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공모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된 것은 지난 1월달로 교육혁신위원회가 마련한 교원승진제도 개선안을 토대로 6대 도시에서 토론회를 갖는 등 교장공모제와 교원승진제에 대해 공론화 과정을 거쳤는데요..
지난 5월 말 교육주체들이 조금씩 양보해가며 단일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최종합의과정에서 기존 합의안이 부결되는 등 문제가 커지고만 있습니다. 연공서열 위주의 교장승진제도가 학교발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제도개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좋은교사운동을 펼치고 있는 송인수 대표를 초대합니다.
우리의 교원승진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교장공모제에 대해 왜 쉽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가를 알아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좋은교사운동 송인수대표입니다.
송인수 대표는 1986년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교육대학원에서 교육철학 석사를 받은 후 1989년 신림고등학교에서 첫 교사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삼성고등학교와 구로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오다 교실붕괴의 현실을 보다 못해 1996년부터 좋은교사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2003년 3월부터는 과감히 학교를 퇴직하고 이 운동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 교원정책개선특위에서 위원으로 위촉됐지만, 최근 교장공모제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면서, 지난 12일 사퇴했습니다. 그는 현직교사는 아니지만, 그 어떤 직함보다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송인수 선생님..
박인규 : 상당히 야심차게 제도개혁을 위해서 애써 오시다가 12일에 사퇴를 하시게 돼서 많이 착잡하시겠어요.
송인수 : 예. 많이 착잡하죠. 교원단체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교원승진문제에 대해서 과거 역사.. 언제도 합의한 적 없었던 이 사안에 대해서 합의를 이뤘는데 이게 본회의에서 폐기된 것은 너무나 아쉽습니다.
박인규 : 이해가 잘 안되는게, 보도를 보니까 5월 말에 일단 합의를 하셨다고 하는데 그게 다시 6월 9일에 가서 뒤집혔어요. 어떤 과정을 거쳤길래 이렇게 됐습니까?
송인수 : 5월 26일, 27일에 워크샵을 가지면서 그동안 교원승진제도와 관련된 안을 제출했던 위원들과 다른 위원들이 함께 모여서 최종적인 결론을 내보자는 자리였습니다. 그때 안을 제출했던 위원들과 다른 위원들 10여 명 이상이 모여서 밤샘토론을 했는데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당연하죠. 왜냐하면 승진제와 관련해서 교원단체들 입장이 첨예하게 다르고 교장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다른 상황에서 합의는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사실 그날 밤에 위원들이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열고, 서로 솔직하게.. 개방적으로 논의를 하면서 그 다음날 아침에 극적인 합의에 이르게 된 거죠. 그런데 그 합의된 내용들이 사실상 교육부나 교육학자들과, 그날 참석하지 않은 교장선생님들 이런 분들은 상상하지 못했고, 합의과정에 참여한 저희들도 상상 못했던 전격적인 사항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추인을 받는 자리를 6월 9일에 가졌습니다. 그 추인받는 자리에서 많은 분들이 부결, 폐기하기로 결정했고 실제로 합의과정에 서명하거나 위임했던 13명의 위원들까지도 추인투표과정에 다시 참여하게 만들어서 상당수의 이탈표가 나오게 되고, 이렇게 해서 결국은 부결 폐기된 것이죠.
박인규 : 위임을 받아서 5월 27일에 합의를 봤는데, 그때 참석하지 않은 분들이 6월 9일에 다시 참석해서 추인하는 과정에서 부결이 됐다..
송인수 : 그런 부분도 있고, 합의과정에 참여한 분들도 다시 돌아서게 만든 측면도 있죠.
박인규 : 그렇다면 처음 합의할 때는 23명의 위원 중 몇 분이 참석하신 겁니까?
송인수 : 27일 아침까지 남아계신 분은 11분이었고, 그 전날까지 포함하면 13~14명 정도 됐을 겁니다.
