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서 또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한 금품 수수의혹이 불거졌다. 지난달 12일 김덕룡, 박성범 의원을 검찰고발한 후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던 공천 비리가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잇달아 폭발하는 모양새다.
포천시장 공천 대가 수수혐의로 고조흥 의원 고발
한나라당은 3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포천시장 공천과 관련해 공천 신청자에게 3억 원을 받은 혐의로 고조흥 의원(경기 포천,연천)을 검찰에 수사의뢰키로 했다.
허태열 사무총장은 "지난 1일 고 의원이 금품거래가 있었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당 차원에서 조사를 했지만 제보와 본인 진술이 크게 엇갈려 그 진위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한나라당은 문제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일관성 있고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에서 고 의원을 수사의뢰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 의원에게 공천헌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이 모 씨는 한나라당 경기도당 공천심사위에서 포천시장 후보에 내정됐으나 중앙당에서 비리 의혹을 제기한다는 이유로 후보 확정을 반려한 상태다.
김병호 의원 측에 1억원 건넨 혐의로 부산진구청장 긴급체포
지난달 12일 김덕룡, 박성범 의원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던 한나라당 클린공천감사단은 이후 대여섯 건의 추가 의혹에 대해서는 내사를 벌였지만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며 서둘러 이를 덮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속 오창근 울릉군수가 한나라당 관계자에게 2500만 원을 준 혐의로 구속됐고, 대구에서는 곽성문 의원 보좌관이 시의원 공천자에게 33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등 이후에도 공천 비리 사건이 끊이질 않았다.
급기야 2일에는 한나라당 소속 안영일 부산진구청장이 한나라당 부산지역 공천심사위원장인 김병호 의원(부산 진구) 측에 1억 원을 건넨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부산지역 기초단체장 공천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공안부에 따르면 안 구청장은 지난 3월 29일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김 의원 사무실의 사무국장이자 김 의원의 처남인 김 모씨를 만나 1억 원이 든 배낭을 건넸다가 공천에서 탈락하자 되돌려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의원이 구청장 공천과 관련해 3억5000만 원을 받기로 하고 이 중 일부인 1억원을 우선 받았다가 안 구청장이 공천에서 탈락하자 되돌려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선거를 한 달 남짓 앞두고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러도 공천 관련 비리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나라당은 다시 한 번 소속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할부제 매관매직, 박근혜 대표가 해명해야"
한나라당발 공천비리가 연쇄적으로 터져나오자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비난도 한층 거세졌다. 양 당은 특히 한나라당 아성인 부산 지역에서 공천헌금이 오간 사실에 맹공을 퍼부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계약금 얼마, 중도금 얼마, 잔금 얼마, 이런 식으로 계약을 하고 3억5000만 원 중 1차로 계약금을 줬다가, 공천탈락하자 그 계약금을 돌려받은 것"이라며 "이런 할부제 공천헌금과 같은 사건들은 있을 수 없는 공천비리의 전형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우 대변인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이전부터 국회의원의 절반이 날아가더라도 공천혁명 하겠다고 주장해 온 만큼, 이제 할부제 공천헌금장사, 할부제 매관매직 진상에 대해 본인이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후속절차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또 "검찰에 의한 신속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또 이러한 공천비리가 유아무야 되어서 흐지부지 된다면 그때 가서는 공천비리와 관련된 특검제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김 의원에게 전해진 배낭은 그냥 꿀꺽 하고 모른 척 할 수 있는 눈 먼 돈 배낭이 아니라 한나라당 공천비리의 뇌관을 건드린 사실상 공천비리 핵 배낭이 될 것임을 경고한다"며 "박근혜 대표와 지도부의 책임 있는 태도를 분명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 한나라당의 부산 공천비리 사건은 한나라당의 변할 수 없는 본질을 보여준 것이므로 한나라당이 문 닫을 각오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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