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교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라?…정권에 휘둘리지 말라고 만든 법
강영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상근 변호사는 2009년 교사시국선언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 공무원·교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강 변호사는 "재판부가 마지막에 (교사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말하기를, '교사는 교육활동 본연에 충실하시고 정치활동은 자제해달라'고 했다"며 "재판부의 머릿속에서 '본연의 교육활동'이라 함은, 검인증 받은 교과서 내용만 가르치고 입시에 나오는 내용만 가르치면 되지 왜 애먼 용산 참사를 이야기하고 촛불 시민 연행을 이야기하느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 들어 교사 시국선언으로 100여 명의 교사가 기소되고 20여 명의 교사가 해임된 후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낸 교사와 공무원 수백 명이 기소당하는 등 이명박 정권하에서 공무원·교사 집단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탄압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공무원들이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권에 휘둘리거나 동원되지 않도록 보장해주라는 취지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고 헌법에 명시했다"며 "이런 헌법 취지와는 달리 현행 법률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을 일절 금지한다"고 지적했다.
헌법이 명시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강 변호사는 "학교에서 정치적 수업이 일절 금지되면 결국 금지되는 것은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수업이다"라며 "외관상으로는 무색무취의 가치중립적 학교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학교만큼 정부를 선전하고 홍보하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환경 관련해서 4대강 홍보 내용이 (학교로) 굉장히 많이 내려온다"고 지적한 강 변호사는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청소년의 정치적 결정권을 침해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강 변호사는 "청소년을 여전히 자기 결정 능력이 없는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현상 자체가 교사에게도 함정이 될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 중 핵심은 비판의 자유다. 교사의 정치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토론과 비판을 할 수 있게 하려면 교사가 그 권리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지난 4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장석웅 전교조위원장이 국가공무원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장 이모(54)씨 등 3명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유죄 선고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
"무죄인 줄 알면서 본보기로 기소한 '미네르바' 사건"
사회자 박주민 변호사가 "미국의 인권감시단체인 '프리덤 하우스'가 한국의 인터넷 자유 수준을 우간다 수준으로 분류했다"며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김영홍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인권국장은 2008년에 벌어졌던 '미네르바 사건'을 예로 들어 한국의 인터넷 자유 수준이 어떤 목적으로, 또 어떤 과정을 거쳐 후퇴하기 시작했는지 설명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로 경제 관련 글을 게시하며 인터넷 논객으로 활동하던 박대성 씨는 자신이 올린 280여 건의 글 중 2건의 글에 대해 기소를 당했다. 기소의 근거가 된 조항은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 설비로 허위사실을 퍼뜨린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였다. 2010년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기본법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김 국장은 "실질적으로 국가가 신뢰를 받고 있었다면 이 사람(미네르바)의 주장은 그저 하나의 주의, 주장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니었느냐"며 "미네르바라는 사람이 자기의 주장을 국가와 다르게 얘기했다고 해서 국가가 걸고넘어져야 할 정도라면 그건 국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인터넷 규제가 필요하긴 하지만 (인터넷 규제법) 최초 입안자들은 개인과 개인에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로 규제의 필요성을 말했다"고 인터넷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한 김 국 장은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의 문제는 개인과 개인의 문제는 묻히고 국가와 개인 혹은 거대 기업과 개인의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즈음 조중동 광고제품 불매운동을 업무방해죄·강요죄라고 처벌했는데 상식적으로 이상하다. 원래 소비자운동은 기업에 압력을 가해서 변화시키자는 취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용마 MBC노동조합 홍보국장 역시 "미네르바 사건은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이 사건을 국가가 개인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 국장은 "국가가 무죄라는 걸 알고 구속기소했다고 본다. 무죄 받을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본보기용으로 구속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고소영, 강부자 정권이란 비판을 들으며 거기에 굉장한 충격을 받고 '내버려 두면 안 되겠다'고 느낀 것이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통제, 억제하기 위해 작업에 들어간 상징적인 사건이 미네르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개인을 상대로 국가권력이라고 하는 공권력이 직접 투입돼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 버렸다"고 비판한 이 국장은 "(국민에게) '너희도 이런 식으로 하면 당할 수 있다'는 협박이었고 이게 먹혀든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언론 파업 후원의 밤'에서 파업 언론노조 지부장들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언론계 고민 수준이 10년 전으로 퇴보"
MBC,KBS,YTN,연합뉴스 등 국가가 소유권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 언론사들이 유례없이 연속 파업한 사태에 대해 이용마 MBC노동조합 홍보국장은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서 규제가 신설된 것은 없다. 법안이 생긴 게 문제가 아니라 운용이 문제다"라고 밝혔다.
이 국장은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노무현 시대에 언론계가 가장 고민한 것은 삼성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의 문제였다'고 말한다"며 "노 정부 시대에선 정치권으로부터 언론의 독립이 문제가 아니라 자본으로부터 언론의 독립이 문제가 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자본이 사라지고 정치권력이 전면에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언론계가 정치권으로부터 어떻게 언론의 자유를 회복할 수 있는지를 고민 중이라고 토로한 이 국장은 "(언론계) 고민의 수준이 과거 10년 전 수준으로 퇴보했다"고 언론계의 현 상황을 설명했다.
사회를 맡은 박주민 변호사는 언론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엠비시(MBC)> 'PD수첩' 사태 당시 'PD수첩'이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데 대해 의문을 던졌다.
박 변호사는 "(PD수첩을) 무슨 혐의로 기소할지 궁금했는데 명예훼손이더라. 미국산 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건지 궁금했다"며 "나중에 보니 정책을 입안했던 농림수산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하더라. 이상한 식으로 명예훼손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이에 대해 "법은 원래 왕권을 제한하기 위해 생겨났는데 지금 (이명박 정부는) 거꾸로 국민을 제한하기 위해 법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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