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고이즈미 '北 미사일 쏘면 MD협력'

금융제재도 논의한 듯…고이즈미 마지막 미일정상회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9일 북한의 미사일 위기와 관련해 "미사일방어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협력은 흥미로운 방안"이라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미사일방어(MD) 체제로 대응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로켓의 인질로 잡힐 수 없고, 미국이나 자유를 사랑하는 어떤 다른 단체도 그럴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따라서 미사일방어체제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하나의 대안"이라며 "북한 지도자는 세계로부터 고립을 원하는지, 국민들을 염려하고 평화를 바라는 나라들 사이의 적극적인 참여자가 될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미사일 발사대에 대한 선제공격론을 일축했던 부시 행정부가 실제로 미사일이 발사될 경우에는 고강도 대응을 할 수 있고, 미사일 문제에 관한 북미 양자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유엔은 우리의 공동 우려를 표명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대북 압박도 추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고이즈미 총리도 '미사일을 쏠 경우'의 대북 압박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는 "우선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을 펼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제하고 "만일 그들이 미사일을 쏜다면 이는 각종 압력을 야기할 것이고, 우리는 다각적인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이즈미는 부시 대통령과 '다양한 압박'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밝힌 유엔 안보리를 통한 압력과 더불어 미일 양국을 중심으로 한 대북 금융제재 방안 등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압박' 일변도 속 대화 참여 유도도
  
  고이즈미 총리는 "북한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밝혀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예상대로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필두로 납치·인권문제, 핵문제 등에 대해 심도깊은 논의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 두 사람은 북한 지도자에게 무엇보다도 미사일 발사는 용납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계속해서 함께 보내는 게 아주 중요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사일 꼭대기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런 설명(브리핑)이 없었으며, 그는 미사일이 어디로 갈 것인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며 북한 지도자가 자신과 고이즈미 총리를 비롯해 이를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미사일의 의도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방안을 거듭 강조한 뒤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되도록 미일 양국이 북한을 고무하고 긴밀한 협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양국 정상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되도록 미일 양국이 북한을 고무하고 긴밀한 협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두 정상은 북한이 2005년 북핵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의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고, 미사일 발사 유예 선언을 계속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납북자 가족을 백악관에서 면담했을 당시의 '감동적인' 심경을 고이즈미 총리에게 설명했다면서, 이는 상상할 수 없는 일로 이같은 일을 저지르는 북한 정권의 본질에 대해 상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역시 '최상급 예우'…고이즈미 퇴임 후 미일동맹 강화 대비
  
  한편 두 정상은 양국이 9.11 테러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북핵문제,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 적극 협력해 온 최대 우방임을 과시했다.
  
  환영식장에는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상하 양원 고위관계자들이 총출동해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방미길에 오른 고이즈미에게 최상급의 예우를 표시했다.
  
  특히 공동성명은 "양국의 강력한 협력관계가 중국의 역동성을 포용하는 것이며,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두 정상이 확인했다"고 밝혀 고이즈미 퇴임 후에도 그가 추진해 온 강력한 미일동맹을 지속하겠다는 미국 측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한중과의 영토 마찰 등 '걸끄러운 이슈'에 대해서는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고이즈미는 미국 방문을 앞둔 28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몇 번을 참배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는 개인의 자유다"라고 말해 신사 참배로 야기된 한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측이 무언가를 요구할 여지를 차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