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대포동 미사일을 정말로 발사했다는 전제 하에 말한다면 그것은 북한이 6자회담을 포기하고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핵이든 미사일이든 6자회담은 필요 없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그동안 해마다 지대지 미사일은 발사해 왔는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대포동'을 정말로 쐈는지가 관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미국의 발표대로 대포동 2호가 맞고 수십초만에 동해상에 떨어졌다면 북한에게 여러 가지로 패착일 수 있다"며 "대포동 1호를 쐈던 98년에도 북한이 사실을 확인하는 데에 며칠이 걸렸던 만큼 사실 확인이 우선 되어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북한 공식발표 및 6자회담 참여 여부 주시"
그러나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이 제안한 비공식 6자회담에서라도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한 대미 압박 수단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박 교수는 "비공식 6자회담이 제안됐고 그 안에서 북미 양자 접촉의 가능성도 있는 상황에서 미사일을 쏜 것은 미국에게 양자 접촉에 들어오라는 제스처"라면서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도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6자회담에서건 어디서건 북한과 양자 대화를 갖는다면 그것은 부시 행정부에게 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에 양자 대화에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그렇지만 미국 입장에서 어떤 자리에서건 당장 북한과의 대화에 나선다면 98년과 동일한 상황에서 동일한 반응을 하게 되는 셈이 되어 대화에 나서기가 곤혹스러울 수 있다"며 "미국이 대화에 나설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은 1998년 8월 북한이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하자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대북정책 조정관으로 임명해 북한에 파견한 뒤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라는 포괄적인 대북 정책을 수립해 양국의 적대 관계를 해소하려는 시도를 했었다.
박 교수는 "따라서 미국은 북한 미사일 발사 결과를 분석해보고 군사적으로 실질적인 발전이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무시 전략'을 계속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또 미사일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더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 "미사일 10기를 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데 대포동이 실패했을 때 가져올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발을 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1998년 대포동 1호의 경우 3~4일 후에 북한의 공식 발표가 있었던 전례로 볼 때 북한의 공식 발표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실제로 쐈다면"이라는 전제 하에 "미사일 문제는 북미 양자 이슈인데 6자회담에 그 문제까지 포함시키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며 "쏘고 나서 6자회담에 나오겠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서 교수는 "미사일 문제는 한편으로 일본과도 관계된 것이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압박을 우선시 하면서도 이슈를 다자화시키려 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미국은 어떤 식으로건 대화를 하려고 할 것"
김연철 고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6자회담 9.19공동성명 이후 교착국면이 지속됐는데 이제는 긴장국면으로 돌입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은 준비하고 있던 제재에 돌입할 것이고 북한은 핵 활동 재개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그렇게 된다면 북미 양측은 '6자회담을 누가 깨려 하는가'라며 책임 떠넘기기를 하겠지만 누구도 먼저 6자회담을 깨겠다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이어 "이처럼 단기적으로는 긴장국면에 돌입하겠지만 6자회담에 다시 들어오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한국과 중국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며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경고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압박을 통해 굴복시키겠다는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고 일단 협상국면을 만드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영구 현대사연구소 이사장은 "비공식이건 공식이건 6자회담을 시작한다면 쏘지 못하니까 시작 전에 감행한 것"이라고 사태를 유추하면서 "그렇다면 거꾸로 이번 발사는 6자회담에 나오겠다는 시그널일 수 있고, 미국도 어떤 식으로건 대화를 하려고 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유 이사장은 "미사일이건 핵 활동이건 북한이 준비해놓고 실행에 옮기지 않은 적은 거의 없다"며 "중거리와 장거리 미사일을 동시에 쏜 것은 철저한 준비를 통해서만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사일 발사를 전후해 미 당국이 '정보놀음'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98년 대포동 1호의 경우 미국이 궤도를 추적하다가 못 찾았고 나중에 추적에 성공한 것처럼 말했지만 여전히 정확한 사실이 성립되지 않고 있는 전례 때문이다.
그는 "일본이 흘리는 정보는 중거리 미사일에 한정된 것일 수 있고, 정확한 정보는 미국이 갖고 있을 텐데 말과는 달리 한국과 일본에 모든 정보를 주지 않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 재미(在美) 전문가는 "미국이 인공위성으로 충분히 확인이 가능한데에도 불구하고 무수단리의 다단계 발사체가 사라졌다는 등의 언급이 없어 의심스럽다"며 "북한이 궤도 추적이 어려운 새벽 3~4시에 미사일을 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