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가 끝나자 정치권은 대선을 앞둔 정계개편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정계개편을 피할 수 없다는 일반적인 전망 아래 그 주도세력을 두고 '고건발(發)','민주당발' 등 의견이 분분하다.
29일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주최한 '정계개편의 바람직한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으로 정계개편이 촉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X맨' 덕 본 한나라, 당장은 정계개편 논의에서 제외될 것"
발제를 맡은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정계개편의 토대라 할 수 있는 현 상황을 "한국의 양대 정치세력 중 하나였던 민주화 세력의 기반이 현재는 분열되고 황폐화돼 있다"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강남 부동산을 잡겠다고 하지만 부동산 폭등 덕을 본 것은 강남 부유층이고 청와대가 나서 조중동을 반박해도 오히려 메이저 신문들의 입지는 현 정권 들어 재구축되고 있다"며 "현 정권은 자기편을 망가뜨리고 상대편을 승리하게 만드는 'X맨'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당장은 비한나라당 세력들의 통합이나 이합집산이 정계개편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X맨' 덕을 본 한나라당은 당장은 정계개편 논란에서 벗어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지방선거의 지지율을 대선까지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기에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정계개편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서는 "한국의 정당정치는 구조적 한계가 있는 만큼 대통령 중심이든 정당 중심이든 민주적 원리에 따른 책임정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관련제도의 개편이 동반된 정계개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盧, 탈당 후 대권창출 역할 하려 할 것"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으로부터 정계개편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탈당의 명분이 될 것이나 실제로는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회피하고 차기 대권 창출에 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대연정 제안에 대해서도 "이미 지방선거 결과를 예측한 대권 포석형 방책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정치평론가인 유창선 씨 역시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의 당적을 이탈하는 변화가 있어야 정계개편 논의의 명분과 동력이 생겨날 수 있다"며 노 대통령의 탈당이 정계개편의 신호탄일 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 씨는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상태에서 그가 리더로 있는 열린우리당과의 정계개편 논의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라는 인식이 정치세력마다 존재한다"며 노 대통령의 탈당 없이 정계개편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노 대통령이 정계개편을 주도해야할 까닭이 없다"며 "오히려 대통령이 뒤로 빠져야 정계개편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현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반으로 쪼개지지 않는다면 비한나라당의 재집권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인 만큼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한 정치권의 '판 흔들기'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계개편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모든 정치세력이 갈라설 명분을 쌓기 위한 시간"이라며 본격적인 '빅뱅'이 촉발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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