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 씨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더해가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심경은 복잡다단하다. 그간 악재를 만회할 수 있는 호기라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도 사건의 배후와 사건이 불거진 시점에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두고 터진 이번 사건이 '여권의 선거 전략'이란 시나리오 아래, 검찰 수사가 최종 겨냥하는 곳을 찾느라 부심하는 모습이다.
***한나라, 현 정권 실세 로비 의혹에 초점 **
이재오 원내대표는 28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김재록 씨 수사에 대한 검찰의 태도를 보면 김 씨와 관계돼 있는 정관계 인물들이 청와대 인사가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김씨를 체포했던 검찰이 2개월 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한 것은 사건을 축소ㆍ은폐하려는 청와대와 조율을 하기 위함이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김 씨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나오는데 만약 이것이 사실이고 이 과정에 현 정부의 실세와 국무위원, 국회의원의 로비가 작용했다면 이는 국민적 범죄"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김 씨 사건의 초점을 현 정권에서 이뤄진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 맞추고, 이한구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이 대표는 "김 씨 사건의 전반을 철저하게 조사해 권력 실세가 얼마나 개입했고 그 과정에서 비자금은 얼마나 유통됐는지를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與, 이번 선거도 검찰선거로 만들려 해" **
이번 사건이 민주당과 고건 전 총리를 겨냥한 수사란 주장도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인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김 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략특보로 민주당과 친분이 깊고 고건 캠프에도 친한 사람들이 다수 있다고 한다"며 "여권이 민주당과 고 전 총리의 발목을 잡으려고 지금 이 사건을 터뜨린 것이 아닌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계진 대변인 역시 "왜 이런 권력형 비리가 선거에 임박해서 일어나는 것인지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선거 역시 공안선거, 검찰선거라는 오명을 면키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 정부에서 권력형 비리는 언제나 소리만 요란하고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끝났다"며 "이번 사건도 열린우리당의 지방정부 심판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천정배 법무장관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가늠키 어렵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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