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베네수엘라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비상임이사국 선거를 놓고 세계를 향해 서로가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의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베네수엘라의 안보리 이사국 진출 저지에 총력
오는 10월 비밀투표로 실시되는 유엔 안보리 이사국 선출을 앞두고 미국은 차기 유엔 안보리에서 이란과 북한의 핵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때에 대비해 베네수엘라의 이사국 진출을 차단하기 위해 세계 각국을 향해 치열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 이에 맞서 차베스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은 현재 아르헨티나를 이을 순번제의 비상임이사국 자리를 베네수엘라가 꿰차는 것을 막기 위해 공개적으로 과테말라를 밀고 있다. 멕시코와 콜롬비아, 그리고 유럽 일부와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이 지지하는 과테말라에 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반해 베네수엘라는 카리브연안 국가들과 남미,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지지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과테말라 정부는 미국의 전폭적인 공개지원이 부담스럽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미국의 힘을 등에 업고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와 정면대결 양상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차베스를 지지하고 있는 중미 국가들의 과테말라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부담스러운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 외무부의 북미담당 마리 필리 에르난데스 차관은 최근 현지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 베네수엘라의 유엔 안보리 이사국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세계를 향해 격렬한 압력과 로비를 펼치고 있는 미국의 이런 태도는 비합법적"이라고 비난의 톤을 높이면서, 최근 미국 정부가 '카스트로 이후'의 쿠바 과도정부 수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문제 삼았다. 한마디로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대한 내정간섭을 중지하라는 요구였다. 미국 정부는 지난 10일 카스트로 사후의 쿠바 과도정부 체제를 돕기 위해 민주화 추진기금을 조성한 바 있다.
'차베스의 선거불패 신화 이어질까'
차베스 역시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미국의 이런 태도를 맹비난하면서 "21세기에 미 제국주의는 끝장 날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과도정부 체제나 먼저 챙겨야 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차베스는 이어 "내가 최근 아바나에서 카스트로 의장을 직접 만나보니 그는 아주 건강했다"면서 "카스트로 의장은 100세 이상 장수할 것"이라고 미국의 카스트로 사후의 과도체제 준비를 비웃었다.
베네수엘라 현지언론들은 미국과 대리전 양상으로 변한 베네수엘라와 과테말라의 안보리 이사국 진출 경쟁은 국가의 명예가 걸린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 차베스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부시 대통령과 차베스 대통령의 포기할 수 없는 한판의 정면승부라는 얘기다.
베네수엘라 외무부의 알리 로드리게스 아라께 장관은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유엔이 지금까지 강대국들에 의해 휘둘린 감이 적지 않았다"며 "유엔을 민주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번 안보리 이사국 진출은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라께 장관은 이어 "미국이 왜 한사코 베네수엘라의 안보리 진출을 막으려고 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세계가 베네수엘라를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놓고 "자국 방위를 위한 미사일 실험 발사는 지극히 당연한 것 아니냐"며 "군사적으로 초대강국 미국이 약소국들의 군축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북한측을 지지했다.
사사건건 미국과 첨예한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이런 차베스 정부의 유엔 안보리 진출을 저지하려는 미국이 선거불패 신화를 가지고 있는 차베스에게 첫 패배를 안겨줄 수 있을지가 중남미 지역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중남미 언론들은 세계적인 인물로 부상한 차베스와 세계 초대강국 미국의 대결에 무게를 두며 국제무대에서 차베스의 역량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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