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이라고 하는 이 신기한 주장은 예상대로 경제학자들과 정책결정자들 사이에서 엄청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이 이론은 미국경제에게는 면죄부, 그리고 세계적 불균형을 걱정하던 많은 이들에게 안도를 주었지만, 동시에 합리적인 분석가들의 강력한 반박을 낳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세계경제를 연구하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파이낸셜타임스>, 루비니의 세계경제 모니터 웹사이트 등의 블로그와 게시판을 통해 일합을 겨루며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암흑물질 이론에 대한 비판가들은 이들의 주장이 잘못되고 크게 과장되었다는 데에 목소리를 모은다. 대표적인 비판가인 세처는 미국에 투자한 해외투자자들의 수익이 2000년 이후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은 미국의 저금리정책에 의한 것이었으며, 현실에서 암흑물질의 존재가 급등 중인 미국의 수지적자를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함을 강조한다. 해결사로 제시된 암흑물질은 정신 차리고 뜯어보면 거의 사기꾼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미 연준의 히긴스 등을 포함한 여러 학자들도 하우스만 등이 사용한 할인율은 자의적이며 이 계산을 따라 발견되는 것은 실은 해외투자자의 미국투자에 대한 수익률이 너무 낮기 때문에 존재하는 암흑 반물질(dark antimatter) 이라고 꼬집는다. 또한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자본이 미국 기업의 주식 등 사적 부문에 투자될 것이고 수지적자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미국의 대외부채를 고려하면 해외투자로부터 얻는 순수입도 곧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실 자산의 새로운 측정을 주장하는 암흑물질 이론 자체는 해외투자의 순수입의 변화에 대해 분석하는 것은 아니므로 수지적자나 세계적 불균형에 직접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보수적 경제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를 포함한 다른 이들도 이런 이론으로 미국경제의 심각성을 가릴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
이제 미국이 대외투자로부터 얻는 순수입을 자세히 살펴보자. 공식통계는 2004년 현재 미국이 해외에 투자한 자산은 약 10조 달러이고 그 중 3.3조 달러가 직접투자이며 이자를 받는 자산은 약 3.9조 달러인 반면, 외국인이 미국에 투자한 자산은 총 12.5조 달러이며 그 중 2.7조 달러가 직접투자 그리고 7.6조 달러는 이자를 지급받는 자산임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미국인과 외국인이 얻는 수익률과 수입은 어떨까. 히긴스 등이 지난해 말 발표한 다른 연구에 따르면 부채에 대한 금리는 서로 거의 비슷하며 지분투자의 수익률은 미국이 외국인의 투자보다 약간 더 높다. 하지만 미국의 대외직접투자의 수익률이 외국인의 그것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결국 2004년 미국의 해외투자로부터 순수입은 약 36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아래 그림은 미국이 대외직접투자로부터 얻는 수입이 대외부채에 지급하는 이자지불을 상쇄해버린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은 2000년 이후 해외투자로부터 미국의 순수입이 높았던 것은 몇몇 행운의 사건들이 겹쳐서 일어났던 것이라 강조한다.
첫째, 미국의 저금리로 외국인이 대미투자에서 얻는 이자수입이 낮아서 대부분이 이자를 얻는 투자인 외국인의 대미투자 수입을 크게 감소시켰다.
둘째, 달러화의 약세로 인해 미국이 해외로부터 지급받는 외국통화로 표시된 수입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셋째, 미국의 대외직접투자의 수익률이 외국인의 대미직접투자의 수익률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간단한 계산을 통해, 금리가 급등하고 수지적자로 인해 대외부채와 이자지급이 점점 더 늘어나면 현재의 상황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예를 들어, 경제가 5%씩 성장하고 현재의 비율대로 수지적자와 대외수입이 계속 지속된다면 2015년 무역적자는 GDP의 4.2%, 해외투자로부터의 순수입도 GDP의 1.2% 적자가 나게 되고 대외 순부채는 미국 GDP의 65%로까지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 지경이 되어도 미국이 버텨낼 수 있을까?
미국의 힘? 감추어진 진실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가 지속불가능하다고 해도 낙관론자들은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듯하다. 아래 그림을 보자. 공식통계는 어떻든 암흑물질 이론의 주장대로 미국의 대외직접투자의 수익률이 외국인의 대미투자에 비해서 훨씬 더 높다는 것을 확인해주지 않는가. 이것은 미국의 힘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일까.
