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국식 북한변화전략' 적극 추진해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국식 북한변화전략' 적극 추진해야

한반도 브리핑 <5> DJ 6월 방북에 붙여

이젠 '북핵 문제'를 넘어 '북한 문제'의 단계
  
  최근 들어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3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한반도에 '미묘한 정세 변화'가 있다고 발언한 것은 심화되고 있는 북미간 구조적 대결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그 발언 이후에도 북미 양자의 갈등은 더욱 악화되었고 그로 인해 한반도 정세의 한 축은 긴장과 불안정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 미묘한 정세를 반전시키려는 나름의 관심과 노력도 눈에 띄고 있다. 악화 일로의 한반도 정세를 호전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 들어가는 남과 북의 행보가 읽혀지기 때문이다. 한반도 정세에 개입하는 남과 북의 속내와 본심이 공식적으로 선언되지는 않았지만 최근의 북미간 대결과 중국의 무기력 속에서 남북이 한반도 평화와 민족 화해를 앞당김으로써 '미묘한' 정세 변화를 '긍정적' 정세 변화로 바꾸려는 의지가 포착되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여기에는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6월 DJ 방북과 노무현 대통령의 몽골 발언, 그리고 북측의 다소 적극적인 대남 태도가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미묘한 상황을 맞고 있는 한반도에서 관련국들의 해법 찾기가 제각기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북핵 문제라는 매우 오래된 이슈를 놓고 6자가 머리를 맞대고 씨름하다가 지금 북핵 문제는 교착상태를 넘어 어디론가 실종된 듯하다. 오히려 북한 문제라는 보다 본질적 고민거리를 놓고 각자가 복잡한 전략적 이해관계를 타산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 북한의 향후 변화와 거취에 대해 각국이 복잡한 주판알을 튕기면서 손익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북핵 관심은 제쳐둔 채 압박을 통한 미국식 북한 변화 프로그램을 착수한 듯 보인다. 여기에는 이라크나 우크라이나 등에서 이미 효과가 입증된 이른바 '체제변환론'(regime transformation)과 '변환 외교'(transformational diplomacy) 등의 개념이 작용하고 있다.
  
  당연히 북한은 미국의 이같은 대북정책을 '체제전복' 의도로 간주하고 체제수호를 위한 대미 대결과 '3년 버티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준거로서 금융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걸어 놓고는 있지만 북한의 경계심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의 대북 정책과 북한의 대미 대결이 마주치면서 지금 한반도는 상황악화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압박 통한 '북한체제 붕괴', 중국은 '북한 선점' 노려
  
  최근 미국의 대북정책이 북핵 문제의 해결을 넘어 북한 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의도하는 이른바 '북한 문제'로 접근하고 있음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분석이다(필자도 이에 대해서는 이전의 <한반도 브리핑>에서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미국의 대북 접근방식은 입체적이고 전면적인 압박 정책으로 정리되는 모습이다.
  
  지난 해 말부터 시작된 위폐 논란과 금융제재는 직접적으로 북한의 돈줄을 봉쇄하는 탁월한 효과를 보고 있을 뿐 아니라 간접적으로는 북한이 타국과 맺고 있는 정상적 경제거래마저 제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부시 대통령이 직접 탈북자를 면담하고 과거의 방침과 달리 탈북자의 미국 입국을 전격 수용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이제 북한 인권 문제는 단순히 정치적 공세의 수단을 넘어 직접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내적 혼란을 유도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효과를 예상케 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 변화를 목표로 한 본격적 압박이 가시화되고 미국식 북한 변화 프로그램이 작동되는 상황에서 중국 역시 한반도에 거들지 않을 수 없음은 당연하다. 지난 해부터 부쩍 거론되고 최근 들어 더욱 구체화되고 있는 이른바 '북중 협력 강화' 현상도 사실은 미국의 최근 행보에 대한 중국식 대응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무산 철광을 50년간 퍼간다거나 나진항에 부두를 건설하고 50년간 조차한다는 식의 단순한 경제협력적 의미를 넘어 보다 큰 구조의 국제정치를 감안하면 최근 강화되고 있는 북중협력에는 중국 입장에서 대미 안보적 차원의 고려가 개입되어 있는 것이다.
  
