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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성은 상품이 아니다"

베트남 여성들 '국제결혼 중개업체 광고반대' 캠페인 벌여

한국에 살고 있는 베트남 유학생, 노동자, 주부 등 50여 명의 베트남 여성들이 20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에 모였다.

이들은 나와우리, 한국여성의전화 등 한국의 시민단체들과 함께 '베트남 여성을 존중하세요','국제결혼 광고는 한국 인권의 현주소'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여성을 상품화 하는 국제결혼 광고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 여성의 대다수는 베트남 전통의상인 아오자이를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입은 아오자이에 대해 "이 옷은 우리가 명절이나 졸업, 공식행사 등 자랑스러운 날에 입는 베트남의 아름다운 전통의상"이라고 소개하면서, "그러나 한국에서는 국제결혼 중개업체 광고물에 그저 여성의 체형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데 분노하며, 더이상 우리의 아오자이를 상업적인 광고물에서 보고싶지 않다"고 말했다.

"베트남 사람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국제결혼 광고"

베트남 유학생 번 씨는 "2005년에만 5000명이 넘는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 남자와 결혼을 해 한국으로 들어왔고 현재 1만 명이 넘는 베트남 여성들이 결혼을 해서 한국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번 씨는 "한국은 베트남과 달리 중개업체를 통한 국제결혼이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광고도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다수 광고가 베트남 여성의 인격을 무시하고 여성을 상품화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번 씨는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온 베트남 여성들은 물론이고 이러한 광고를 보는 베트남 사람들은 누구라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된다"며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의 광고에서 여성을 상품화 하고 인권을 무시하는 행태가 없어지길 바라며, 또 광고를 통해 생겼던 많은 편견들이 없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베트남 여성들이 20일 서울 대학로에서 '국제결혼 중개업체 광고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프레시안

"참을 수 없는 모멸감 느꼈다"
▲ '국제결혼 광고는 베트남 여성에 대한 경시 풍조를 그대로 드러낸다"며 비판하는 위엔씨(오른쪽)의 말을 다른 집회 참가자가 통역해주고 있다. ⓒ 프레시안

한국남성과 결혼해 한국에 들어와 살고 있는 위엔 씨는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의 광고를 본 첫 느낌을 토로했다.

위엔 씨는 "한국 사람과 결혼해 한국에 살고 있는 베트남 여성으로서 반인격적인 내용으로 가득한 베트남 여성과의 국제결혼 광고를 보고 정말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면서 "그 광고는 베트남 여성을 '얼마의 돈'으로 상품처럼 취급하고 어떤 열악한 조건의 한국남자도 예쁘고 젊은 베트남 여성을 신부로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위엔 씨는 "그뿐만 아니라 인형처럼 그저 예쁘기만 한 베트남 여성의 사진을 광고에 내걸며 베트남 여성에 대한 경시 풍조와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캠페인에 참석한 한국외국어대학교 베트남학과 전지혜 씨도 "국제결혼에는 찬성하지만 여성을 상품화 시키는 불법적인 국제결혼에는 반대한다"면서 "한국에 와서 살고 있는 베트남 여성 중에는 행복하게 잘 사는 이들도 있겠지만. 상당수의 여성이 인간적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사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여성에 대한 편견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가 조선일보 기자입니다"

이날 캠페인이 벌어진 보도의 건너편에는 현장미술가 최병수 씨가 국제결혼 중개업체 광고를 패러디한 '한국 처녀와 결혼하세요'라는 현수막을 걸고 캠페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현재 말기암 투병 중인 최병수 씨는 "시골에서 요양하려 했지만, 시골에 저 광고가 너무 많아 눈에 거슬려 도저히 쉴 수 없었다"며 이날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이 현수막을 만들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현수막 역시 여성을 상품화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날 행사와는 별도로 내걸기로 했다.

최병수 씨는 목에 '나도 조선일보 기자입니다'라는 팻말을 걸고 있었다. 그는 이 팻말의 내용에 대해 "얼마전 베트남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킨 <조선일보>는 사실 대한민국의 대리운전을 한 것"이라며 "한국 사회가 이 문제를 방치하고 내버려두니까 <조선일보>에서도 그런 기사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동안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광고들을 그대로 내버리둔 것은 우리 모두의 잘못이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 '저도 조선일보 기자입니다'라는 팻말을 목에 걸고 있는 현장예술가 최병수씨와 그가 만들어온 현수막. ⓒ 프레시안

"각 지자체 모니터링 통해 인권위에 진정할 것"

이날 베트남 여성들과 함께 캠페인을 진행한 시민단체들은 "정부는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는 국제결혼 중개업체의 실태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면서 "반인권적인 현수막과 신문광고 등 기타 홍보물을 즉각 중단하도록 강력한 행정지도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속적인 항의 캠페인을 계속할 예정이며 지역별 모니터링 등을 통해 어느 지역에 광고물이 많은지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각 지역자치단체 등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한 베트남 유학생이 중개업체 주도로 이뤄지는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간의 국제결혼을 풍자하는 그림을 들고 있다.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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