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를 조사할 때 부모 등 보호자를 입회시키지 않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결정하고, 이런 식으로 조사행위를 한 부산지방경찰청에 시정을 권고했다.
이같은 인권위의 조처는 안 모 씨(29·여)가 지난해 8월 "성폭행 피해를 고발하고 관련 진술을 하는 과정에서 담당 수사관들이 정신장애가 있는 고발인을 보호자 없이 조사해 인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으로 진정해온 데 대한 것이다.
인권위의 조사에 따르면 진정인은 조사를 받던 당시 정신장애로 병원에 입원 중이었으며, 이런 사실을 담당 수사관들에게 밝히고 진단서도 제출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담당 수사관들은 보호자가 수사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조사 과정에 입회하지 못하게 했고, 가해자와의 대질신문에도 보호자를 입회시키지 않았다. 또 수사관들이 진정인이 입원해 있는 정신병원을 찾아가 조사를 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수사기관에서 정신장애가 있는 성폭력 피해자를 조사하는 경우에는 피해자의 정서적 안정과 진술을 돕기 위해 신뢰관계에 있는 자를 동석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신뢰관계에 있는 자란 부모 등 보호자에 한정되지 않고 전문가, 상담원, 친구 등도 포함된다"면서 "보호자가 수사를 방해하기 때문에 그를 배제하는 경우라도 보호자 외에 신뢰관계에 있는 자를 동석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이미 "법원 또는 수사기관은 13세 미만자나 신체장애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를 신문 또는 조사할 때는 재판이나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등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한 피해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자를 동석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단독 진술, 대질 신문 등을 한 행위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적법절차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1항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2조의3 제3항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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