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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압승'…당 불화 '毒'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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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압승'…당 불화 '毒'이 될 수도

與 심판한 '민심', "다음은 누구 겨누나"

5.31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의 전대미문의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전국을 싹쓸이한 결과에 환호하기 보다는 이후 불어 닥칠 바람을 주시하며 몸을 낮추는 모습이다. 선거 승리로 고조된 운동력은 '정권 탈환'을 이뤄낼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당 전반의 안정을 깨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지율과 바람, 그리고 '피습사건'이 엮어낸 '대승'
▲ 한나라당은 오세훈 후보를 당선시킴으로써 민심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변화를 보였다.

압승 결과를 두고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공부 열심히 한 학생이 연필마저 잘 굴린 격"이라고 표현했다. 실력과 운이 묘하게 맞아떨어져 예상보다 더 큰 승리를 거뒀다는 뜻이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마의 40%' 선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은 작년 11월. 그 뒤 몇 가지 악재에도 30% 중반 대를 넉넉히 유지하는 고공행진에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리라는 전망도 공고해졌다.

압승의 기반이 된 정당 지지율은 여권 전반을 '무능 정권'으로 낙인 찍는 선거 분위기의 반사효과까지 힘 입었다. 이는 한나라당 지지자 중 44.5%가 그 지지 이유를 '열린우리당이 더 싫어서'라고 밝힌 5월 초 한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여기에 '바람'이 더해졌다. 서울시장 후보를 뽑는 경선을 보름 앞두고 2년 여간 정치일선에서 물러났던 오세훈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극적인 승부 끝에 기존 후보들을 이긴 것이다. '스타성' 면에서는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도 만만치 않았으나 드라마틱한 경선을 거친 '오풍'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오풍'은 물론 대중에게서 시작됐지만 그 바람을 현실화한 주역은 당내 선거에도 여론의 입김이 미칠 수 있도록 여론조사 반영을 제도화한 소장파 그룹과 민심에 유연하게 반응한 당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선거 종반에 발생한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은 굳혀가던 승세에 쐐기를 박았다.

피습 사건 자체는 절대 반복돼선 안 될 불상사였으나 선거 국면에서는 박 대표에 대한 여론의 호감과 동정여론이 열린우리당의 막판 스퍼트 가능성마저 주저앉히는 역할을 해 한나라당의 호재로 작용했다. 이는 열린우리당이 앞서던 대전의 승부도 뒤바꿔놓았다.

'압승', 약이 될까? 전당대회가 시험대

이처럼 한나라당의 대승은 반사효과, 바람, 돌발변수가 얽히고설켜 빚어진 결과이긴 하지만 당의 성과도 분명하기에 '어부지리'로 폄하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에서 얻은 압도적인 지지세를 국민들의 온전한 신뢰로 엮어 집권의 꿈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선거 이후의 행보에 달렸다.

이르면 6월 말께 치러지는 전당대회가 당장 그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대통령 후보 경선을 관리할 지도부를 뽑는 선거라 대권주자들은 출마를 할 수 없다. 그러나 누가 지도부를 구성하느냐는 문제는 당내 경쟁 상의 유불리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에 전당대회가 대권주자들의 '대리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중에도 박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간의 물밑 경쟁이 치열한 만큼 자칫 전당대회가 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하거나 계파 갈등, 유력 주자 '줄서기' 등 구태가 재연될 수 있고, 이는 지방선거에서 받은 국민들의 지지세를 돌려세울 우려마저 큰 것이다.

이에 자칫 과열되기 쉬운 당내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져가면서도 뻔하지 않은 승부를 펼쳐 국민의 관심을 당내 선거로까지 끌고 가는 것이 한 달 남은 전당대회까지의 과제인 셈이다.

일단 이 시장과 가까운 이재오 원내대표의 전당대회 출마가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박 대표를 '대리'할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 대표에게 고배를 마신 바 있는 김무성 의원이 '리턴매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 속에 대권을 바라봤던 강재섭 의원이 당권으로 눈을 돌렸다는 소문도 들린다. 29일로 임기가 끝난 박희태 국회부의장도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대표가 아닌 최고위원 네 자리를 두고는 후보군이 넓어진다. 여성 몫인 한 자리를 두고는 전재희, 전여옥, 박찬숙, 박순자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초재선 그룹들도 당권 의지가 강해 권영세, 심재철, 정병국, 이종구, 임태희, 진영 의원 등이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독이 될까? 대권 주자 경쟁 조기 과열 우려
▲ 박근혜 대표는 유세중 피습을 당하는 불상사를 겪었지만 이는 이명박 시장의 독주 체제를 깨는 원동력이 됐다.

지방선거를 통해 한나라당으로 넘어간 정국 주도권을 어떻게 행사하느냐도 무거운 과제다.

여당에 대한 반감은 이번 선거를 통해 한 차례 걸러진 만큼 민심의 '회초리'는 이제 한나라당을 겨눌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성추행, 공천비리 등 잇따른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던 '지지율의 마술'을 계속 기대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지난 연말부터 한나라당은 사학법 장외투쟁, 본회의장 무력 점거 등 여러 차례 민심을 거스르는 전술을 구사했으나 이에 대한 여론의 심판은 상대적으로 무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큰 승리를 안겨준 뒤 오만한 모습에는 여지없이 응징을 가 해온 민심의 특성상, 이제는 작은 실수를 하더라도 이전보다 더 엄격한 심판에 직면하게 되는 난국을 겪을 수 있는 것이다. 전국 지자체장을 석권한 만큼 '소수 야당'이라며 국민의 동정을 바라던 전략도 폐기해야 한다.

여권이 지방선거 후유증을 극복하고 전열을 재정비하고 나왔을 경우 상대적으로 구태의연하게 비쳐질 한나라당의 모습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당장 새 지도부는 박 대표 체제가 2년 여간 이어지면서 '한나라당 리더십=박근혜 리더십'이란 고정관념의 각질을 깨고 새로운 리더십을 선 보여야 한다.

선거를 거치면서 대권 주자들 간의 역학구도가 깨진 것은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한나라당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피습사건 이후 선두로 치고 나간 박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당권까지 독식할 경우 당내 불안정성은 증폭될 수 있다. 박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당 내에서는 저항군이 형성될 가능성도 높다. 박 대표가 대선가도 상 유리한 고지를 밟을 경우 이 시장이 '당 밖'의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은 당 안팎에서 심심찮게 회자되는 시나리오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만끽하고 있는 압승의 기쁨은 승리에 도취해 도태될 위험성과 전리품을 둘러싼 불화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는 '양날의 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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