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지난 13일 지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사과는 사과로 받아들여 달라"며 "여러 차례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죄송스럽다고 얘기해왔고, 그런 것이 사과가 아니라면 어떻게 되느냐"고 말한 데 대한 반응이다. 박 후보의 이같은 발언 이후 각 언론은 박 후보가 인혁당 발언 논란 과정에서 '사과'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며, '사실상 사과'로 해석하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인혁당 유가족 측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4.9통일평화재단의 이창훈 사료실장은 이날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사실상 사과라고들 하는데, 이건 사과가 아니라 입바른 소리"며 "오히려 그런 표현(과거부터 죄송하다고 얘기해왔다)이 유가족들을 더 분노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거부터 사과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과거 국정원의 인혁당 사건 발표 때는 모함이라고 했고, 인혁당 피해자들에게는 간첩이라고만 강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이 언급한 국정원 발표란, 2005년 12월 7일 국정원 과거사진실위가 인혁당·민청학련 사건의 짜맞추기식 수사와 판결 수 시간만의 사형 집행 배경이 박 전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후보는 이에 대해 '모함이고 음모'라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유가족 측 "만남 동의해달라?… 사면초가 몰리자 공 떠넘긴 격"
▲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앞에서 인혁당 사건 피해 유족들이 영정을 들고 박 후보 규탄 기자회견을 하며 오열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인혁당 유가족 측은 박 후보의 이같은 발언 이후 밤 늦게 보도자료를 내고, 인혁당 재건위 판결을 포함한 과거사에 대한 박 후보의 공식입장에 따라 만남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가족측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그리고 1975년 4월 8일 인혁당재건위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면 그에 따라 만남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 수준의 입장 표명이어야 하는가'하는 질문에 이 실장은 "기자회견과 같은 공식적인 자리를 열고, 박 후보 스스로가 했던 과거 발언에 대해 진심어린 반성을 담은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얼마 전 대법원에서 내린 판결이 두 개 있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고쳐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 12일 인혁당 유가족이 당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했을 당시 새누리당이 보인 태도를 비판했다. 이 실장은 "그저께 새누리당 당사에 규탄 시위 갔을 때, 당 관계자가 나오기는 커녕 당사 입구에 전경들이 쫙 배치돼있는 걸 보고 80세 노모들이 크게 화를 내셨다"며 "새누리당 쪽에서 정중하게 얘기를 들었다면 분이 그나마 풀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 "사과 받아들일지 여부는 유가족과 국민의 몫"
민주통합당도 박 후보의 '사실상 사과' 발언을 두고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1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를 받아달라는 것'도 아니고 '사과로 받아들여달라'니 참으로 황당하다"며 "박근혜 후보의 입장을 사과로 받아들여야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로인해 피해를 입은 유족과 국민들의 몫"라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후보는 가해자"라며 "박근혜 후보에게 있는 것은 당당하게 주장할 권리가 아니라 가해자로서의 무거운 책임과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할 의무뿐"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인혁당 가족들이 동의하면 뵙겠다"는 말 또한 박근혜 후보가 오만과 독선, 고집불통임을 국민들에게 똑똑하게 보여주는 말"이라며 "박근혜 후보의 태도에 날이면 날마다 국민들께서 소름끼칠 정도로 놀라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