박인규 : 최종까지는 11명.. 그럼 마지막 추인할 때는 어떻게 부결된 겁니까?
송인수 : 일단 합의과정에 참여한 분들도 전부 재투표하게 하고, 비공개로 투표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되면서 이탈표가 좀 나오게 되고. 더군다나 사실 재적의원의 3분의 2가 넘으면 단일안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는데 3분의 2가 넘지 않으면 폐기하자는 결정을 거기서 몇몇 의원들이 중심이 돼서 결의를 하더라구요. 재적위원의 3분의 2가 넘으면 단일안이 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넘지 않으면 폐기라는 말은 있을 수가 없거든요. 그렇다면 그것은 위원회의 활동 자체가 무력화 되는 겁니다. 왜냐하면 합의안이 만들어지기 전에 네 개의 개선안이 제출됐는데,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그 안을 제출했던 위원들이, 우리가 이 합의안에 동의하면서 우리의 기존안을 다 폐기하겠다는 결정을 26일 27일에 한 겁니다.
박인규 : 저는 우선 궁금한 게 말이죠, 워크샵이라고 하셨는데 워크샵이라는 게 합의를 이루는 것을 전제로 하신 건지가 궁금하고..
송인수 : 실질적으로 그날 회의는 실무팀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서 집중논의할 것이기 때문에 6시부터 9시까지는 반드시 참여해 달라고 얘기하면서 투표에 대한 암시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리고 23명 중 13명이 처음 참석하시고 10명이 위임장을 썼다고 했는데..
송인수 : 위임장은 쓴 건 아니죠. 두 분이 위임을 하신 거고, 나머지 분들이 합의과정에 참여하신 거죠. 그래서 제가 12명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구요.
박인규 : 어쨌든 6월 9일 추인하는 과정에서 다시 표결을 해서 부결됐습니다. 그날 불참하신 교육관계자나 교육전문가나 교장선생님이 보시기에는 굉장히 놀랄만한 합의안이 들어가 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어떤 안이기에...
송인수 : 다른 건 없구요. 저희가 합의안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드리면.. 네 가지 사항인데 중요한 것은 두가지 입니다. 현행교원승진제와 교장자격증을 요구하지 않는 학교장공모제. 이 두 가지 중에서 어느 하나도 전면적 시행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현행교원승진제도를 당장 없앨 순 없기 때문에 이건 놔두자. 약간 고쳐서 이것도 진행을 시키고.. 그런데 교장자격증을 요구하지 않는 학교장공모제도 도입을 해서 함께 운영해 보자. 그런 것이구요 두 번째로는.. 그러면 승진제도도 있고 새로운 공모제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제도를 얼마만큼 진입시키느냐의 결정을 비율로 할 것이냐 어떻게 할 것이냐.... 비율로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제안한 것은 제도의 선택권을 교장제도의 최종수혜자인 학부모들에게 맡겨보자. 교사들은 이해당사자니까 합의가 어렵고 학부모들에게 맡겨서 승진제를 선택할지 공모제를 선택할지.. 그렇게 한 번 해보자. 그렇게 되면 이 부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안을 학부모들은 선택할 것이다. 그런 결정이 두 번째 사항인데, 이것을 학부모단체 대표들이 요구한 것이 아니고 교원단체 대표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찬성한 겁니다. 그렇게 해서 타결된 것이죠. 이 두 가지가 핵심인데 사실상 교육부나 교총이나 교장단 또는 교육전문가들이 보기에 교장자격증을 요구하지 않는 학교장공모제가 들어오게 됐다는 사실 자체에 경악한 겁니다. 그게 얼마만큼 들어오느냐는 다음 문제고..
박인규 :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교장이 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보직형 교장공모제에 대해서..
송인수 : 보직형교장공모제는 아닙니다. 그냥 공모제라고 표현하는 게 좋겠습니다.
박인규 : 지금까지는 그럼 자격증이 없으면 교장선생님이 못됐는 모양이죠?
