요가 있다. 민간 경제교류는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다만 공적 협력사업은 국면의 성격에 따라 속도조절을 할 필요성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제재의 범위와 대상을 검토하기 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북한을 6자회담장에 데려올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렵고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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