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인 '대포동'의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가 나온 가운데, 미국과 일본은 다음날인 20일 연내에 미사일방어(MD) 체제의 핵심인 '지상발사형요격미사일(PAC3)을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가데나 미군기지에 배치해 운용할 방침을 확정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PAC3가 일본에 배치되는 첫번째 MD 미사일이 될 것이며, 이는 최근 합의된 주일미군 재배치에 따른 것으로 북한과 중국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PAC3를 핵심으로 하는 MD 체제는 적국의 탄도미사일을 포착해 공중에서 요격하는 체제로, 이지스함이 해상에서 SM3 미사일을 발사해 대기권 밖의 탄도미사일을 맞춘 후 낙하 직전 지상에서 PAC3로 다시 요격하는 2단계로 이뤄진다.
일본 방위청은 PAC3가 항공기를 요격 대상으로 하는 PAC2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고 일부 항공자위대 기지에도 이를 배치하기로 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특히 최근 북한에서 대포동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포착된 가운데 이같은 예측불허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양국이 PAC3 배치를 서두를 방침이라고 전해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준비' 보도가 PAC3 배치에 중요한 명분을 주었음을 시사했다.
일 "발사 임박은 아니다"…미 "정보사항 언급 안한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은 대포동 미사일 관련 보도가 나온 19일 기자회견에서 "현시점에서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아소 다로 외상도 같은 날 "(대포동 발사와 관련한) 일련의 움직임을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며 "그러나 액체연료의 주입은 개시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아소 외상은 다만 북한측의 움직임이 미사일 발사 준비로 확인될 경우 "(2002년) 북일 평양선언의 불이행이 된다"고 지적했다.
'평양선언'은 2002년 9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발표된 것으로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를 연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북한은 그에 앞서 1998년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하겠다고 선언한 후 현재까지 이행하고 있으며 2002년 평양선언에 이어 2004년 5월에는 평양선언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일본의 <NHK>는 19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 있는 북한 미사일 실험장 주변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 '대포동' 발사준비로 보이는 움직임이 관측됐다고 한국 정부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방송은 미사일의 길이와 크기 등으로 볼 때 사정거리가 6700㎞인 '대포동 2호'로 추정되지만 미국은 대포동 2호의 개량형으로 사정이 1만5000㎞에 달해 미국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도 서울의 일본 정부 관계자와 한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무수단리 실험장 주변에서 지난주부터 활발한 움직임이 위성정보로 관측됐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가 나가자 우리 정부 당국은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면밀히 주시하고 있고 다각적으로 확인중이나 아직 신뢰할 만한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이 보도와 관련해 "북한이 실제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북한도 서명한 9.19공동성명의 문구와 정신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9.19공동성명 2항에는 북한과 일본이 "평양선언에 따라 불미스러운 과거와 현안사항의 해결을 기초로 하여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평양선언에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코맥 대변인은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계획 자체에 대해선 "정보사항은 언급하지 않는다"는 원칙만 거듭 밝혔을 뿐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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