송인수 : 예. 지금까지 교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아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되는데, 근무경력이 한 25년 돼야 되고, 교장선생님에 의해서 받는 근무평정평가.. 근무평정제도에서 점수를 잘 받아야 되고, 연수점수나 가산점을 25년동안 누적관리를 잘 해야 자격증을 받게 되는 겁니다.
박인규 : 근무평정은 어떤 분이 하시는 겁니까?
송인수 : 교감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이 하시게 되죠. 문제는 교직원 70명의 다양한 영역의 내용들을 두 분이 평가하게 되면서 평가의 공정성이나 신뢰성에 많은 교사들이 그동안 의문을 제기했던 것이고. 이렇게 평가를 잘 받았던 교사들이 과연 좋은 교장으로서의 자질이 있느냐. 그런 것에 대해 많은 교원들은 확신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동안 이 제도가 많은 비판을 받아왔죠.
박인규 : 말하자면.. 좀 심하게 얘기하면 평교사들이 평정을 잘 받기 위해서 교장·교감선생님의 눈치를 보고 소신껏 못할 수도 있다.. 그런 건가요?
송인수 : 예.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데 상대평가 점수제거든요. 그러니까 일등수를 받은.. 학교에서 한두 명밖에 없는데, 일등수 받는 한 명으로 진출해야 그 다음 승진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는데, 가장 교사로서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일등수를 받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실제로는 승진대기발령에 임박한 분들이 주로 그 점수를 받게 됩니다. 그러니까 교사들이 실제로 신뢰를 못하죠.
박인규 : 그러니까.. 교장공모제를 하자는 건, 그런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교장으로서의 능력이 있으면 교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송인수 : 그렇죠. 지금의 교장자격증은 실제로 능력있는 교장임을 확인시켜 주거나 보장시켜주는 근거로서의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저희 교원들은 그렇게 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능력있는 교장후보를 실질심사를 통해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더 낫겠다. 이런 생각이고, 그래서 교장자격증을 폐지하는 게 아니라 이 자격증을 요구하지 말고 일정한 교육경력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문호를 개방해서 실질심사를 통해서 후보를, 적격자를 좀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교총이 얘기하는 것처럼 아무나 교장이 되게 하자는 것이냐라고 얘기할 때, 아무나 교장이 되는 게 아니고 능력있는 교장을 발굴해 보자는 것이죠.
박인규 : 저는 궁금한 것이.. 교장공모제를 하면 그 분이 교장으로서의 적절한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어떻게 평가하고 평가하는 주체는 누가 되는 건지..
송인수 : 저희는 우선 지역교육청과 학교운영위원회가 두 주체가 됩니다. 경로는 좀 복잡한데, 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을 추천하는 방식도 있고 지역교육청에서 추천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그래서 두 제도도 경쟁을 붙여야 되는데, 여하튼 학교로 말하자면 학교운영위원회가 중심이 돼서 공모를 받아서 실질심사를 3단계 거치게 됩니다. 그래서 가장 적격자를 나중에 교육감에게 추천하면 교육감이 거기서 한 분을 최종 결정하는 그런 과정인데.. 중요한 것은 실질심사 과정을 얼만큼 내실있게 확보하느냐의 문제고, 그것만 갖춰지면 지금보다 훨씬 경쟁력있는 교장선생님을 저희가 찾아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박인규 : 3단계 실질심사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교사뿐입니까? 아니면 학부모라든가 학생들도 참여하게 됩니까?
송인수 : 교사들도 있고 학부모 대표들도 있고 지역인사들도 있고, 소위 말해서 인사전문가들.. 이런 분들이 골로구 포진이 돼서, 어느 다수에 의해서 휘둘리지 않는 위원회로 구성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앞으로 그 제도에서는 교장자격증을 가진 분이든 공모제를 거친 분이든 실질심사를 거쳐서 교육감이 임명하는 방식이 되겠네요?
