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은 1일 "내가 공정경선을 해서 승복 안 한다면 국민들이 볼 때 자기 욕심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라며 "그건 국민적 배신"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가 박근혜 대표로 정해질 경우 이 시장은 '당 밖'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을 강하게 부인한 것이다.
지방선거 유세 중 벌어진 '피습사건' 이후 박 대표의 지지율이 이 시장을 추월하자 정가에서는 이 시장의 '탈당 시나리오'가 공공연하게 거론돼 왔다.
"박근혜, 상처 입고 열정 보인 것이 정치적 효과 발해"
이 시장은 이날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표나 나나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정한 경선의 결과라면 승복하겠다'는 것이 이 시장의 오랜 주장인데, 공정 경선을 확신할 만큼 두 경쟁자간 신뢰관계가 쌓여 있다는 말로 승복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 시장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박 대표의 행보를 적극 옹호함으로써 이 같은 신뢰관계를 방증하는 듯 했다. 이 시장은 퇴원 직후 대전으로 향한 박 대표에 대해 "나라도 갔을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긍정적으로 평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데 대해서도 "본인이 상처를 입고 열정을 보였다는 것이 정치적으로 효과가 있었다"며 박 대표의 공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시장은 본격적으로 대권 도전을 선언할 시기를 두고는 "금년은 지나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지금 대권후보 어쩌고 떠들면 레임덕을 부추기는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이 시장은 다른 주자들을 향해서도 "참여할 때까지는 각자 생업에 열심히 종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6월 말로 마감되는 시장 임기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강북에 있으면서 책도 보고 오는 사람도 만나고 할 것"이라며 "지방 농어촌에 다니면서 체험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기 위함인지 "임기가 끝나면 사무실도 여의도에 두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현 정권이 정치논리로 만든 경제정책은 수정돼야"
이 시장이 현 정권을 비판하는 수위는 높았다. 이 시장은 열린우리당이 참패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노무현 정권의 정치노선에 대해서 거부 반응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현 정부가 양극화 현상을 조장하고 부동산 정책 등 여러 정책으로 없는 사람을 두둔하는 전략을 썼지만 국민들은 정치권 의도를 뛰어넘어 잘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또 "경제정책을 정치논리로 만든 것은 수정돼야 한다"며 "경제정책을 정치논리로 하는 것, 양극화 조정 같은 정책 등은 다소 수정을 해서 경제논리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양극화 정책을 두고는 "이 정부는 해법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재차 비판했다. "양극화라는 용어는 외국에서는 잘 쓰지 않는 말"이라며 "정치적으로 잘 만들어진 용어"라고 꼬집기도 했다.
정부의 강남 대책에 대해서는 "세금을 갖고 해결하겠다는 것은 최악의 정책을 쓰는 것"이라며 "현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이 없고 종합적 경제정책을 쓰는 능력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 시장은 정부의 과거사 청산 방향에 대해서도 "잘못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 정권은 과거 청산 문제를 가지고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한다. 과거는 관용으로 해야 미래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 정권을 비판하는 연장선상에서 자신의 정국 구상도 내비쳤다. 이 시장은 대통령이 된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나라가 작으니까 전 국토가 혜택 받는 사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또 "다음 정권의 과제 가운데 교육에 대한 우선순위가 높다고 본다"며 "일시에 경쟁체제로 다 갈 수는 없어도 경쟁과 평등이 공존하는 쪽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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