  북한을 동북 4성으로 편입하려 한다는 민족주의적 흥분을 넘어, 중국의 동북부 개발을 위한 북한과의 동반성장 정책이라는 다소 중국을 이해하는 분석을 넘어, 오히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북 체제전환론에 맞서 중국이 향후 대미 전략 구도 하에서 북한을 견인하고자 하는 '중국식 북한 변화론'의 시도까지 분석해줘야 한다. 지난해에 보였던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 노력은 요즘 찾아보기 힘들다.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후진타오 주석과 부시 대통령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했지만 북핵 문제 해결이 그리 절실하지 않다는 면에서는 양국이 공감대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국식 '북한변화론'의 핵심 : '화해ㆍ협력 통한 북한의 자율적 개혁ㆍ개방'
  
  이처럼 북한의 향후 변화와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북미간 대결 구조, 그리고 중국의 전략적 개입 상황에서 우리 한국도 과거와 달리 북핵을 뛰어넘는 전략적 고려를 해야 할 상황임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북핵의 평화적 해결에 초점을 맞춰 대북정책과 한미공조를 진행해 왔다면, 그리고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과 긴밀한 협의를 해 왔다면, 이제는 북한 문제라는 보다 근본적인 접근방식을 전략적으로 고려하면서 한국식 '북한 변화론'의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
  
  즉 미국의 북한 문제에 대한 접근이 압박을 통한 북한 변화로 정리되고 있다면, 그리고 중국의 북한 문제에 대한 접근이 대미 전략을 염두에 둔 북한 선점이라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면, 이와 관련해 이제 우리 한국의 북한 문제에 대한 방식도 제시되어야 한다.
  
  한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평화통일을 성취하는 접근방식은 이른바 대북 포용정책으로서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을 거쳐 북한 스스로의 개혁ㆍ개방과 변화를 통해 한국 주도의 점진적 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기조는 노태우 정부의 7.7 선언 이후 지속되었고 김대중 정부 들어 본격화되면서 지금의 노무현 정부에까지 계승되고 있다. 북한 역시 한국식 대북 접근법에 대해서는 큰 거부감 없이 대응하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국이 취하고 있는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 입장에서 대북 화해협력과 북한변화를 이끄는 모범적 사례이자 중요한 시작으로 인식되고 있는 개성공단에 대해 얼마 전 미국의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가 인권상황을 비난하고 한국의 대북경협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사실상 북한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에서 미국과 한국의 차이점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대북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개성공단을 통해 들어가는 현금은 금융제재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밑빠진 독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DJ 6월 방북, '한국식 북한변화 전략'의 계기 돼야
  
  미국의 대북 압박이 전면화되고 구조화되는 상황이라면 이제 한국이 주도하는 대북 변화의 접근방식을 진전시킴으로써 향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과정에서 우리가 주체가 될 수 있고 또 우리의 방식이 북한 변화와 한반도 평화에 훨씬 효과적임을 드러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DJ의 6월 방북은 북미간 구조적 대결이라는 외적 조건을 남북이 주도하는 내적 계기를 통해 한반도 정세를 호전시키고자 하는 노력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북에 더 많은 양보를 해서라도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힌 것 역시 한반도 정세의 대외적 악화를 한국정부의 주체적 노력에 의해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금까지 정상회담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입장은 '북핵이 해결된다면'이라는 모자가 씌워진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미묘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이제는 북핵 해결을 전제로 정상회담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를 질적으로 진전시킴으로써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한반도 정세변화를 주도하겠다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핵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는 모자가 벗겨진 것이다. 이번에 정상회담을 언급한 노 대통령의 몽골 발언에서 북핵이라는 단어가 전후에 보이지 않는 맥락도 이와 비슷한 연유다.
  
  물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포기할 수 없는 당위적 과제다. 따라서 DJ의 방북에서도,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북핵 문제의 진전을 위해 북을 설득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 영역에서는 한미공조가 필수적이다. 적어도 6자회담 복귀나 핵포기 의사의 재확인 정도를 김정일 위원장의 입을 통해 얻어내려는 꾸준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북핵문제의 해결이 DJ 방북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 되기에는 북미간 대결구조가 너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과 화해협력의 진전으로 오히려 북핵 상황의 악화를 막고 미국식 북한변화론이 아닌 한국식 북한변화론이 실제로 가능하고 바람직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대북 압박보다 대북 포용이 북핵 해결뿐 아니라 북한 변화에 기여하는 올바르고 효율적인 길임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포용과 신뢰에 기초한 한국식 대북접근을 통해, 6자회담 복귀가 오히려 미국의 대북 압박을 피해가는 지름길이고 본격적 개혁개방의 천명이 오히려 미국의 대북 체제전환론을 무력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임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DJ의 6월 방북이 더욱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연재는 매주 수요일 5명의 한반도 전문가가 번갈아 집필하는 것으로, 다음 주 수요일(24일)에는 동국대 박순성 교수의 글이 실릴 예정입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