송인수 : 예. 그런 방식을 선호하는 거구요. 물론 이 제도도 문제가 있을 순 있습니다. 모든 제도가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승진제가 또 개선돼서 운영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두 제도가 같이 경쟁하면서 학부모들의 선택을 받아야 되니까 생존을 위한 진화의 과정을 철저하게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방식으로 가게 되면 우리 학교교육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켜 줄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말씀하신 중에, 교장공모제 말고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이 평교사에게 평정을 주는 교원승진제도도 조금 문제가 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고치라는 겁니까?
송인수 : 그 평가항목도 사실 교장에 적합한 능력.. 학교경영능력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묻는 질문도 들어가야 되구요. 지금 그 질문이 없습니다. 좋은 교사인지를 묻는 질문만 있어요. 수업을 잘하느냐... 이런 질문 중심으로 돼있으니까, 학교 경영을 위한 질문이 아닙니다. 두 번째로 그 질문에 대한 평가를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1인에 의해서 하도록 지금 법적으로 되어있는데, 학부모들과 교사들에 의한 다면평가적 요소도 상당부분 반영해야 된다. 이런 부분이구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전체적인 공감대가 어느 정도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그런 교장공모제, 교원승진제 개선에 관해서 전교조라든가 교총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송인수 : 전교조와 교육부는 일단 이해관계가 일치하는데, 어쨌든 지금 교육부와 교총은 기존승진제도를 중심으로 모든 걸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초빙제와 공모제를 요즘 논의하지만, 초빙제와 공모제의 핵심은 현행 교장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공모하자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문제가 있는 거고. 이런 자격증체제는 지난 60년 동안 변하지 않고 계속 존재해 왔던,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는 아주 낡고 낡은 제도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데 그걸 보수하는 것이고, 전교조는 교장선출보직제라고 해서 학교에 있는 교사들이 교장을 선출해서 세우자... 이런 방식의 직선적인 요소가 있고. 그러나 최근 들어서 전교조의 일부는, 사실 공모제의 정신이나 시행방식에 상당부분 그것도 괜찮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는데, 여하튼 전교조는 저희가 제안하는 공모제를 신자유주의적인 발상이라고 해서 반대하고, 또 교사 이외 외부인이 공모대상이 되는 것도 반대하고.. 이런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상당히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어렵사리 합의안이 마련됐는데 부결이 돼버렸고, 지금 교육정책개선특위에 있는 위원의 일부.. 송인수 선생님을 비롯한 일곱 분이 사퇴하셨단 말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 안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송인수 : 이것은 어차피 대통령 자문기구인 혁신위의 특별위원회일 뿐이구요, 앞으로 본회의가 있고. 또 그 결정이 어떻게 나더라도 이것은 대통령의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대통령 스스로에 의한 독자적 결정의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저희는 이 합의안의 정신을 철저히 반영한 교원승진제도가 연내 입법화 되는 것에 최종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혁신위 뿐 아니라 대통령과 의회쪽에 계속 요구를 하고, 또 시민운동 차원에서 이것을 계속 확산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박인규 : 송인수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의 생각을, 교장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교장이 되도록 하는 이 부분만 바꿔보자... 이런 것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송인수 : 그렇죠.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교장공모제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서 좋은 교사운동 송인수 대표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좋아하신다니까 송인수 선생님이 바라보시는 오늘의 교육현실이 어떤지.. 그런 말씀을 여쭤보겠습니다. 1996년도에 좋은 교사모임을 만드셨는데 이게 어떤 모임입니까?
