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 5일 이른바 '평택 사태' 이후 대검찰청 이귀남 공안부장은 토요일인 6일 아침 긴급 기자브리핑을 자청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60명 중 현지 주민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번 사건은 외부세력에 의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다수 보수언론은 이 말을 그대로 받아쓰며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운동은 외부 불순세력에 의한 것"이라고 대서특필했다.
이러한 일방적인 매도에 지난 2002년부터 줄곧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운동을 꾸려 온 평택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한마디로 억울해 하고 있다. 이들은 8일부터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릴레이 단식농성을 평택 시청 앞에서 열기로 했다.
평택 지역 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 등 총 11개로 이뤄진 '평택 비상시국회의(평택회의)'는 8일 오전 평택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만적 평택 강제집행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 지정에 규탄하는 릴레이 단식 농성을 시작한다"고 알렸다.
"노동자, 농민, 팽성읍 주민도 모두 평택 시민인데 웬 외부세력?"
'평택회의'는 기자회견문에서 "미군기지 확장운동이 다수 평택 시민의 참여와 지지 속에 진행되고 있음에도 정부와 일부 언론은 어처구니없게도 '외부인과 불순단체의 개입' 운운하며 언론 통제와 여론 왜곡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들은 평택 시민의 반대여론은 묵살하면서 철저하게 팽성 주민들을 고립시키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평택회의'는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처참히 짓밟히고, 민주주의가 유린되고 있는 사태 앞에 평택 시민의 자존감은 무너지고 있으며 공동체의 평화가 깨어지고 있다"면서 "정부와 일부 언론은 평택시민 다수가 미군기지 확장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반대하고 있다는 현실에 정확히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택회의 이은오 정책위원장은 이번 구속자들이 외부 세력으로 이루어져있다는 보도에 대해 "쌍용자동차에 다니는 노동자도, 평택시의 농민도 모두 팽성읍 주민들과 같이 평택시민인데 어째서 외부세력이냐"고 반문하면서 "오늘 평택시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결의한 평택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종교단체들은 이러한 왜곡 보도에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그간 지역사회에서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 계획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데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 해 왔다"면서 "그런데 이번에 군부대까지 투입하며 밀어붙이는 것을 보자 평택 시민으로서 열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미군기지 확장 반대운동은 평택시의 미래 위한 것"
이은오 위원장은 "우리가 2002년부터 이어 온 미군기지 확장반대 운동은 일단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의 생존권 운동인 동시에 평택시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미군기지 확장계획에 대한 반대운동이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평택시를 비롯해 일부 정치권과 지역 유지 등을 중심으로 미군기지 확장계획을 받아들여 대가를 받아내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이들은 이 계획의 반인권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평택에는 본래 송탄 안정리 미군기지가 60여 년간 있었다"면서 "평택 시민들은 이 미군기지로 인한 소음 문제, 교육 문제, 환경 피해 등에 시달리면서 미군기지가 도시발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이제 285만 평이나 확장된다니 평택 시민들이 반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현재 대추리로 들어가는 입구에 군인들이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는 곧 군부대장의 사전허가가 있어야 대추리로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로 현재 팽성읍의 상황은 계엄령이 내려진 상태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추리 주민들은 현재 콘크리트 벽이 없는 교도소 안에 갇혀 있는 셈"이라며 "주민들이 단지 자신의 땅에 살기 위해 가장 비인간적인 상황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추리로 들어갈 수 있다면 우리도 대추리 평화공원의 촛불집회에 함께하며 단식농성을 하겠지만 그럴 수 없으므로 평택 시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을 검토하자"
'평택회의'는 기자회견문에서 "기존 미군기지가 60여 년 동안 존재하는 동안 평택 시민에게 정부가 보인 태도는 평택 시민은 국가를 위해 일방적 희생을 감수하라는 것이었다"며 "지금도 미군기지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펻택 시민들의 권리와 생존은 희생되어도 무방하다는 인식과 강압적 방식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송명호 평택시장을 겨냥해 "지역을 대표하는 시장은 지역민의 삶의 터전이 처참히 유린되고 평택 시민의 자존감이 큰 상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에 대해 항의조차 하지 못하면서 주민들에게 자행되는 폭력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지역의 정장선 국회의원은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모두 반미단체 사람들로 치부하며, 평택을 제2의 광주로 만들고 있는 군부대 투입과 인권유린에 대해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서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평택회의에 참여한 모든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시민들은 오늘부터 야만적인 강제집행 및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을 규탄하며 군병력 즉각 철수와 군사시설보호구역 철회를 요구하는 단식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히면서 "정부는 평화적 대화 환경을 조성하고, 평택시민사회단체와 평택범대위, 국방부 그리고 공정한 제3자가 함께하는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을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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