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외무장관이 3일 한국측이 독도 해역을 포함한 동해안의 해류조사를 시작한 사안을 둘러싼 첫 전화회담을 가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소 다로 일본 외상은 반기문 외교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양국이 주장하는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독도(일본명 다케시마) 주변 해역에서 한국이 해류조사를 실시하지 말아달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곤란하다"며 일본의 요청을 거부했다.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의 변수로 인식한 듯
일본은 해류조사를 위해 부산을 출발한 국립해양조사원 소속 해양2000호가 독도 해역에 진입하는 시점에 촉각을 세우며 '대항 해양조사'를 포함한 다각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은 국제법적으로 근거가 없는 나포 등의 강경대응 대신 한국에 '자제'를 요청하면서 국제사회의 여론을 유리하게 이끄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비롯한 일본 고위층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고이즈미 총리는 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도 자제심을 갖고 너무 감정적이 되지 않는 것이 좋다"며 "일본은 적절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관방장관도 이날 "한국의 자제를 촉구한다"며 "서로 제자해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이즈미 총리와 아베 장관이 이처럼 강경대응을 피하는 것은 섣부른 대응이 자칫 9월에 있을 자민당 총재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독도 문제가 "쟁점의 하나로 '아시아 외교 문제'가 떠오른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의 행방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고 전했다. 야스쿠니에 이어 독도 문제까지 시끄러워질 경우 고이즈미 정권의 '아시아 실패'가 총재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외무차관, '해양조사' 검토 내비쳐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본은 한국의 해양조사 강도나 자국 내 여론 추의 등을 보아가며 지난 4월 한국식 해저지명 등록 신청을 저지시키며 포기했던 '수로측량'을 같은 해역에서 실시하는 '대항 해양조사'를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한국이 EEZ가 겹치는 독도 주변 해역에서 해류조사를 단행하면 일본도 대항조치로 4월에 중지한 해양조사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치 차관은 "(한국이) 아직 (EEZ 중복해역에서의 조사를) 하지 않고 있는데 지금부터 '이렇게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대항조사를) 초이스(선택)의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치 차관은 또 9월에 차기 EEZ획정협상이 열릴 예정인 만큼 "그때까지는 일방적인 조사를 자제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3일부터 17일까지 독도 해역을 포함한 동해에서 해류조사 및 수온과 염분 분포 조사를 벌이고 있는 해양조사원이 일정을 앞당겨 일본의 대응 기조가 변하기 전에 독도 수역을 조사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