송인수 : 저희 모임은 초중고 교사들의 모임이고, 기독교 신앙배경을 갖고 있는 교사들의 연합모임입니다. 회원들이 약 2500명 정도 있구요. 전교조가 한 8만 되고 교총이 한 15만 되니까 저희는 사실 한줌밖에 안 되는 조직이죠. 그런데, 모임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저희가 99년.. 그때 당시 교실붕괴라고 해서 교사의 가르침에 학생들이 도전하고 거부하고, 교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상당히 증폭되는 상황을 보고.. 그러면서 교사들이 수업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고 교사를 국민들이 불신하는 상황들이 우리 교육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저희가 전교조와 교총에, 이렇게 풀면 안 되니까 대안을 좀 마련해 달라고 요구를 했는데도 이 분들이 미온적이어서, 그러면 우리가 나서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조직이구요. 저희는 교직사회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으면서 교사는 교사로서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도록 해야겠다는 차원에서 이 운동을 하면서, 실천과 정책.. 특히 교원정책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한 줌밖에 안된다고 하셨는데, 23만 명 중에 2500명이면 그래도 1%입니다. 상당히 많다고 생각하는데요. 한때는 전교조가 참교육을 지향했고, 아직도 사회적으로는 전교조가 나름대로 상당히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서 열심히 일한다고 보는데... 좀 문제가 있다고 본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어떤 측면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까?
송인수 : 저는 전교조가 참교육운동을 위해서 89년에 참교육을 표방하고 학교의 비민주적인 구조나 잘못된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 나서고, 그것을 위해서 해직되고 또 참교육실천을 위해서 일한 성과는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그 분들의 공로를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합법화되고 나서 굉장히 많은 교사들이 전교조회원이 되면서, 회원에 대한 질관리가 잘 안되고.. 특히 교직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책무성에 대한 요구가 전교조의 합법화 이후로 굉장히 높아졌던. 그래서, 이전에는 교원들이 사회적 약자였기 때문에 다소 문제가 있어도 국민들은 덮어두고 오히려 정부를 비판하는 일에 같이 합세를 했는데, 합법화 되고 나서 교직사회의 언권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국민들이 교직사회의 사소한 잘못에 대해서 엄청나게 준엄하게 책망하는.. 이런 구조 속에서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갱신운동을 하지 않고 계속 정부를 대상으로 비판적인 운동만 해서는 우리가 국민들로부터 고립된다. 그렇게 때문에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자정운동과 실천운동을 하면서 한편으로 잘못된 제도도 바꾸자고 얘기해야 말이 되는데, 그런 일들을 잘 못하면서 계속 제도비판만 해서는 안된다. 그런 차원에서 저희가 끊임없이 얘기를 했는데, 사실 교총과 전교조가 그런 부분에서 대답이 없었죠.
박인규 : 그렇다면 좋은교사운동은, 말하자면 교사들의 자기혁신에 가장 많은 비중을 두는 겁니까?
송인수 : 예. 그것에 거의 80% 이상의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박인규 :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십니까?
송인수 : 저희로서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한 방법은 교사로서의 본업에 충실하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가르치는 일들. 또 아이들의 세계 속으로 깊게 들어가는 일들에 충실하는 실천운동을 해왔고, 그 중에 가장 큰 것이 가정방문 캠페인.. 그래서 저희 학급 모든 아이들의 집에 3,4월에 방문해서 아이들의 형편을 돌아보고 우리와 아이들의 필요를 점검하고 교육적인 개입을 어떻게 해야 될지를 고민하자. 그리고, 그 중에서 정말 고통받는 아이 한 명 정도는 우리가 일 년 동안 이 아이의 보호자가 되는 운동을 하자. 그래서 1대1 결연운동을 하고 있고, 그렇게 하다가 2003년 3월 정도에는 국민들의 불신이 교사들이 수업에 대해서 관심이 없고 실력이 없다는 비판이 많아지면서, 우리의 수업에 대해서 학생들로부터 평가받는 운동도 한 번 해보자. 이렇게 해서 한 몇 년 평가받는 운동을 전개하고, 올해부터는 교직사회의 각종 리베이트, 촌지 근절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저희 어렸을 때는 항상 가정방문이 학기초에 있어서 약간 그랬는데, 지금은 가정방문을 많이 안하시지 않습니까?
