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주최한 '대선승리를 위한 한나라당 발전전략 세미나'에 발제를 맡은 학계 인사들은한나라당이 국가 정체성, 대북관계 등 이념이 갈리는 대목에서 대중을 의식해 온건한 입장에 서 '산토끼'에 욕심을 내기 보다는 고정 지지층의 이해에 충실하는 태도로 '집토끼' 단속에 주력할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촛불시위 참석한 昌, 국가수호세력 실망케 해"
강경근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한나라당은 국가 정체성과 헌법을 수호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2002년 대선 당시 여중생 촛불시위에 참석했던 이회창 후보를 '실패의 예'로 들며 "이 후보의 이 같은 행동은 많은 국가수호세력들을 실망케 했고 그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도록 했지만 그렇다고 소위 진보세력이나 친북 좌파들이 이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헌법수호세력은 세력이라기보다는 우리들의 삶의 터전을 이루는 본질과도 같고 이를 하나의 세력으로 보고 그 표의 많고 적음을 계산할 때 지난 번 대선 필패의 형국은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 역시 '대선 승리를 위해 한나라당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꼽으며 "소위 진보-좌파 진영의 표를 얻기 위해 색깔이 불분명한 회색정책을 제시해서 이념적 혼선을 빚는 일은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 교수는 일면으로는 "합리적인 통일ㆍ외교ㆍ안보 정책을 제시해 반통일정당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환골탈태에 해당하는 한나라당 개혁 프로그램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2007년 대선 승리를 위해 범우파 단일정선이 형성되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며 '집토끼'에 대한 강조도 잊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분양원가 공개? 盧 정권 실패 반복일 뿐"
경제분야 제언을 맡은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은 '친 기업주의'와 '친 시장적 접근'을 주문했다. 권 실장은 "한나라당은 친 기업정책과 성장을 위한 정당임을 당당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특히 최근 개정된 당 강령 중 '대기업에 의한 우월적 지위의 남용과 하도급 횡포를 엄단해 공정한 경쟁풍토를 조성하고 건전한 기업지배구조와 투명한 시장질서를 확립한다'는 부분을 지적하며 "인기를 위해 현 좌파적 시민운동단체들과 참여정부에서 상투적인 용어를 빌려왔다는 인상을 제외하고도 문제가 많은 용어"라고 비판했다.
권 실장은 "이를 두고 '대기업 편을 든다는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전향적인 노력'이라는 식의 소극적이고 비겁한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비지지층의 획득은 실패하면서 지지층의 실망만을 유발시킨다"며 "오히려 당당하게 설득하고 실행과 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권 실장은 또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 그리고 가격의 기능을 신뢰하라"며 "한나라당 정책위원회에서 분양원가 공개와 전매금지를 주축으로 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것은 노무현 정부와 같은 실패를 반복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권 실장은 "한미 FTA 등 시장개방과 세계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개방에 따르는 두려움으로 저항하는 집단을 정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경우에도 지원금 등에 대해 반드시 일몰조항을 적용해 변화와 적응을 강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홍준표 "가해자 박근혜와 피해자 DJ, 화해해야" 이날 세미나 발제자 중 당내 인사로 초청된 홍준표 의원만은 '톤'이 달랐다. 홍 의원은 "2002년에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 승리했다고 '이대로, 이대로'만 외치다가 (대선에서) 패했다"면서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특히 "집권을 위해서는 호남지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광주 민주화운동의) 가해자인 박근혜 대표와 피해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화해해야 한나라당이 집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를 '가해자'로, 김 전 대통령을 '피해자'로 규정한 것 자체가 당내 논란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홍 의원은 "당의 과거 세력, 현상유지 세력, 미래지향 세력들이 서로 비난하거나 서로를 폄훼하지 말고 힘을 합쳐야 집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유례없는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국민은 절대 한 정당에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을 몰아주지 않는다. 지방선거 압승이 우리에게 독이 될 수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홍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 지구당 위원장, 당원들이 하나로 뭉쳐야 하고 철저하게 아래로, 서민에게로 가야 한다"면서 "박근혜 대표 주변에 얼쩡거려서는 대선에서 기약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경선 시기 연기 주장은 패배주의" 한편, 홍 의원은 대선 6개월 전 후보를 선출토록 한 현 규정이 '너무 이르다'는 이명박 시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패배주의적 발상"이라며 날을 세웠다. 혁신위원장으로서 당헌당규 개정작업을 맡기도 했던 홍 의원은 "6개월은 대통령 후보에 대한 국민적 검증 기간"이라며 "흠이 있는 사람은 한나라당이 뽑아서는 안된다, 우리가 흠 있는 후보를 뽑아서 얼마나 고생했느냐"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전여옥 의원을 두고는 "남자 의원들이 남의 눈치 살피며 이미지 가꿀 때 혼자 2년 반 동안 싸웠다. 이런 사람 10명만 있으면 집권은 가능하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홍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 126명이 모두 전사로 나서야 한다"며 '전투력 강화'를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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