康 "시장은 행정…정치엔 투신 안 해", 吳 "공약 실행에 10년…재선 욕심"

당에선 "자질검증" vs "구태정치"…'네거티브 선거' 공방

열린우리당 강금실,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8일 '관훈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첫 양자대결을 벌였다. 시청 이전과 뉴타운 개발 등 정책 주제가 중점이 돼 열띤 '입씨름'은 없었지만 최근 쟁점이 된 '네거티브 캠페인'을 두고는 두 후보 모두 팽팽한 입장 차를 보였다.

康 "자질은 검증돼야"-吳 "일체 답 하지 않으려"

강 후보는 한 패널에게서 '네거티브 캠페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나야말로 출마 선언을 하기도 전에 네거티브 캠페인에 당했다. 명백한 반칙이었다"고 항변했다. 강 후보가 법조 브로커 김재록 씨와의 친분이 있다던 한나라당 측의 발표를 두고 한 말로 풀이된다.

강 후보는 "판례상 명예훼손을 목적으로 사실이 아닌 사실을 퍼뜨리거나 도덕적 검증과는 관련이 없는 사생활을 유포하는 것이 네거티브 캠페인"이라며 "네거티브 캠페인은 없어지길 바라지만 후보의 자질은 철저하게 검증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나 역시 검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캠프와 열린우리당에서 오 후보의 '검증 과제'를 발표하는 등 전력이나 발언을 두고 공세를 벌이는 것은 '네거티브 캠페인'에 속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오 후보는 '네거티브 캠페인' 자체를 두고는 별다른 반격을 펼치지 않았다. 다만, '16대 총선 출마 시 민주당에 공천신청을 했다가 지역구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한나라당으로 갔다'는 열린우리당 측의 공세를 인용한 질문이 나오자 "열린우리당에서 나를 검증하겠다고 던진 질문에는 일체 답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라고 응수했다.

오 후보는 "민주당에서 나를 영입하려고 타진했으나 내가 세 번에 걸쳐 거절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반박했다.

'네거티브 캠페인'을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공방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이날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열린우리당 측에서 인신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이런 네거티브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꾹 참고 인내하면서 정책으로 선거를 치러내겠다"고 열린우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강 후보 캠프의 오영식 대변인은 "정당한 검증 요구를 네거티브 선거운동이라고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태도 자체가 네거티브"라며 "사학법, 탄핵 등 주요 현안과 이슈에 대해 지속적으로 오 후보 측이 명확한 입장과 태도를 밝힐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혀 '공세'를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康 "대통령과 전화 한 통 안해"-吳 "정무부시장 요구설은 오해"

▲ 열린우리당 강금실,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첫 양자대결을 펼쳤다.

본격 토론에서도 사안마다 평행선에 서 있던 두 후보가 흔치 않게 비슷한 대답을 내놓은 질문이 있었다.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대권까지도 도전할 용의가 있냐'는 질문에 두 후보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강 후보는 "내가 출마를 결심한 이유 중의 하나는 시장이 하는 일은 행정이지 정치가 아니라는 생각에 있었다"며 "미래의 일은 장담할 수 없으나 솔직한 심정으로는 정치를 하고 싶지 않다. 정치에 투신할 마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 후보 역시 "대권에 대한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오 후보가 "도심개발 프로젝트나 강북 주거 격차 해소, 뉴타운 광역화 등은 적어도 8~10년은 걸리는 공약이니 이번에 당선돼 열심히 일하고 평가를 받는다면 이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는 또 다른 4년이 필요할 것"이라며 때이른 '재선 욕심'을 보인 데 반해, 강 후보는 "당선이 되면 또 열심히 뛰고 싶을지, 지금은 모르겠다"며 전망을 피했다.

두 후보 공히 선거에 임박해 출마를 선언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강 후보는 "현실 정치는 내가 원하는 대로 바뀌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에 정치를 할 생각이 없었지만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도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후보는 "내 스스로의 결심이었지 여론조사상의 우위나 대통령 권유 때문에 출마한 것은 아니다"며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대통령은 단 한 번도 뵙지 않았고 전화 통화 한 번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명박 시장을 찾아가 정무부시장 자리를 요구했다는 소문이 있다'는 질문에 "사실이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오 후보는 "작년 8월쯤 나온 책을 드리려고 이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그해 연초부터 정무부시장 교체 얘기가 나오는데 순연이 되고 있어 어떻게 돼 가느냐고 그저 한번 물어 본 것을 이 시장이 자리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책과 관련한 후보들의 발언 요약.

△강남·북간 재정 불균형 해소

강금실= 논리적으로는 (구세인 재산세와 서울시세인 자동자세, 주행세, 담배소비세를 교환하는) 세목교환 방식이 합당하지만 구청장들의 반발을 고려하면 (재산세 절반을 시 전체의 공동세화 하는) 공동세 방식이 합리적이다. 열린우리당이 세목교환 방식을 권고적 당론으로 하고 있어 심층 토론을 하고 있다.

오세훈= 세목교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공동세 방식을 도입한 후, 서울시 재정 교부금을 50%로 증가시키면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구의 경우도 수요 충족도가 70%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뉴타운 개발

강= 뉴타운 사업은 강북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를 보였다는 면에서 평가 받아야 하고 계승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업성을 보완하고 기반시설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 점에 있어서는 여당 후보가 당선되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미래에는 그 지역 안에서 직장을 구하고 생활도 누리는 복합 뉴타운 개념으로 가야 한다.

△오페라 하우스

오= 오페라 하우스 같은 시설은 시민 접근성이 주요 판단 요소인데 검토해 본 결과 노들섬은 접근로를 확보할 수 없었다. 오페라 하우스 같은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은 찬성이지만 위치가 노들섬인 것은 계승하기 어렵다고 본다.

평균 월급 1500만원, 康 "빚 갚느라"-吳 "교육비로"

변호사 출신 두 후보는 각각 소속 법인으로부터 받은 월급을 "평균 1500만 원 정도"라고 밝혔다.

강 후보는 "출마를 하면서 법무법인에서 퇴직을 했고 정신없이 살고 있다"며 "최근의 지출 내역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말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법무장관 재임 시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6억 원이 넘는 빚을 신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강 후보는 "아직 빚을 다 못 갚고 있다"며 "특별보너스와 연말 배당으로 은행 대출을 좀 갚았는데도 3, 4억 정도가 남아 월급으로 이자를 갚고 있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돈이 나오는 대로 아내에게 갖다 줘 구체적인 내역은 모른다"면서도 "장가를 일찍 가 올해 두 아이가 모두 대학을 간 탓에 그동안 교육비 지출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재테크에 관해서는 "하는 족족 실패를 많이 했다"며 "주식 투자를 좀 했는데 작년에 그 좋은 장에서도 손해를 봐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