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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자원국유화로 고질적인 가난 벗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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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자원국유화로 고질적인 가난 벗어날까?

김영길의 '남미리포트'〈153〉

'볼리비아인들의 새 희망 국영석유회사(YPFB)'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자국 내 모든 에너지자원에 대한 국유화 조치선언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 볼리비아에 진출한 에너지회사들의 주가를 일제히 폭락시키며 지금까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천연가스를 공급받던 브라질과 우루과이,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국가들까지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볼리비아산 천연가스 공급가격의 대폭적인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볼리비아가스의 자원 국유화 조치로 가장 비상이 걸린 건 브라질 정부다. 브라질은 국내 가스수요의 50% 이상을 볼리비아산 가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 볼리비아인들의 새 희망으로 부상하고 있는 볼리비아국영석유회사. ⓒYPFB.라파스 볼리비아.

일단 천연가스의 안정적인 공급 차원에서 볼리비아 내 가스전 개발의 최대투자사인 브라질 국영석유 페트로브라스의 볼리비아 잔류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아르헨과 스페인기업 Repsol YPF는 2일 볼리비아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다. 실질적인 수익은 줄겠지만 투자된 자산과 설비 등을 지키겠다는 계산이다. 영국의 가스 및 석유회사(British Gas , British Petroleum), 프랑스 기업(Total ) 등은 좀 더 지켜보자며 사태를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볼리비아와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정상들은 4일 오전 10시 이과수 지역에서 긴급회동, 남미의 에너지연대와 실질적인 통합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 까사로사다 대통령궁의 한 고위관리는 3일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과수에서 회동하는 중남미 정상들은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자원 국유화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히고 "이번 회동은 볼리비아가 가스와 석유를 국유화한 것에 대한 토론이나 논의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차베스나 룰라, 키르츠네르 대통령들은 이미 모랄레스의 결정을 사전에 예상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모랄레스와 집권당인 '사회주의를 향한 운동당'은 집권 이후 3개월 동안 자신들을 열렬하게 지원해준 유권자들에게 가시적인 집권성과를 하루빨리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왔다. 진보주의 일색으로 판이 짜인 당정은 단시일 내에 할 수 있는 가시적인 조치로는 선거공약이기도 했던 에너지 자원의 국유화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 기득권층인 유럽이민자 후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를 밀어부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볼리비아산 가스가 불공정한 장기계약으로 인해 그 동안 시세와는 전혀 비교가 안될 만큼 헐값에 거래되면서 각종 세제혜택과 터무니없는 로열티까지 지불해 왔다면서 외국기업들의 자원착취를 막기 위해서는 국유화가 불가피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모랄레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볼리비아 전역의 모든 에너지 자원에 대해 정부가 대주주로서 주인 행세를 하겠다는 것이며 투자회사들은 서비스와 기술 등을 제공하고 이에 걸맞은 수익만을 가져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이어 자국 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의 소유주식의 51%를 볼리비아 국영석유(YPFB)가 소유하고 운영과 판매 가격책정 등을 이 회사를 통해 하겠다는 것을 명문화했다. 결국 볼리비아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천연가스 수익의 82%를 국가재산으로 하고 투자회사들은 나머지 18%의 수익만을 보장해준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해서 볼리비아 정부는 매년 7억8000만 달러 상당의 가스판매 수익을 추가로 챙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850만 명 수준인 볼리비아 경제규모를 감안한다면 천문학적인 액수다.

모랄레스 정부는 이번 조치를 놓고 어떤 국가나 기업들의 협박이나 설득에도 굴하지 않겠다며 외국기업들은 정부가 제안한 49%의 지분을 인정하고 새로운 형태의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180일 내에 볼리비아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강력한 최후 통첩을 하기도 했다.

56개에 달하는 가스광구와 2개의 정유공장을 군경을 동원해 강제로 접수한 모랄레스 정부는 5월1일 부로 국내의 모든 에너지자원의 생산과 수출물량, 가격 조정 등을 볼리비아 국영석유 기업이 완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 지난1일 군경을 동원해 기습적으로 접수한 산타크루스의 렙솔 YPF가스회사 본사를 군경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다. ⓒ라 뿌랜사, 라파스볼리비아.

모랄레스 정부의 이번 조치로 볼리비아 최대기업으로 재부상한 볼리비아국영 석유(YPFB)는 지난 1936년 5월 다비드 또로 대통령에 의해 설립됐다. 당시 볼리비아 에너지 자원을 독점하던 막강한 미국기업 스탠다드 오일 컴퍼니(Standard Oil Company)를 군인들을 동원해 몰아내고 볼리비아 내의 모든 에너지자원을 국유화한 것이다.

그러나 볼리비아 정국이 잦은 쿠데타 등으로 인한 정치불안으로 막강한 파워를 가진 국영석유회사는 외국기업들과 결탁, 몇몇 군부지도자들의 주머니만 채우는 악순환을 거듭했고 풍부한 자원을 가진 볼리비아는 중남미 최대빈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기도 했다.

막강한 파워와 넘치는 에너지자원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의 부정부패로 만성적인 적자를 면치 못하던 볼리비아국영석유는 지난 1996년 곤살로 로사스 대통령에 의해 다시 민영화되어 간단한 행정절차와 계약 등만을 챙기는 등 업무와 인원이 대폭 축소됐다.

잉카제국의 화려했던 옛 영화 회복과 토착민들의 권리를 외치는 에보 모랄레스에 의해 10년 만에 다시 볼리비아의 전략적인 천연자원 회복뿐만 아니라 국가제일주의라는 전통을 외국기업들로부터 되찾은 볼리비아국영석유(YPFB)가 부정부패와 무능력으로 얼룩진 기관이라는 해묵은 오명을 벗고 토착원주민들의 오랜 염원인 '잉카제국 재건'이라는 꿈을 이루고 고질적인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아직까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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