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옥란. 비장애자 중에 그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당시 36살의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었던 장애인 인권운동가 최옥란 씨는 지난 2001년 12월 명동성당 앞에서 혼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을 벌였다. 단식 농성을 시작한 지 5일째가 되던 12월 7일 보건복지부를 찾아가 "월 생계급여 28만 원으로는 영구임대아파트 관리비 16만원과 치료비 20여 만원을 감당할 수가 없으니, 이후에는 나같이 국무총리를 원망하며 최저생계를 반납하는 수급자가 나오지 않도록 최저생계비와 생계급여를 현실화 시켜 줄 것을 부탁한다"며 생계급여를 반납했다.
메아리 없는 투쟁을 계속하던 그는 이듬해 3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정태수, 이현준 등 다른 이들과 함께 장애해방 열사로 불린다. 천막농성 당시 최옥란 씨는 "추운 겨울 천막 농성을 하면서 걱정되는 것은 이 투쟁이 저 혼자만의 투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06년, 이제 장애 차별 철폐 투쟁은 누가 봐도 단 한 명의 개인이 혼자 단식농성을 벌여야 하는 외로운 싸움은 아니다. 장애인들이 이제 직접 거리로 나와, 세상의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장애인의 날'로 지정된 20일. 서울역 앞 광장에는오후 2시 장애인들이 모여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장애인의 날은 365일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회가 그 차별을 은폐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선동과 기만을 퍼붓는 날"이라며 "이 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서 박경희 4·20공동투쟁단 대표는 "최근 인터넷에서 한 패스트푸드점의 아르바이트생이 중증장애인에게 빵을 먹여주는 사진이 감동적이라며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러한 도움을 받아 햄버거를 먹는 장애인의 심정은 아무도 헤아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만약 활동보조인이 있었다면 그가 그런 사진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장애인들은 자신이 뜻하는 대로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사회를 원하며, 장애인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그러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집회에는 각 단체들이 각기 내걸고 있는 이슈에 따라 다른 색의 조끼를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현재 장애인계가 집중적으로 내걸고 있는 이슈는 크게 세 가지다. △독자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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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은 장애인 권리찾기의 핵심"**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은 장애인들의 오래된 요구였다. 2001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이 처음 제기됐고, 2003년 70개 장애인단체가 연대해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장추련)을 구성한 뒤 1년여의 토론을 거쳐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을 만들어 지난해 9월 입법발의했다.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은 발의된 지 약 7개월만인 지난 4일에서야 상정됐다. 현재 인권위가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이를 핑계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상정을 미뤄 온 것이다.
장추련은 "인권위의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달리 접근해야 하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문제를 70%이상이 노동차별에 중점을 둔 인권위 차별금지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독립적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차별시정기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장추련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현재 장애인 복지법 상의 법정 장애뿐 아니라 차별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모두 장애로 규정되어야 하고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명백히 다르게 취급하는 행위뿐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차별로 정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명백히 다르게 취급하는 행위'란 장애 등을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경우 등을 가리키는 것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란 장애인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취업 시험 등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시험지를 제공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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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징벌적 손해배상 등 효과적인 권리구제 수단을 도입해야 하고 △장애차별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미국의 ADA(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1990)을 비롯해 영국, 호주, 캐나다, 독일, 홍콩 등 약 40여 개 국가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가지고 있다. 장추련은 "장애인 권리찾기의 핵심이 바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반드시 약속 지켜야 할 것"**
장애인교육지원법안도 지난 2003년부터 준비해 온 사안이다. 장애인교육권연대(교육연대)는 지난 2월 28일 장애인교육지원법안을 내놓고 이어 3월 13일부터 교육부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인권위를 점거하고 37일간 단식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지난 14일 김진표 교육부총리와 교육연대 관계자들과 만남을 갖고 '교육부가 장애인교육권연대의 요구를 수용하고 오는 7월까지 정부안을 제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김진표 장관은 △장애학생의 유치원, 고등학교 과정의 의무교육화 △시도교육청 특수교육담당 장학관 및 장학사 특수교육 전공자 배치 △특수교육진흥법 전면개정안 7월 중 제출 등을 약속했다.
그간 교육연대는 "장애인교육지원법안은 장애인의 차별적인 교육현실을 개선하고 장애인의 교육권과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생애 주기별 장애인의 교육지원 내용"이라고 설명해 왔다. 장애인교육지원법안에는 영아교육 무상교육, 유초중고 과정은 의무교육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다양한 장애인교육지원체계들이 갖춰져 있다.
교육연대는 14일 교육부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보다 강도 높은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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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활동보조인서비스 2차 투쟁 들어갈 것"**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투쟁을 벌이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도 지난 3월 20일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며 이명박 서울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해 오고 있다.
이들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닌 이명박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2005년 중앙정부에서 실시하던 장애인 복지사업의 절반 가량이 2005년 지방으로 이양된 상태라, 활동보조인 서비스도 제도화 된다면 지방에서 직접 운영해야 할 사업이기 때문이다.
전장연은 현재는 '이명박 시장과의 면담'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조례제정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서울시의회에서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제도화하는 조례가 제정된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장애인 복지사업이 지방으로 이양된 이후 지역에 따라 장애인들이 받는 서비스의 양과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장연은 앞으로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보편적인 권리로 인정하라는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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