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 특검법'(이하 내곡동 특검법)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14일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내곡동 특검법을 공포하거나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 대통령의 결단 시한은 오는 21일이 `마지노선'이다. 정부는 `야당의 특검 추천권'을 포함한 내곡동 특검법의 법리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만약 이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면 국회는 재의결 절차를 밟아야 하며, 헌법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 확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새누리당 내 특검법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의원들이 적지않아 내곡동 특검법의 부결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 표결은 238명의 재석의원 중 찬성 146명, 반대 64명, 기권 28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준으로 재의결이 이뤄진다면 가결 요건인 `3분의 2 이상'을 충족하지 못한 채 부결된다.
당시 찬성표를 던진 146명 중 새누리당 의원은 19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반대 또는 기권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여야 합의 존중'을 내세워 특검법 재의결을 권고할 수 있지만, 상당수 의원이 `야당 추천 특검'에 대한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대ㆍ기권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재의결 결과 특검법이 부결되면 대선을 앞둔 새누리당은 거대한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체포동의안 부결로 역풍이 인 `제2의 정두언 사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새누리당이 같은 당 소속인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특검 조사를 꺼린다는 국민여론이 형성되는 동시에 `야당 추천 특검'이라는 여야 합의를 깨뜨렸다는 비난에도 직면할 수 있다.
12ㆍ19 대선의 초반 판세를 좌우할 추석 연휴를 앞두고 새누리당이 또다른 악재를 맞는 셈이다.
한 핵심당직자는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곡동 특검법의 재의가 이뤄질 경우 부결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부결 시 당에 적잖은 역풍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내곡동 특검법의 위헌성을 지적해온 권성동 의원은 "특정 정당으로 하여금 특검을 추천토록 한 특검법은 위헌인 동시에 검찰의 중립성을 정치권이 깨뜨리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내곡동 특검법 부결에 따른 여파를 감안, 이 대통령이 현 특검법을 공포할 것을 내심 바라고 있다. 직ㆍ간접적 채널을 통해 `특검법 공포' 시그널을 청와대에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청와대가 잘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이 내곡동 특검법을 거부할 경우 대선을 치러야 하는 당에 막대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것을 청와대도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청와대가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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