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와 인터넷폰 등에 대한 합법적 감청이 가능하도록 통신사업자의 협조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 개정이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휴대폰 감청, 국정원이 '기술' 주고 통신사가 대행?
국회 법사위는 24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국정원․검찰․경찰이 수사의 목적으로 감청을 요구할 경우 전기통신사업자가 의무적으로 협조토록 하는 '통신비밀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이 법안은 작년 11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제출한 법안이다.
국가정보원과 정보통신부는 그간 휴대전화와 휴대전화 간의 통화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도청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왔었다. 그러나 작년 'x파일'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이 cas, r2 등 휴대전화를 도청할 수 있는 설비들을 개발해 온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비난을 샀다. 이에 도청의 길이 막혀버린 수사기관에서 통신사업자의 협조를 의무화해 감청을 수월토록 하는 법안을 마련한 것이다.
기존에도 수사기관이 영장을 발부받았을 경우 법적으로 감청이 가능하긴 했으나, 통신사의 감청 장비나 기술 수준이 미흡할 뿐더러 통신사 측에서 고객 정보 유출 등을 우려해 비협조적이라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수사기관의 감청 협조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경우, 통신사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감청 장비나 기술을 갖추는 데 드는 비용은 국가로부터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보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결국, 정부가 합법적으로 휴대전화를 감청할 수 있도록 제도적․기술적 기반을 마련해 주는 법안인 것이다.
영장 없이 감청하면? 정권이 악용하면?…여론은 '불신'
국정원 관계자는 "산업스파이․마약범죄 등의 첨단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휴대전화 감청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지난 11월 정 의원의 법안이 제출된 이후, 법안을 담당하는 법사위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여러 차례 보내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이 법안에 긍정적인 편이다.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수사에 협력하라는 것인데 당연히 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입장이 난처하다. 당장 인권침해 논란이 일 것이고, 정치적 악용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x파일' 사건 이후 국정원에 대한 여론의 불신이 높은 가운데,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감청을 하거나 정치인 내사용으로 유용될 경우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열린우리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불법으로 하던 것을 합법화하겠다는데 안 해 주겠다는 것도 곤란하지만, 여론의 반발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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