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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사태에 대한 과잉반응을 우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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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北 미사일사태에 대한 과잉반응을 우려함

<시론> '안보위기' 외치기보다 '협상재개 방안' 고민해야

한반도에 안보 강풍이 불고 있다.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에위니아보다 더 강한 바람과 비를 동반한 채 우리 사회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안보 강풍의 내용은 이렇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한반도는 금방이라도 큰 일이 날 듯한 심각한 안보위기를 맞았으며 이에 대한 정부의 늑장 대응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져야 할 본분을 망각한 안보불감증이라는 것이다. 현재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부는 매일 도마 위에 올려져 비난당하고 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안보 강풍에 거스르는 의견을 내거나 좀 더 침착하고 냉정하자고 이야기하면 곧바로 매도당하는 '집단적' 분위기마저 보이고 있다.
  
  과연 안보위기인가?
  
  그러나 곰곰이 차분하게 앉아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분석해보면 과연 지금의 미사일 위기가 과거에 우리가 겪었던 위기상황보다 훨씬 심각한 내용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정부의 대응이 과거의 위기대응보다 훨씬 더 유화적인 기조를 갖고 있는지 헷갈린다. 모든 언론과 온 국민이 나서서 안보 위기를 걱정하고 정부의 무원칙을 개탄하면서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인지 정말 궁금해진다.
  
  지난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당시와 1999년 연평해전 당시 그리고 2002년 서해교전과 그해 10월의 2차 북핵위기 당시와 비교할 때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안보 강풍이 과연 형평성을 갖는 것일까? 오히려 차분하게 따져보면 이번의 미사일 위기는 과거 우리가 경험했던 안보 위기 상황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하고 절박한 내용을 갖는다고 보기 힘들다.
  
  1998년 당시 북한의 대포동 1호 미사일은 1800km를 날아서 일본 열도를 건너 태평양에 탄착했다. 그러나 이번의 대포동 2호 미사일은 미국 정부마저 공식적으로 실험 실패를 확인했다. 스커드 미사일과 노동 미사일은 이미 과거에도 북이 시험발사를 했던 경우이다. 특히 2차 북핵 위기 이후 북미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북은 몇 차례에 걸쳐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곤 했다. 2003년에도 세 번에 걸쳐 동해안에서 실크웜 지대함 순항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2005년에는 소련제 단거리 미사일 개량형인 KN-02를 발사했으며 금년 3월에도 사정거리 120km의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물론 이 때마다 우리 군 당국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안보상황에 철저히 대비해 왔다. 그렇다고 북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국가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1999년의 연평 해전은 북한 함정과 직접 교전을 한 군사적 충돌 상황이었고 2002년의 서해교전은 우리 아군이 목숨을 잃기도 한 전형적인 군사도발 사태였다. 그러나 두 번의 서해교전에서도 우리 정부가 단호한 대응을 하긴 했지만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쌀과 비료 지원같은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최근의 가장 심각한 안보 위협은 바로 2002년 10월 북한이 농축 우라늄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2차 북핵위기였다. 플루토늄 핵무기 문제도 말끔히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이 농축 우라늄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는 이 놀랄 만한 사실은 미국으로 하여금 제네바 합의를 깨뜨리게 만들었고 북한은 이에 질세라 그간의 핵동결을 해제하고 영변의 원자로 재가동을 강행했다. 이처럼 심각한 안보 위협 상황에서도 그 해 10월 말에 개최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는 북한과의 대화가 강조되고 특히 남북관계 지속이 북핵 문제 해결에 유익하다는 공동성명까지 합의해냈다.
  
  결국 최근의 유사한 안보 위기 상황을 돌이켜 본다면 지금의 미사일 사태를 그보다 더한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는 일부의 생각은 분명 '현실 인식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어제 보도된 인도의 핵탑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사실을 접하면서 과연 북의 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한 우리의 위기 의식이 지나치게 과장된 것은 아닌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최근 한반도에 불어 닥친 안보 강풍은 현 상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서 '형평성'을 잃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의 대응에 대한 평가에서도 '형평성'을 포기하고 있다. 마치 정부가 과거에 비해 훨씬 유화적이고 무원칙한 대북 입장을 갖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는데 과연 지금의 대응 방침이 지난 안보 위기 상황에 비해 온건하고 북한눈치를 보는 대응이었는가?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당시 정부는 그 다음 날에 통일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고 국가안보회의 상임위원회 회의는 9월 17일에 열렸다. 그리고 대포동 발사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1999년 연평 해전과 2002년 서해교전 역시 북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입장 표명과 사과 요구와는 별도로 진행되던 남북관계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2002년 10월에 불거진 2차 북핵위기 당시에도 김대중 정부는 남북관계 지속을 통해 핵문제 해결의 적극적 역할을 추진했다.
  
  한ㆍ미ㆍ일 정부 중 '쌀ㆍ비료 지원' 중단한 한국측 대응이 가장 강경
  
  오히려 냉정하게 따져보면 이번 미사일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침이 그동안의 사례와 비교해 본다면 가장 강성 기조였다. 쌀과 비료라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을 중단한 것은 극히 이례적일 정도로 강력한 대북 제재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는 대북 제재의 내용과 비교해 봐도 한국 정부의 지원 중단 방침이 사실은 북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는 것이다.
  
