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중도·개혁 그룹들의 연대체인 '미래모임'이 7·11 전당대회 대표 주자로 내세운 권영세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모임 내에서 '미니 전당대회'까지 거치며 '제2의 오세훈'을 노렸던 권 후보가 정작 본 레이스에서는 지역을 내세운 일부 후보들에게조차 뒤지는 양상을 보이자 '미래모임' 내에서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기적의 드라마"는 어디가고…'당선권'도 불안
권 후보가 '미래모임' 독자후보로 선출된 지난 30일께만 해도 강재섭-권영세-이재오 '3강'이 대표자리를 둘러싼 각축전이 벌일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었다.
연륜이나 개인 인지도를 따지자면 권 후보가 한 수 아래였지만 전체 243개 당원협의회 중 114개의 운영위원장이 '미래모임'에 참여했다는 점이 권 후보의 파괴력을 기대케 하는 요인이었다. 모임 내에서는 유력 후보로 꼽혔던 남경필 의원을 간발의 차로 꺾고 후보가 됐다는 '극적 요소'도 바람몰이에 한 몫 톡톡히 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닷새 앞둔 6일,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지고 있다. 각 후보 캠프에서 대의원 대상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권 후보는 3위권 아래로 내려앉았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5일 발표된 일반 여론조사에서도 권 후보는 4위(리얼미터 여론조사), 5위(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를 차지하는 데에 그쳤다.
권 후보 캠프 관계자마저 "3위와 8위 차이가 10% 안팎"이란 전제 아래 "자체 여론조사에서 5등을 했다"고 밝혔다. 캠프 측은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뒤집으면 '얼마든지 따라 잡힐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위치인 셈이다. '여성 할당'으로 전여옥 후보는 이미 지도부 입성이 결정된 상태이기에 4등은 해야 전 후보의 성적과 관계없이 무난한 당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미래모임' 측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래모임'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권 후보 지원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책을 숙의했다. 모임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권 후보 지지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모임을 주도한 박형준 의원은 "미래모임에서 권 후보를 선출했지만 지원활동이 미비했다는 내부 반성이 있었다"며 "우리 모임의 당권 경선주자로 나선 권영세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미래모임'에 모습을 비치지 않던 원희룡 의원이나 아쉽게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남경필 의원이 앞줄에 서서 "적극적 지지"를 약속했다.
"개혁 상징성 부족" 지적되기도
권 후보의 '중간 성적표'가 여의치 않자 모임 내부에서는 "소장파가 욕심을 부리다 자충수를 뒀다"는 반성이 나오기도 한다.
사실 권 후보가 남 의원을 제치고 단일후보로 결정된 당시부터 남 의원의 당선을 바랐던 개혁파 쪽에서는 "작전세력의 물타기"란 볼멘소리가 적잖이 들렸다.
당초 80여 명 정도가 참여하던 모임을 114명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이미 강재섭, 이재오 후보들에게 '줄을 선' 인사들이 다수 '미래모임'에 가입했고, 이들이 인지도가 높고 개혁성향이 강한 남 의원 대신 권 후보를 '역선택' 했다는 주장이었다.
개혁파 일각에서는 권 후보가 개혁·소장파 세력의 대표라는 상징성이 부족한 것을 불만으로 꼽기도 한다. 권 후보는 각종 토론회나 연설회에서 "소장파가 아닌 중도.개혁세력의 단일 후보"임을 강조하는데, 보수 성향 대의원들의 거부감을 상쇄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되지만 오히려 개혁을 지지하는 대의원들의 호감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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