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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公)청회가 아니라 공(空)청회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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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公)청회가 아니라 공(空)청회 될라"

27일 제2차 한미 FTA 공청회 열려

지난 2월 2일 농민단체 등의 저지로 무산됐던 제1차 한미 FTA 공청회에 이어 제2차 공청회가 27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미 FTA 협상 개시 직전에 열렸던 제1차 공청회는 '협상 개시를 서두르기 위한 요식절차일 뿐'이라는 비판 속에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가 단상을 점거해 결국 무산됐다. 또 공청회 내용도 대부분 한미 FTA 체결이 가져올 이점을 홍보하는 내용으로만 채워져,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는 공청회로 볼 수 없었다는 비판도 높았다.
  
  이번 공청회를 주최하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지난번과 같은 물리적 충돌은 없으리라 보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공청회는 한미 FTA에 대한 찬반 토론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각 업계나 협회에서 정부에 바라는 바를 말하는 자리이며 발언자 중에 한미 FTA를 반대하는 측도 공식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만큼 물리적 충돌 없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공청회는 양허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2차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개최하는 공청회라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22명이 각기 10분씩 발언하는 형식
  
  그러나 제2차 공청회가 과연 내실 있게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공청회는 4개 세션에서 서비스업 4개 분야, 농수산업 6개 분야, 제조업 6개 분야 그리고 지적재산권, 정부조달, 노동, 환경 등 총 20개 분야를 다룰 예정이다.
  
  각 세션마다 산업자원부, 외교통상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등 각 부처 교섭 팀장이 나와 협상 경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업계, 관련 이익단체, 협회 등에서 5명에서 7명 가량의 발언자가 나와 각각 10분씩 의견을 말하기로 했다. 정부 측 참가자를 제외하고 발언자는 22명이 될 예정이다.
  
  FTA 범대위 정책기획팀 김동규 상황실장은 공청회 진행 방식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각계에서 한 명씩 나와 자유발언 형식으로 말하는 형식에서 어떤 결론이 가능하겠느냐"면서 "각 분야의 당사자들이 토론을 통해 의견 수렴을 해야지, 정부에서 한마디씩 들어보겠다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말만 공청회(公聽會)일 뿐 공청회(空聽會)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과연 제대로된 공청회 될지"
  
  이날 정부측 관계자를 제외한 발언자 22명 가운데 한미 FTA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사람은 5명이다. 임지애 환경운동연합 기업사회책임팀장, 양기환 영화인대책위원회 대변인, 전기환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남호경 전국한우협회 축산단체협의회장, 윤익로 한국과수농업연합회 회장 등이다.
  
  이들 발언자들은 이번 공청회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진행될지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지재권, 환경, 노동 등을 다루는 제2세션에서 환경 분야를 맡아 발언하는 임지애 환경운동연합 기업사회책임팀장은 "공청회가 제대로 진행되려면 이번 공청회의 목적과 주요 내용 등이 주체측과 참가자 사이에 충분히 공유되어야 하지 않느냐"면서 "그러나 공청회가 내일이지만 아직도 공청회가 전체적으로 어떤 구성으로 진행될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임지애 팀장은 "내일 공청회가 포괄하는 분야도 총 17개에 달하고 발언자들끼리도 서로의 분야에 대해 모르는 데, 과연 제대로된 공청회가 될지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양기환 영화인대책위원회 대변인 역시 "4개 세션으로 진행된다는 정도와 발언 요지를 미리 작성해달라는 요청만을 들었을 뿐 그외 공청회에 대한 상세한 소개는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공청회 무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FTA 범대위)는 공청회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한 한미 FTA 공청회라면 구체적인 정부측 입장과 계획이 공개되어 국민들이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번 공청회는 공청회의 핵심적인 내용인 1차 본협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채 진행된다는 것이다.
  
  FTA 범대위 측은 지난 23일 외교통상부에 서한을 보내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1차 협상안을 26일까지 전면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정부는 1차 협상기간 동안 매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협상의 주요내용을 설명했고, 외교 협상 과정에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국제적으로 확립된 외교 관행"이라며 거부했다.
  
  FTA 범대위 정책기획팀 김동규 상황실장은 "세부적인 수준의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는 공청회에서 무슨 실질적인 논의가 되겠느냐"며 "통상교섭본부는 지난 번 공청회와 같이 요식적으로 공청회를 치르고 제2차 협상에 들어가겠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FTA 범대위는 일단 제2차 공청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생각이다. 그러나 FTA 범대위 관계자는 "공청회가 요식적인 행사로만 진행될 경우 지난 번과 같이 무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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