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의 사퇴 이후, 한나라당 대여(對與) 공세의 초점이 천정배 법무장관으로 옮겨갔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17일 청와대 만찬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서울구치소 여성 재소자 자살 사건의 책임을 물어 천 장관의 사퇴를 공식 건의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날 "천 장과 사퇴 등 한나라당이 주장해 온 현안에 대해, 또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에 대해 대통령이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만 얘기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여성재소자 사건을 '국가기관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규정하고, 진상조사단을 꾸려 서울구치소 현장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천 장관의 책임 소재를 좀 더 명확하게 따지기 위해서다.
박순자 여성위원장은 "구치소 분류심사과장이 재소자의 옷 속에 손을 넣고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자살한 여성 재소자가 성폭력에 가까운 추행을 당했다"며 "재소자의 자살과 성추행 간의 인과 관계나 성추행 정도에 대해 법무부의 축소 은폐 혐의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사퇴 공세 이면에는 5ㆍ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 출신 장관들의 '힘빼기' 의도가 숨어 있다.
한나라당이 공명선거를 관리해야 할 '선거 주무장관'이란 이유로 이 총리와 천 장관의 동반 사퇴를 주장해 온 지는 두 달 째. 공명선거와는 관련 없는 골프 파문 때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총리 사퇴 요구는 성공한 셈이니, 이 참에 천 장관도 사퇴시키려는 것이다.
이 총리 논란 때와 달리 천 장관의 경우는 직접적인 실책이 드러나지 않아 이같은 공세가 성공할지는 의문이지만, 실패해도 천 장관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한나라당으로서는 잃을 게 없는 싸움이란 판단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