미국 대외직접투자의 수익률이 높다는 현실은 경제학자들에게 수수께끼였으며 이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논쟁이 있어 왔다. 미국 의회 예산국이 지난 해 11월 발표한 연구는 그 이유를 미국 다국적기업의 해외활동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길고, 미국의 해외투자가 보다 많은 리스크를 안고 있으며 때때로 세금 등의 이유로 미국의 해외투자로부터 수입이 더 높게 보고되고 유럽의 대미투자로부터 수입이 더 낮게 보고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사실 데이타를 들여다보면 외국인의 대미직접투자의 수익률은 오랫동안 고작 2.5%에 지나지 않는데 이는 포트폴리오 투자나 대출의 수익률보다도 낮다. 그러나 외국투자자의 수익률이 그렇게 낮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도대체 유럽이나 일본의 직접투자자들은 한 논문 제목대로 미국에서 돈을 잃고 있으며(being taken into cleaners) 전 세계 자본시장은 전혀 효율적이지 않단 말인가. 정의상 지분의 10% 이하 투자인 포트폴리오 투자의 수익률은 별로 차이가 없는데 10% 이상이 넘어가는 직접투자의 경우 갑자기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아무래도 신기할 뿐이다.
유럽정책연구센터 소장 그로스는 지난 4월 흥미로운 두 논문을 발표하며 지식이나 기술의 우위로 인해 미국의 직접투자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주장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제기했다. 그는 외국투자자들이 그렇게 멍청할 리는 없으며 통계에 나오는 수익률의 차이는 무엇인가 현실을 감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직접투자의 수익률이 다른 결정적인 이유는 절세 등의 목표로 인해 유럽인들이 미국에 직접투자한 경우 재투자되는 이윤(reinvested earnings)을 보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를 고려하면 수익률의 큰 차이는 일종의 통계적 허상이 되고 미국의 우위는 상당 부분 사라져 버린다. 공식통계에 따르면 1982년에서 2004년까지 미국의 대외직접투자의 재투자된 이윤은 1.1조 달러였으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미직접투자에서 얻은 값은 겨우 200억 달러였다. 그러나 그로스의 주장대로 위에서 말한 차이를 교정해서 통계를 내보면 2004년 한 해만 해도 미국의 해외투자의 순수입은 1000억 달러가 더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플로우와 스톡의 집계가 다른 공식통계상의 한계로 인해 미국에 투자된 외국인들의 회사채 등에 대한 투자액이 과소평가되고 있고 그 액수만도 최근 20년 동안 약 1조 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투자된 자본의 일부가 통계에서 사라져버리는 블랙홀과 같은 경제이며, 통계가 감추고 있는 것은 암흑물질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경제의 취약성이라는 것이다.
쏟아지는 비판들
부시를 신랄하게 비판해 왔던 크루그먼도 최근 칼럼에서 미국의 적자문제의 분석을 위해 감식반이 출동해야 한다며, 그로스의 주장을 받아들여 실제로 넓게 본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통계보다 1000억 달러 더 많은 9000억 달러가 될 것이고 대외부채도 통계보다 1조 달러 이상 많아질 것이라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론자들은 대체 왜 그렇게 문제 많은 미국경제에 계속 외국인 자금이 몰려드는가? 그의 대답은 간단하다. 버블로 치솟았고 결국 붕괴했던 "나스닥 5000"을 보라.
한편 골드만삭스의 뷔터도 미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의 금액, 그리고 미국의 대외투자로 인한 수익의 데이터의 신뢰성에 대해 비판하며 하우스만 등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그에 따르면 암흑물질의 원천 3가지 중 현실적으로 확실한 것은 기축통화 달러화의 우위와 유동성공급과 관련된 부분밖에 없으며 이는 그들의 계산의 6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최근 세금회피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의 아일랜드에 대한 직접투자에 대한 수익이 급등하는 등, 직접투자의 수익에 대한 통계는 별반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 이미 보고된 바 있다.
뷔터는 이러한 비판에 기초하여 엄청난 순부채를 지고 있지만 해외투자로부터 순수입을 올리는 미국경제의 기묘한 역설은 곧 순수입이 마이너스가 됨으로써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리고 세계적 불균형의 조정을 위해서는 적어도 30% 이상의 달러화 하락이 필연적이지만 그것이 언제 닥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결국, 하우스만 등이 발견한, 아니 발견했다고 보고한 암흑물질은 한때 물리학계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근거가 희박하다고 밝혀진 상온핵융합(cold fusion)과 같은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암흑물질론이 촉발한 미국의 적자와 세계적 불균형에 관한 논쟁은 이제 많은 학자들의 비판을 통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 논쟁은 현재 세계경제 상황과 임박한 조정에 관하여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다음 연재에서는 이 논쟁을 정리하고 미국경제와 세계적 불균형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에 대해 고민해 보자.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