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와의 양자 토론을 거부해 정치권 공방이 벌어졌다.
오 후보 측은 "양강 구도가 굳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정당 후보들을 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낙승이 예상되는 현 국면에서 굳이 격돌 상황을 연출할 필요가 없다는 오 후보 측의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자대결 회피는 오세훈의 한계 보여주는 것"
강 후보 측 오영식 대변인은 10일 "오 후보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후보의 그늘 뒤에 숨어 인물과 정책검증 등의 정면대결을 회피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가 17일로 예정된 KBS 토론회를 양자 토론이란 이유로 거부한 데 이어, MBN이 준비하고 있던 토론회도 같은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혔고 교육단체와 5·31 지방선거 전국대학생연대 주최 토론회 등 4당 후보를 모두 초청한 시민단체 토론회에도 거부 의사를 밝혀 무산 위기에도 처했다는 것이다.
오 대변인은 "오 후보가 양자 대결을 회피하는 것은 스스로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양자 대결이 본인들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피하는 게 상책이 아니냐는 캠프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비난했다.
이에 오 후보 측은 '다른 정당과의 형평성'을 명분으로 맞섰다. 오 후보 측의 나경원 대변인은 "선거가 많이 남은 상황에서 여러 차례 양자토론을 벌이는 것은 다른 후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본회의 때에는 의석을 채우기 위해 소수 야당을 끌어들이던 열린우리당이 선거 때가 되니 소수야당 후보들은 링 위에도 못 오르게 하고 있다"고 강 후보 측을 비난했다.
"네거티브에 답하는 순간 '말려든다'는 판단으로 대응 자제"
이같은 공방과는 별개로, 오 후보가 양자 토론을 피하 것은 '부자 몸조심'의 한 징후로 읽힌다. 따라잡아야 할 강 후보 입장에서야 맞대결이 추격전의 한 계기가 될 수 있을 테지만, 앞서고 있는 오 후보 입장에는 굳이 반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 후보는 이날 <불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네거티브한 질문을 해대는 것이 어떤 전략적인 목표가 있는 것이고 답하는 순간 저도 선거전에 말려든다는 판단 때문에 답변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후보 측이 '검증 13제'를 꺼내들어도, '부자 서민' 발언으로 공격을 해 와도 오 후보 측은 "네거티브 캠페인에는 응하지 않는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은 선거전에서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표를 의식해 민감한 현안을 피해나가는 '기회주의자'로 비쳐지거나, '준비 안 된 후보'로 인식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8일 경실련과 <경향신문>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오 후보는 "FTA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원론적 수준에서만 답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론회 패널들 역시 "확신이 부족하다", "소신이 없다"는 등 오 후보의 '미지근한 자세'를 비판했다.
이에 나 대변인은 "오 후보는 매일 매일 현장을 돌면서 시민들과 함께 정책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며 "패널들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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