  지금 미국의 부시행정부도 사실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논의 외에는 별다른 채찍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하는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일본이 신속히 내놓았다는 만경봉호 입항 거부와 인적 교류 제한 역시 기존의 금융제재 및 선박 제재 등에 비하면 놀랄 만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정부가 방침을 정한 비료 추가 지원 및 쌀 차관 중단이 북에게는 가장 큰 채찍이자 경제적 손실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사회는 온통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유화적이고 미지근하며 애매하다는 비난을 연일 퍼붓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지나치게 유화적이고 온건하다는 평가는 분명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형평성'을 잃은 처사이다.
  
  필자는 지난 주 금요일 서울방송(SBS)의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큰 곤욕을 치렀다. 남북관계를 더 진전시키지 못하고 한국 주도의 한반도 정세를 이끌지 못한 노무현 정부에게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필자가 공교롭게도 그날 토론에서는 강경한 대북 정책을 주장하는 상대 패널 교수와의 설전에서 현 정부를 옹호하고 변호해야 하는 묘한 전선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현 정부의 적극적이지 못한 대북정책을 비판하고 이번 미사일 사태에 대해 쌀과 비료의 지원 중단을 내린 정부 결정을 비판하는 필자였지만, 우리 사회에 이미 형성된 위기 의식과 대북 적대감 그리고 현 정부의 화해협력정책에 대한 비판 분위기 앞에서는 오히려 지금의 기조만이라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게 급선무였다.
  
  이번 미사일 사태가 분명 북한의 군사적 도발 성격이 강하고 한반도에 위기를 고조시키는 위협 행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일부에서 주장하고 조장하는 것처럼 당장에 큰일이 날 듯한 심각한 위기상황이라는 인식과 곧바로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북을 혼내줘야 한다는 주장은 분명 과도하다.
  
  분명 형평성을 잃었다. 일본과 미국의 대응과 비교해 봐도 형평성을 잃은 게 분명하다. 미국이 대북 제재를 거론하지만 결국 6자회담 복귀라는 외교적 틀로 북한을 끌어들이려는 모습도 결국은 이번 미사일 사태가 북한의 무모한 도발이지만 당장 결딴날 만한 위기이거나 당장 북을 끝장내야 하는 국면이 아님을 역으로 입증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과도한 위기 조장과 이에 바탕한 과도한 대북 강경책을 주장하고 있다.
  
  남북관계 진진시키지 못한 현 정부에도 일부 책임
  
  그런데 이같은 위기 코드의 여론에 대부분의 국민이 동의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왜일까? 무엇보다 현 노무현 정부에 대한 총체적 실망과 반감이 강해서 그 정서가 대북정책 전반에까지 투영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사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초 대북송금 특검을 수용함으로써 북으로부터 반감을 사기도 했고 이라크 파병을 단행했으며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그리 큰 의욕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노무현 정부의 소극적 대북정책에 대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국민들은 지금의 정부에 대한 정치적 반감이 확산되면서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일반적 반대 여론이 그대로 투사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실제에서는 과거보다 북에 대해 지나치게 퍼준 것도 많지 않은데도 국민들은 대통령의 2004년 LA 발언이나 지난 5월달 몽골 발언 등을 기억하면서 마치 북을 편들고 북에 대해 엄청난 양보와 지원을 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현 정부에 대한 정치적 불신과 반감이 이번 미사일 사태로 인해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여론으로 확산된 측면이 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최근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반북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한 측면도 있다. 지난 김대중 정부 시기는 이제 막 남북이 만나는 시기였고 따라서 남북의 화해와 협력 그 자체가 신선하고 설레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정상회담 이후 6년이 지나면서 남북관계 자체도 시들해지고 국민 여론도 북에 대한 피로감이 축적된 것으로 보인다. 핵문제는 풀릴 기미가 없고 남북관계의 가시적 진전도 없는 데다가 북의 태도와 언동은 변한 게 없다. 이제 국민들에게 북한은 귀찮고 성가신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같은 남북관계에 대한 피로감이 이번 미사일 사태로 북에 대한 반감으로 급격하게 표출된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불신과 남북관계에 대한 피로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대북정책은 정권에 대한 찬반과 호오(好惡)를 지나 감정적이기보다는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외교안보 분야만큼은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극복할 냉정하고 균형 잡힌 방안을 찾아야 하며 여기에는 여야, 진보와 보수, 친북과 반북의 구분이 따로 없다. 외교안보만큼은 우리가 발 딛고 살고 있는 지금 이 땅의 평화와 미래와 관련된 것이기에 치우침이 있거나 과도함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정치적 의도를 가지거나 감정적 대응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미사일 위기의 본질적 원인을 찾고 그 근원적 해법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위기 조장과 안보 강풍이 아니라 북미간의 의미 있는 협상을 이끌어냄으로써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지리한 대결국면을 끝내는 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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