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용태영 특파원을 14일 납치한 것으로 알려진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 Popular Front for the Liberation of Palestine)은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중에서 가장 급진파로 분류된다.
하마스, 이슬람 지하드와 함께 팔레스타인의 3대 강경 이슬람 세력으로 꼽히는 이 조직은 이슬람 근본주의에 바탕한 이슬람 국가 건설을 지향하는 두 조직과는 달리 아랍 민족주의와 맑스-레닌주의를 결합한 초강경 노선을 취하고 있다.
이같은 강경 태도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붙잡아간 자신들의 지도자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용 기자를 포함한 인질들에게 어떤 행동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사진1〉
***'스카이 잭 선데이'의 주역**
PFLP는 1967년 6월 중동전쟁에서 아랍이 대패한 직후 외과의사 출신인 팔레스타인인 조지 하바시가 기존에 있던 군소단체인 아랍민족주의 운동의 '돌아온 영웅(Heroes of Return)', '팔레스타인 해방 국민전선(National Front for the Liberation of Palestine)', '독립 팔레스타인 해방전선(Independent Palestine Liberation Front)을 통합해 만들었다.
이 조직은 팔레스타인 문제는 평화적인 협상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생각으로 팔레스타인의 해방은 팔레스타인 땅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파멸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최종 목표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유대인들을 완전히 몰아내고 팔레스타인만의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결성 초기 상당히 많은 대원들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데올로기적인 유연성이 부족해 내부 갈등으로 조직이 와해돼 현재 약 1000명의 대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FLP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사건은 1970년 9월 6일 하루 동안 비행기 3대를 동시다발로 납치하고 사흘 뒤 1대의 비행기를 또 납치했던 일이다.
국제사회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스카이잭 선데이'(공중납치의 일요일)에 TWA 보잉 707기와 스위스 항공 DC-8기는 요르단 사막에, 팬암 747 여객기는 이집트에 각각 강제 착륙당했다.
이들의 요구조건은 이스라엘과 스위스, 서독, 영국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들의 석방이었다.
그러나 인질로 잡은 승객 중 영국인이 없자 PFLP는 9월 9일 네번째로 승객 116명이 탄 영국 여객기 VC-10을 공중 납치했다. 그리고 이들은 전 세계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납치한 항공기를 폭파했다.
PFLP는 당시 공산권 국가들로부터 이같은 일에 협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데올로기적 경직성으로 인해 공산권에서조차 관계를 끊을 정도로 강경한 성향을 갖고 있다.
***하마스 위세에 눌려 조직 축소**
PFLP는 2000년 7월 창설자 하바시에 이어 아부 알리 무스타파가 지도자로 추대했으나 무스타파는 2001년 8월 이스라엘군에 의해 살해됐다.
PFLP는 그에 대한 보복으로 레하밤 지비 이스라엘 관광장관을 살해했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살해의 배후로 여겨진 PFLP의 사무총장 아흐메드 사다트를 서안지구의 예리코 감옥에 투옥하고 있었다.
〈사진 2: 사다트〉
그러나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 7일 한 집회에서 사다트를 석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에 이스라엘은 14일 군부대를 동원해 예리코 감옥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용 기자 등을 인질로 붙잡은 것은 이 공격에 대한 반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PFLP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산하의 무장전위 조직이다. 그러나 그같은 체계는 형식에 불과해 PLO와 압바스 수반의 명령에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팔레스타인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실제 납치를 한 '체 게바라 여단'은 PFLP의 산하 조직일 뿐 개별적인 특성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더군다나 PFLP는 지난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광범위한 대중노선을 견지해 일약 제1당으로 부상한 하마스의 위세에 눌려 최근 그 세력이 크게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PFLP는 당시 총선에서 '순교자 아부 알리 무스타파'라는 명부로 후보를 내세워 3석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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