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에 오세훈 전 의원이 당선됐다. 경기지사 후보는 일찌감치 김문수 전 의원의 몫이었다. 오 후보를 끌어내는 데에는 소장파 그룹인 '수요모임'이 앞장섰다. 김 전 의원은 '국가발전연구회(발전연)' 일원이다. '수요모임'과 '발전연'은 박근혜 대표와 예각을 세워 온 대표적인 비주류 세력으로 분류된다.
5ㆍ31 지방선거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후보 자리를 공히 '반박(反朴)' 진영에서 꿰 찬 상황이니 만큼, 당내 역학구도 변화에 대한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앞으로 당권 독식할 수도…이젠 '비주류' 아니다?
"당권까지 먹을라 칼 낀데 이제는 비주류도 아니지…."
26일 한나라당 의총장에서 만난 한 영남 중진은 오 후보의 당선에 입맛이 쓴 듯 했다. 그는 당 후보를 당원의 표가 아닌 여론조사로 결판내는 새 '룰'도, '영남당'이라는 자아비판을 공공연히 해대는 비주류쪽 인사가 후보가 된 것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이처럼 영남 출신, 중진, 친박(親朴)…. 흔히들 한나라당에서 '주류'로 분류되는 이들에게는 오세훈을 '정치스타'로 만든 전날 서울시장 경선 결과가 썩 달갑지 않아 보인다.
작년 연말 '수요모임'과 '발전연'이 연대해 '비주류 좌장'으로 불리던 이재오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든 것부터 시작해, 연초에는 남경필, 김문수 간의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로 일찌감치 '김문수 대세론'을 굳혔고, 급기야 서울시장 경선에서는 선거를 불과 보름 앞두고 오세훈을 끌어들여 불가능할 것 같던 승리까지 이끌어 냈다.
자연히 '비주류'의 급성장에 '주류'가 경계심을 드러내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만약 지방선거에서 이들이 모두 서울시장과 경기지사에 당선된다면 비주류 진영의 긴장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방선거 후 치러질 전당대회 판세도 박 대표 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대선 출마자들은 당권에 도전치 못하도록 한 당헌상, 7월 전당대회를 통해 구성될 지도체제는 대권경쟁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비주류 측에서는 이재오 원내대표와 남경필 의원의 출마가 점쳐진다. 주류 그룹에서는 김덕룡 의원이 출마를 준비 중이었으나, 이달 초 예기치 않은 공천비리로 당권은커녕 의원직까지 내놓게 생겼다. 이밖에도 박희태 국회부의장과 영남출신 이상배 의원이 거론되지만, 이 대표와 경쟁했을 때에는 약체로 평가된다.
이에 당 내에서는 "1인 2표로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와 남 의원이 전략적으로 연대할 경우 비주류가 당권을 독식할 수 있다"는 경고음마저 나오고 있다.
'반박' 커지면 이명박 시장이 유리?
이같은 '비주류'의 성장은 곧 대권주자들의 손익계산으로 이어진다. 일단 '비주류=반박'이 정설로 통하는 만큼, 당 내에서는 이명박 시장에게 세가 쏠리는 모양새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 시장이 서울시장 경선에 직접 개입치는 않았어도 이 시장 측이 오 후보의 영입에 관심을 쏟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고, 경선과정에서 오 후보의 '선대본부장' 역할을 톡톡히 한 박계동 의원 역시 이 시장의 측근이다.
지난해로 돌아가자면, 공직자 후보 선출에 여론조사를 반영하고 국민선거인단을 참여토록 한 '혁신위안'을 엄호한 것도 이 시장 쪽이었다. 선거운동을 3주밖에 못한 오 후보가 현장투표에서 100표 차이로 맹형규 후보를 따라 붙을 수 있었던 것은 1000여 명의 국민선거인단 덕이었고, 100표 열세를 400표 우세로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은 여론조사 덕이었다.
"'비주류' 성장에는 뒤에는 이 시장이 있다"는 한 당직자의 말이 과언만은 아닌 것이다.
다만, '비주류'라는 띠로 묶인 '발전연'과 '수요모임' 간의 연대가 대선 때까지 유효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수요모임'의 한 관계자는 "'발전연'이야 이 시장 계보지만 우리는 목표가 좀 다르지 않냐"고 말했다. 박 대표와 이 시장의 양강으로 짜여진 대선 구도에서 '수요모임'은 독자 세력화를 추구하는 만큼, '이 시장 편'으로 묶여 들어가는 게 부담스럽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당에서는 "소장파가 말을 갈아탈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요컨대 당내 경선에도 '바람'이 통한다는 것을 서울시장 경선에서 확인한 만큼, '수요모임'이 이 시장이 아닌 다른 후보를 옹립해 낼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더라도 소장파가 당내 대권경쟁에서 박 대표를 지원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다. 어떤 상황이건 박 대표에 결코 유리하지 않은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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