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사실은 김충식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최근 발간한 책 <슬픈 열도-영원한 이방인 사백년의 기록>(효형출판)에서 밝혀진 것으로, 임진왜란 직후인 1598년 일본에 끌려간 도공으로 일본의 도자기 종가를 이루게 된 심수관(沈壽官) 가문의 14대 후손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아베 외할아버지의 동생인 사토 전 총리가 '고백'
이 <슬픈 열도>에 따르면, 심수관 14대는 1964년부터 72년까지 일본 총리를 지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1901~75)가 죽기 1년 전 자신을 찾아와 사토 집안도 임진왜란 이후 일본으로 건너온 한국계임을 직접 고백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사토 에이사쿠는 그에 앞서 1957년부터 60년까지 일본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1896~1987, 사토 성을 타고 났으나 양자로 가서 성이 바뀜)의 친동생이고,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기시 전 총리의 외손자다.
"사토 씨가 하는 말이 놀라웠어요. 나한테는 '당신네는 일본에 온 지 얼마나 됐느냐'고 묻길래 400년 가까이 됐다고 했더니, '우리 가문은 그 후에 건너온 집안'이라는 거예요. 반도의 어느 고장에서 언제 왔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자기네 선조가 조선에서 건너와 야마구치(山口)에 정착했다는 얘기였지요."
심수관 14대는 사토 전 총리가 자신의 집안에 비전되어 온 이같은 내력을 밝히며 그 자리에서 써준 휘호를 30년 넘도록 바로 그와 만났던 방에 지금껏 걸어놓고 있다. 사토는 그에게 '말로 하지 않아도, 묵묵히 있어도, 알아줄 것은 다 알아주고 통한다'는 의미의 '默而識之(묵이지지)'라는 말을 써 주고 떠났다. 논어의 술이(述而)편에 나오는 표현이라는 것.
굳이 출전을 따지지 않더라도 '말은 하지 않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이 휘호를 쓸 때 사토 전 총리의 심정을 미루어 헤아릴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기시 총리와 사토 총리는 물론 아베 장관에게도 한국인의 핏줄이 섞여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아베 장관의 아버지이자 80년대 4기 연속 일본 외무장관을 맡았던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도 한국계가 많은 야마구치 현 출신이라는 사실은 아베에게 한국인의 피가 짙게 흐르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대(對)한반도 강경파 선두주자가 한민족 후예라니…"
김 위원은 책에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적극 지지하는 내셔널리스트(국가주의자)에게 한반도 핏줄이 얽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묵이식지' 휘호가 걸린 심수관요(窯) 접견실에는 지난 2004년 12월 18일 열린 한일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찾았던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다녀가기도 했다.
아베 장관은 독도나 신사 참배 문제는 물론이고 북한의 납치 문제에 있어서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인물로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고이즈미 총리에 이어 오는 9월부터 일본의 차기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16일 여론조사 결과 아베 장관이 차기 총리감이라는 답변이 40.1%로 2위인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을 8.7%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심수관 14대에게 조상들의 내력을 고백한 사토 총리는 일본 정치사상 최장수(7년 8개월) 총리를 지낸 인물로 '비핵 3원칙'과 오키나와 반환 협정 등에 대한 정책을 평가 받아 1974년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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