송인수 : 많이 안하죠.
박인규 : 원래는 하게 돼있는 겁니까?
송인수 : 원래 하게 돼있는 건 아니구요, 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우리 교육의 전통입니다. 그런데 촌지문제 등이 있어서 서서히 소멸됐고. 그런데 저희가 운동차원에서 끄집어낸 것이죠.
박인규 : 실제로 가정방문을 해보니까 그것이 교육의 질이나 내용을 심화시키는 데 좀 도움이 되던가요?
송인수 : 그렇죠.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의 만남입니다. 만남을 통해서 교육의 필요를 우리가 확인해야 되는데, 가정에 가보면 학교에서 몇 달 동안 아이들과의 상담에서 확인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필요를 우리가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학생의 환경이나 고민을 알 수 있다는 건가요?
송인수 : 그렇죠. 가정방문을 간다면 아이들이 부담스러워 하거든요. 왜냐하면 모든 것이 탄로날까봐. 그런데 가서 실제로 확인하고 그것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정말 신뢰감 있는 처치를 하고, 그것에 대해서 아이들의 행태를 돌아보게 되면 아이들이 교사를 신뢰하는 정도가 엄청나게 높아지는 걸 많이 확인합니다.
박인규 : 선생님이라는 걸 그렇게 자랑스러워 하셨다는데, 2003년에 학교를 나오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송인수 : 이건 좀 모순인데요, 교직사회를 바꾸기 위한 실천운동에 전념하다 보니까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병행하기가 어려워서 휴직을 두 번 해봤습니다. 한 번은 육아휴직을 해봤고 한 번은 부모님 병간호휴직을 통해서.. 다른 휴직제도가 없거든요. 그렇게 했는데 다른 휴직제도의 적용을 더 이상 받지 못해서, 결국 저희 모임에서 선생님들이, 선생님이 좀 퇴직을 해서 이 운동에 전념해 달라고 해서 할 수 없이 제가 퇴직을 했습니다. 퇴직한 후에 일 년 동안은 꿈속에 아이들이 나타나고 선생님들이 나타나고 해서 제가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박인규 : 교사에서 교육운동가가 되신 셈인데 해볼만 합니까?
송인수 : 힘들죠. 아이들 가르칠 때는 알콩달콩한 재미가 있었는데, 나와서 보니까 만날 인터뷰와 토론을 해야 되고 싸워야 되고.. 그래서 마음이 많이 건조해집니다.
박인규 : 좋은교사운동.. 지금 2500명 교사들이 회원으로 있다고 하셨는데, 앞으로 좋은교사운동을 어떻게 끌고 나가실지..
송인수 : 저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교직사회가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그 일에 집중하고. 동시에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 자긍심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운동을 계속 펼쳐갈 겁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교직사회의 부패문제라든지 비리문제에 대해서.. 사실은 많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더 준엄한 잣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학교를 투명하게 만들고 교사를 정직하게 만드는 운동을 계속 해나가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말이죠.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교장능력이 되시는 분이 있다면.. 물론 공정한 평가를 해야 되겠죠. 그게 좀 됐으면 좋겠는데 참 갑갑하네요.
송인수 : 글쎄 말이에요. 저는 반대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지금도 마음속으로 설득이 잘 안 됩니다.
박인규 : 위원회를 통해서는 어려워진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펼쳐나가실 예정입니까?
송인수 : 저희는 학부모단체들과 교원단체들, 시민단체들.. 뜻있는 분들을 좀 모아서 이 합의안이 입법화 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설득해 나갈 생각입니다.
박인규 : 최근에 전교조 위원장 하시고 민주노총 위원장 하시던 이수호 선생님도 학교로 돌아가셨더라구요. 굉장히 좋아하시던데 송인수 선생님도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돌아가실 수 있도록..
송인수 : 그러려면 법을 좀 바꿔야 됩니다.
박인규 : 교육현실이 좋아지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송인수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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